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람들과 함께한 열흘
툭하면 죽어 나가는 판에 치과질환은 사치
잇몸 열악, 치석 많고 검은색 착색 많아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인도의 오지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사단법인 JTS에서
실시하는 국제워크캠프 행사였다. JTS는 인도의 오지에서 빈민구호, 교육, 의료봉사를 하는
불교계 시민단체다. 개인적으로 병원을 열흘이나 휴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소외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으로 그 행사에 참여했다.
목적지는 인도 비하르주, 가야시의 보드가야 근처이다. 인도는 남한 면적의 34배에 해당하는
면적에 인구 10억의 강대국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핵무기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인구와 뿌리깊은 카스트제도에 의한 계급차별로 문명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아주 많은 곳이다.
비하르주는 대충 인도의 동북부에 있으며 델리와 캘커타의 중간쯤에 위치한 광활한
지역이다. 영화 「시티 오브 조이」에 나오는 용감한 인력거꾼이 가뭄으로 고향을 등지고
대도시인 캘커타로 가서 인력거를 끌게 되는데 그의 척박한 고향이 비하르주이다.
가야는 비하르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70만 정도이고, 힌두교 7대 성지중의
하나이다. 보드가야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유명한 불교의 성지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와 보드가야대탑이 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15시간이나 기차를 타야 했다. 인도의 기차는 그 자체가 고행이었다.
침대칸인데도 통로는 짐으로 가득하고, 시커먼 인도인들이 엉덩이를 비비고 자리를 차지하는
통에 숨쉬기도 곤란했다. 일층침대 -사실은 좁은 널판지- 뿐아니라 이층과 삼층 침대까지도
매달려 있는데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와 기차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열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기력이 다해 탈진할 무렵에야 겨우 가야역에
도착하였다.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커먼 애들이 돈 달라고 달려든다. 더러운 누더기에
산발한 머리, 덕지덕지 부스럼이 있다. 비쩍 마르다 못해 뼈와 가죽밖에 없으면서 배만
볼록하다. 여자애들은 갓난아기를 업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차고 가방 돌리듯 휘두르며
다녔다. 눈꼽끼고 콧물 줄줄 흐르는 애들이 3~40명씩 달려드는데 나는 외면하고 말았다.
봉사왔다는 나의 위선일까?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이곳까지 온 것 아니던가? 그런데 저
불쌍한 애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동전 한 닢 보태주지도 못하고 어서 이곳을 벗어나기만
바라다니….
우리가 봉사할 곳은 둥게스와리라는 마을로 전정각산이라는 유명한 산 아래에 있는
천민마을이었다. 인도는 무수히 많은 계급으로 나뉘어진 철저한 신분사회이다. 이 곳
사람들은 천민중의 천민으로 인도정부의 무관심 속에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숨막히는 더위 속에 창문도 없는 흙집에 살았다. 어두컴컴한 집안에 염소나 소도 같이
지낸다. 염소가 아프면 같이 아프기도 하고, 병 걸린 개가 돌아다녀도 같이 살았다. 비 한번
오면 흙집이 무너져 다시 옆에다 집을 짓는다. 전기나 수도는 물론 없다. 우물을 이용하는데
그나마도 귀하다. 사방 수십 km 이내에 전화 한 통 없었다.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몸에 걸친
누더기 외에 종이 한장, 비닐조각 하나 없었다.
몸은 지저분해서 목욕을 한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도 없기 때문에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다. 어린애들은 머리에 이가 가득하고, 못먹어서인지 생기가 없었다.
어른들도 하루 한 끼의 풀죽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JTS는 그곳에 수자타아카데미라는 학교를 짓고 교육사업과 의료봉사, 주민구호사업 등을
하고 있었다. 그 곳에 한국에서 간자원봉사자들과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해 국제워크캠프가 개최되었다.
날씨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우기인데도 비 한방울 오지 않고, 아침 4시 반에 떠오른 해는
9시만 되면 이글거려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게 했다. 이미 더위를 충분히 먹어
식욕도 없다. 현지인들은 자파티라는 질긴 밀가루떡 같은 것을 매일같이 먹는데, 인도의
거칠고 불결한 음식은 차마 먹기가 힘들었다. 카레 비슷한 것을 접시에서 손으로 비벼 먹는
것도 역겹다. 입맛에 맞는 것은 오로지 홍차에 레몬즙을 약간 넣은 레몬티 하나여서 그걸로
연명하였다.
한국에서 워크캠프에 참여한 8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했다. 그나마 흙집이라도 지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부실한 음식을 먹고 중노동을 하니 탈수 현상과 고열로 쓰러지는 학생이
속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