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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치과의사 유감 /이채희 원장 울산 산정치과의원

 

학교를 졸업하고 개원해서 치과일을 오년쯤 하니 이젠 이 일이 그냥 익숙한 일이 돼버려서 공부를 한다거나 새로운 술식을 익히는 데는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치과신문의 수많은 세미나 광고에 연자로 나오시는 분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일을 즐기지 않고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나는 아마도 이 일을 즐기거나 학문적인 자극을 이 일에서 찾기는 힘들 것 같다. 그저 새롭고 어려운 환자가 나타나면 그때그때 주변에 물어봐서 치료하려고 하는 것이 전부일 뿐이니 어찌 보면 이렇게 부족한 나에게 오시는 환자분들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러니 오시는 분들한테 친절하게나 대하고 너무 돈 밝히지 않는 치과의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나를 먹여 살리고 계시는 환자분들에 대한 도리일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앞으로 일년을 갈지 오년을 갈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제목에 유감이라고 한 것은 동료 치과의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울산에서도 구석진 곳이라 동네 분들이나 찾아오시는 곳인데, 그래도 내가 오래 치과 일을 한 것이 아니라서 다른 치과의사분들이 치료한 후에 탈이 난 환자분들이 가끔 오신다. 물론 내가 치료한 후 탈이 난 환자분들도 있겠고 다른 동료 치과의사 분한테 다시 치료를 받은 환자분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오시는 환자분들 대부분이 엔도 문제로 오신다. 금관을 씌운 후 뿌리에 병소가 생겨 아프기 시작하면 오시는 것이다. 오셨을 때 나는 먼저, 예전에 치료한 치과에 가시면 무료로 해 드리겠지만 제가 치료하면 돈이 든다고 말씀드린다. 이렇게 말씀드려서 예전 치과로 가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 대개 거주지를 옮겼거나 어디서 치료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냥 치료해 달라고 하신다. 그 다음 내가 하는 말은, 제가 치료해도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후 금관에 구멍을 뚫고 하시려는지 벗겨내고 하시려는지 물어본다. 이렇게 말씀드려서 금관을 벗겨내고 치료한 경우는 많지 않다. 금관에 문제가 있으면 모를까 벗겨내면 다시 돈이 드니 환자분에게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물론 벗겨내지 않고 치료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말씀드리지만 일단 그대로 치료 받기를 원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어찌어찌 치료를 해서 아프지 않게 잘 마무리 되면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다. 또 안 되는 경우는 스트레스 심하게 받다가 결국 포기하기도 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딸을 보러 철원에서 오신 할머니가 있었다. 그 분은 34번에 치관파절이 일어나서 협측 교두가 부러진 지 오래됐는데 이제 씹기에 불편하다고 하시면서 씌우려고 한다고 하셨다. 시간이 없으시다고 해서 일단 지대치를 깎고 엔도를 시작했다. 치근단 사진에서 병소가 있었는데 엔도를 시작하니 바로 플레어업이 생겨서 항생제 처방으로 겨우 가라앉히고 세척과 수산화칼슘을 두 번 정도 넣었다. 환자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시고 타진 시에 많이 안아프시다길래 마무리를 하려면 두세번더 3∼4일 간격으로 세척하고 씌우면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환자분이 집을 너무 오래 비워서 빨리가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편지를 써 드릴 테니 일단 보건소에 가셔서 치료를 받아 보시라고 말씀드렸다. 편지에 이런저런 치료과정을 쓰고 잘 부탁드린다는 말로 마무리한 후 환자분에게 드렸다. 환자분을 끝까지 다 치료해드리지 못한 마음에 악간의 돈도 돌려 드렸더니 너무 고마워하셨다.


이렇게 한 후 좀 잊고 있었는데 일주일쯤 지났나, 철원의 한 치과에서 전화가 왔다. 그 원장님이 어떻게 된 것인지 자초지종을 물으시기에 편지 못 받으셨냐고 여쭸더니 못 받으셨단다. 그래서 차트를 보고 다시 편지를 써서 팩스로 보내 드렸다. 팩스 확인하고 이런저런 부탁드리러 다시 원장님한테 전화 드리니 원장님은 얘기도중 갑자기 36번에 음식물이 끼겠다는 말씀을 하시고 주변치아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나도 36번 금관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