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최상묵 월요칼럼]인간에게 질병이란 무엇인가?

병(病)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인간은 질병과 건강 사이를 끊임없이 왕래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질병은 인간본질의 일부이지 결코 이질적인 것이 아니다. 즉 질병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중에 하나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에 밝음(明)과 어둠(暗)의 두 측면이 있듯이 질병도 비유적으로 밝은쪽이 아닌 단순한 ‘어둠의 측면’을 표현하고 있는 부분일 뿐이다. 음악적 관점에서 소리자체가 밝음이요, 소리가 없는 침묵은 바로 어둠을 표현한다. 소리는 침묵이 있기 때문에 소리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소리와 침묵의 조화 즉 밝음과 어둠의 조화가 바로 음악을 뜻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어둠과 밝음의 양면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 고대 중국의 음양의 사상과 근대의학의 심층 심리학에서도 이 명암의 세계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위스 정신학자인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어둠의 세계를 그림자(Shadow)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이 그림자는 곧 무의식 세계를 나타내는 것이라 했다. 인간의 그림자의 본질적인 실체를 알아내고 수용하는 것이 자기자신에 대한 자아실현의 길을 찾는 일이라는 것이다. 즉 질병이란 무의식 속에서 축적돼 온 그림자이고 어둠인 것이다. 따라서 질병은 인간실체의 본질적인 것이며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필연의 현상이란 것이다.

 

모든 사물에 명암(明暗)이 있듯이 인간에 있어 건강과 질병은 서로 마주보며 씨소(Seesaw)를 타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질병에 대한 치료나 대처하는 일은 바로 이 어두움(暗)의 그림자에서 밝음(明)을 끌어내어 그 어두움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어두움의 메시지는 인간의 개인적 수준에 따라 감성적 또는 이성적으로 해석돼 개인에게 수용되기도 하며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서 폭넓게 해석될 수도 있다. 즉 질병현상(어두움)이 주는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바로 자아실현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질병은 자아를 또는 생명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서는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영양소도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우리가 질병을 곧 ‘신체의 병이다’라고 보는 시각은 질병의 실태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 질병은 병적인 상태의 일부분일 뿐 그것이 질환의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뒷면에 보이지 않는 몇 배나 되는 질환의 다른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질병이란 그리스어의 “아스세니아” ‘약한자’라는 말이다.


인간의 체험하는 질병으로 인간이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이 연약한 존재의 현실을 알게해 그것을 자아에 수용함으로써 보다 강한자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쳐 주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인간이 자기의 본질적인 연약함을 알고 수용할 수 있는 인간이야말로 실로 강건한 자(者)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질병에 걸린다는 것을 단순한 신체적인 이상현상으로만 생각해 ‘질병은 좋지 않은 것’이며 통증과 괴로움을 주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조속히 제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질병에 대한 이러한 사고방식은 “질병은 악령이 씌운 결과이며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도를 하거나 주술사의 힘을 빌리게 되는 고대인들의 심리와 상통하는 점이 있다” 때문에 病에 걸린 환자는 무력한 존재가 되고 반대로 그 질병을 퇴치(치료)하는 의사야말로 신비의 힘(Occult Power)을 가진 권위자요 마술사적 요소 또는 주술적인 힘을 강하게 풍기면서 ‘숭배 받는 제단 위에서 치유의 업(業)’을 베풀어 준다는 오만한 또는 신비한 태도를 가지게 됐다. 대신 환자 자신들은 스스로가 질병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적극적인 자세나 주체적 태도를 갖지 못하고 의사에게만 의존해 내맡기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래서 질병이란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어떤 힘이나 존재에 의해서 일어나며 인간의 본질과는 현저히 다른 이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