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서울서 회장 당선, 감회 새로워
潘基文 외교통산부차관 면담도
지난 13일 태풍 ‘사오마이"가 전국에 비를 뿌려 추석 귀경길을 고난의 여행길로 만들어
버렸던 긴 연휴의 마지막날,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자끄 모노(Jacque Monnot) 회장 부부가
서울에 도착했다.
지난 97년 9월 FDI 서울총회 참석을 위해 처음 서울을 방문한 후 3년만에 이뤄진 訪韓. 자끄
모노 회장에게 서울은 남다른 추억과 의미가 담긴 도시다. 그 첫 방문 때 FDI 총회B에서
FDI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는 모노 회장에게 있어 서울은 가슴 벅찬 도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시는 방문기간 내내 총회 참석에 주력하느라 ‘한국"을 제대로 느껴볼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부인 모노 여사는 FDI 서울총회의 서울 시내 관광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모노 회장은 총회가 열렸던 서울 삼성동을 벗어나 보지 못했다고. 때문에 이번 訪韓에선
짧은 시간이나마 ‘한국"이라는 나라를 접해볼 수 있으리란 기대로 모노 회장 부부는 가슴이
설레었다.
李협회장과 만찬
둘째 날인 14일, 기자와 만난 모노 회장 부부는 전날 저녁 李起澤(이기택) 협회장 부부,
尹興烈(윤흥렬) FDI 재무이사 등과 전통 한식으로 만찬을 나누는 동안 李협회장의 부인
박인자 여사의 유창한 불어 실력 덕분에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연신 감탄과 놀라움을
표했다.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다소 불편한 모노 부부, 특히 모노 여사에게 朴여사의
불어는 반가울 수밖에 없었으리라.
외교통상부 차관 면담
14일 오전 윤흥렬 FDI 재무이사의 주선으로 이뤄진 외교통상부 潘基文(반기문) 차관 면담.
모노 회장은 1백80개 회원국을 가진 FDI는 오랫동안 조성된 펀드(fund)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노 회장은 “특히 남미의 경우 너무 많은 치과의사가 있는
반면 아프리카 지역은 극소수의 치과의사가 수많은 사람들의 진료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심각한 齒醫 수급 불균형 현상을 조절, 지원하고 있는 FDI의 프로젝트에 대해
강조했다.
潘차관은 모노 회장의 FDI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듣고 “FDI의 개발도상국가를 위한 많은
프로젝트들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에서는 FDI의 뜻깊은 프로젝트를
물심양면 지원하고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潘차관은 또 “우리 나라는
비록 유럽 국가들처럼 완전한 선진국은 아니나 OECD의 멤버로서 우리가 가진 경험과 지식
등을 개도국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담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潘차관과 모노 회장은 서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이 나누며 담소했다. 潘차관은 내년 인도네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릴 예정인 FDI 회장
선거에 尹 재무이사가 출마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노 회장의 지원을 바란다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노 회장 부부는 이날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으며, 인삼이 건강에 좋다는 기자의 설명에 닭
속에 숨은 인삼을 찾아내어 자세히 살펴보거나 매운 깍두기도 마다 않고 먹어보는 등 한국
음식에 전혀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는 듯 했다.
오전보다 굵어진 빗발 속에 찾아간 민속촌. 민속촌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모노 부부는 창
밖으로 펼쳐지는 번화한 서울 거리와 아파트촌이 즐비한 강남을 지나며 색다른 도시의
풍경을 즐겼다. 비 때문인지 관광객이 적은 민속촌에서 모노 부부는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에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옛 한국의 가옥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궁금한 점은 질문하기도 하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모노 부부는 오줌싸개 어린이에게 키를 씌워 소금을
얻어오게 했던 우리의 옛 풍습에 대해 재미있어 했고, 특히 모노 여사는 한과와 강정 등
간식거리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인 15일,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와 남대문시장을 관광하고
돌아온 모노 부부는 2박3일 내내 태풍으로 인한 비 때문에 서울의 맑은 가을하늘을 볼 수
있는 행운은 갖지 못했지만, 尹재무이사, 李협회장의 뜨거운 환대와 우정을 가슴에 안고
서울을 떠난다며 아쉬운 마음으로 김포공항을 빠져나갔다.
<송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