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중에 인지도가 있는 모 일간 스포츠신문 기자라고 밝히는 사람이 찾아와 기사를 써 줄테니 2백여만원을 달라고 요구를 하더군요."
“며칠을 고민하다가 이참에 병원홍보라도 할 겸 큰 마음먹고 인터뷰를 했어요. 이가 좋지 않다 길래 돈 대신 임프란트 수술을 무료로 해주기로 했죠. 잘 한 일인지 원…”
최근 한 세미나장에서 만난 L모 원장의 얘기다. 강남에서 개원중인 L모 원장은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반신반의해 하면서도 결국 인터뷰에 응했다고 털어 놨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인 즉은 인터넷 등 여러 신문매체 등을 보다보면 어느 날 문득 친한 후배 원장의 기사가 올라와 있다던가, 어떤 날은 바로 옆에서 개원하고 있는 동료 원장의 인터뷰가 게재돼 있어 왠지 자신만 가만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자신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물론 기사내용이라고 해봐야 치과의사인 전문가 입장에서 보기엔 전혀 새로운 술식도 아니고 특별한 진료도 아닌 단순 진료 정보전달 형식인 경우가 대다수다.
L모 원장의 경우처럼 개원가에선 실제로 돈을 주고 대중매체에 기사형식을 빌린 광고성 기사나 건강칼럼 등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병원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홍보 방법이 실제 환자들의 병원 선택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병원 의료정보팀 최수현 씨가 전북지역 30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광고와 의료기관 선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환자들이 의료기관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입소문 등 ‘주위사람 소개(49.3%)’였다.
이밖에 ‘TV에 나온 의사(25.7%)’, ‘병원 등에서 실시하는 건강강좌(24.2%)’, ‘TV 건강관련 프로그램(23.5%)’등을 통해 의료진이 대중에 직접 노출된 경우에만 의료기관 선택 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병원 홈페이지(24.5%)도 병원 선택에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분류돼 병원 홈페이지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하지만 ‘신문기사(9.9%)’나 ‘의학칼럼(9.4%)’등을 통해 병원을 선택한다는 비율은 10%를 넘지 못해 기사성 광고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TV에 나오는 의사나 병원에서 실시하는 건강강좌를 통해 의료기관을 선택했고, 나이가 어릴수록 병원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후 의료기관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 전문가들은 따라서 “무작정 언론에 노출됐다고 해서 100% 홍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 같은 흐름에 적절히 대처한 개원가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같은 언론 매체라 할지라도 전문적인 교양의학 프로그램 등의 TV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오히려 의료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반감시키고 상업적인 인상을 풍겨 역효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