2025년 6월 12일 오후 1시 38분쯤, 인도 서부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이륙한 영국 런던행 에어인디아 여객기가 추락하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230명과 기장과 승무원 12명 등 총 242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륙 직후 1분이 채 되지 않아 급하강한 여객기는 공항 동쪽 메가니 나가르 지역의 주립 의대 숙소 건물에 충돌했고 폭발과 함께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13일 공식 발표한 사망자 수는 탑승자와 추락 지역 주민들이 포함된 294명이다. 추락사고 현장에서 11A 좌석에 탑승했던 영국 국적 남성 비슈와시 쿠마르 라메시(40)가 유일하게 기적적으로 생존했으며 가슴, 눈, 발 등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사고 뉴스 중에 10분 차이로 비행기를 놓쳤으나 참사를 피한 인도 여성에 관한 소식도 전해졌다. 부미 차우한은 휴가를 마치고 거주지인 런던으로 돌아갈 예정으로 사고 당일인 12일 런던행 에어인디아 여객기에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교통 체증 때문에 10분가량 늦게 공항에 도착해 결국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차우한은 공항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여객기 추락 소식을 접했다며 “큰 충격을 받아 온몸이 심하게 떨렸고 정신이 멍해졌다”고 했다. 차우한은 “당시에는 탑승을 거부당해 정말 화가 났었다. 신이 저를 구해줬다”고 했다. 교통이 막혀 비행기를 타지 못해 생명을 구했다니 인생은 새옹지마인 것 같다.
러시아의 레프 톨스토이가 1885년 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 소설이 있다. 이 작품을 한 번쯤 읽어 본 적이 있을 테지만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은 길가에서 벌거벗고 추위에 떨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치려다 불쌍한 사람을 외면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자신의 외투를 입혀 집으로 데려온다. 아내는 처음엔 불평하지만, 그 남자의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따뜻한 음식을 내어준다. 이 남자의 이름은 미하일이며, 시몬의 집에 머물며 함께 구두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고, 만든 구두는 매우 품질이 좋아 주문이 이어진다. 사실 미하일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천사로, 인간 세상에 내려와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기 전까지 하늘로 돌아갈 수 없다는 벌을 받은 것이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얻은 미하일은 진리를 깨달은 순간, 용서를 받고 하늘로 돌아간다.
1. 사람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 추위에 떨던 자신을 집으로 데려온 시몬 가족의 따뜻한 마음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 안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다.
2.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곧 죽을지도 모르면서 완벽한 구두를 주문하는 오만한 귀족 신사의 모습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미래와 삶의 시간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는 존재이다.
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엄마 잃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방앗간 집 부인의 모습을 통해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톨스토이는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가야 하며 삶의 시간을 정할 능력이나 결정권이 없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존재이면서도, 영원히 살 것 같이 미래를 계획하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존재임을 얘기한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삶을 논할 때 죽음을 전제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면 사람은 태어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이며 한정된 시간에 무엇이 소중한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언제까지 살고 죽을지 아는 방법은 없을까? 블룸버그는 2024년 11월 30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사망 날짜를 예측하고, 이를 늦출 방법을 조언하는 장수 앱 ‘데스 클락(Death Clock)’을 소개했다. 앱 개발자 브렛 프랜슨은 1,200개 이상의 수명 연구를 학습한 AI를 통해 사망까지 남은 시간을 초 단위로 표시하여 기존 표준 수명표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테크크런치 관계자가 직접 이 앱을 사용하자 2074년 2월 28일, 90세의 나이로 사망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사용자는 자신의 나이·성별·인종 등 기본 정보와 가족력, 정신건강과 같은 상세한 설문을 입력해야 결과를 받을 수 있으며 더 나은 생활 방식과 습관을 유지하면 최대 103세까지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데스클락의 연간 구독료는 40달러로 사망일 예측뿐만 아니라 수명을 늘릴 수 있도록 개선하거나 유지해야 할 습관을 제안하고 예상 사망일까지 남은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상 사망일을 알게 되면 노인이나 은퇴자들이 재정 상황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윤리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해당 앱의 활용과 영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4년 국가암정보센터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5명 중 1명은 암으로 인한 사망자로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 질병으로 꼽히며, 2위를 차지하는 심장질환보다 사망률이 2배 이상 수준으로 매년 암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암이 언제 발견되고 어떤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생존율과 잔여 생존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암 말기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의사인 시미즈 켄은 4,000여 명의 암 환자를 치료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직면한 사람들이 남긴 말과 행동을 바탕으로 ‘1년 후에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이라는 책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얘기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죽음을 마주할 때 비로소 삶의 진짜 의미와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가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암에 걸리면 ‘내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과 두려움이 생기는 한편 ‘오늘 하루를 사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 하루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오늘 하루가, 얼마나 귀한 선물이었는지를 마지막에 깨닫는다. 슬프게도, 사람은 이별을 준비하며 사랑을 더 깊이 알게 된다. 죽음 앞에서 대부분은 ‘더 일할 걸, 돈을 더 벌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이라고 후회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가 당연히 계속될 거로 생각하며, ‘언젠가’ 사랑을 말하고, ‘다음에’ 고마움을 전하려고 미루곤 하지만 저자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후회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인생은 한 번뿐인 여행이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고 남은 시간을 충만하게 살려 한다는 이야기가, 평소라면 흘려보냈겠지만 너무나 진심이고 그래서 더 깊이 와닿는다.
앱을 통해서든, 질병으로든 예측 사망일을 알고 1년 뒤, 아니 내일 내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상상해보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지 않을까?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못 할지도 모르면서도 너무 많은 것을 ‘언젠가’로 미루며 살아간다.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 여행을 가면 안 된다’는 말과 ‘수중의 돈은 내가 쓸 때만 내 돈이다’라는 말을 새삼 되뇌게 된다.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참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한 번뿐인 오늘, 이 순간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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