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설명의무 위자료만 배상”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수술한 결과, 환자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의료적 처치가 타당했다면 사망에 대한 책임까지 물어서는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는 최근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 배상판결을 받은 환자의 유가족들이 환자의 사망에 대한 일실수입 등을 보장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환자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의료상의 과실여부를 판단할 때 의사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의심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개연성도 없는 상태에서 결과만 갖고 막연하게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수술을 시행해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환자 측이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위자료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못박으면서도 “환자의 사망과 관련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려 한다면 환자의 사망과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이 환자에게 담췌관조영술(ERCP)이 필요한 상태라 판단해 검사를 실시한 것은 환자의 증상이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춰 타당한 것이었으며, 또 검사과정에서 생긴 급성췌장염을 조치하는 데 있어서도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급성췌장염은 ERCP 검사에 따르는 전형적인 부작용이지만 그 발생빈도가 5% 정도로 그리 높지는 않다”며 “또한 환자가 병원에 2주 예정으로 입원한 점을 비춰봤을 때 의사가 검사에 앞서 환자측에 설명의무를 다했더라도 검사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판단 근거를 밝혔다.
또 의료진이 내과적 처치를 고집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또한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며 “의사의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이상 그 결과만을 놓고 의사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기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그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나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해 환자측이 자신의 진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뺏은 사실은 인정되므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는 배상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권병기 원장(연세 참소망 치과의원)이 지난해 연세대대학원 치의학과 박사학위논문을 통해 지난 94년부터 2004년까지 진행된 치과의료 민사소송 판례 30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 치과의사가 패소한 건은 총 18건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이중 94.5%인 17건이 ‘설명 및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판결 시 패소가 결정된 것으로 나타나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