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튀세가 현대 사상에 남긴 또 하나의 결정적인 공헌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라는 개념이며, 이 개념을 매개한 주체론이다. 이 이론은 지금도 ‘살아 있는" 하나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튀세는 국가론에서 ‘기구들"을 분석한다. 즉 추상적인 권력 개념이나 사법적인 개념들이 아니라 실질적인(‘material"이라는 말의 모든 뜻에서) 기구들을 분석한다. 이것은 후에 등장하는 푸코의 ‘전략들"이나 들뢰즈와 가타리의 ‘배치들"과도 상통하는 개념이다.
국가는 지배를 위해서 기구들/장치들을 필요로 한다. 기구들에는 억압 기구들과 이데올로기적 기구들이 있다.
억압 기구들에는 군대, 경찰, 법 등이 있고, 이데올로기적 기구들에는 공장, 병원, 학교, 교회, 언론, 정치, 감옥… 등등이 있다. 억압 기구들은 무력에 기반해 있지만,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들(이하 ‘이데올로기 기구들"로 약함)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을 생각나게 하는 면이 있다.
몇 가지 기초적인 사항들의 점검이 필요하다. 우선 헤겔의 ‘총체성"과 맑스의 ‘사회적 전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하부구조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통일"인 경제적 토대이며, 상부구조는 법률-정치(법과 국가)와 이데올로기(종교, 윤리, 정치, 문화…)로 구성된다.
고전적인 맑시즘에서의 ‘건물의 비유’는 부적절하다. 상부구조의 존재의 본질과 본성을 특징짓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한 것은 재생산의 관점에 입각해서이다.
재생산의 관점이란 곧 생산 조건들의 관점이다. 여기에서 생산 조건들은 곧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조건들이다.
고전적인 맑시즘에서 국가는 억압적 장치이다. 경찰, 재판소, 감옥, 군대, 내각과 행정부 등이 모두 억압 장치들이다.
국가권력과 국가기구들을 구분하자. 국가권력은 계급투쟁의 대상이지만, 국가 기구들은 또 다른 분석의 대상이다. 국가권력만으로는 사회와 역사를 분석할 수 없다. 국가기구들을 분석해야 한다.
국가기구들은 억압기구들로 환원되지 않으며 동시에 이데올로기적 기구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데올로기 기구들(AIE)은 폭력에 의해 기능하는 억압기구들과 다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이데올로기적 기구들이 있다: 종교 AIE, 교육 AIE, 가족 AIE, 법률 AIE, 정치 AIE, 조합 AIE, 매체 AIE, 문화 AIE.
알튀세는 가족-기구와 법률-기구에 특별한 위상을 부여한다. 가족-기구는 생산과 소비의 ‘단위"의 역할을 하며, 법률은 한편으로 억압기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데올로기 기구이다.
하나의 억압기구가 존재하는 반면, 다수의 이데올로기 기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억압기구가 공적이라면, 이데올로기 기구들은 사적이다. 억압기구가 폭력을 통해 작동한다면, 이데올로기 기구들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작동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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