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눈을 마추며
진료하시려는 원장님들
오늘도 침 흘리는 녀석들의
축축한 뽀뽀에 행복해 하신다
0월 0일 정아야 !! 제발 숨을 쉬어라~.
정아는 지적장애 1급의 19살 소녀다. 작은 체구의 정아는 시설소에 선생님과 함께 진료를 받으러 오는데 그동안 관리가 안된 구강 상태는 신경치료부터 발치까지 여러 번의 진료를 요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치과 치료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침 뱉기를 하거나 입을 안 벌리려는 방법으로 진료 거부를 하는데 이 녀석은 제일 나쁜 방법을 택했다.
일부러 숨 안 쉬기~.
처음에는 물 때문에 숨 쉬기 곤란한 줄 알았는데 꾀돌이 정아가 택한 방법은 일부러 숨을 참는 것이었다. 덕분에 진료를 하다보면 정아의 입술은 새파랗게 변해 버린다. 천국을 왔다 갔다 한다며 진료하시던 원장님은 개구기를 몇 번이고 빼 주신다. 그러면 정아의 입술은 금새 앵두빛 입술로 돌아온다. 온 몸에 힘을 주며 숨 쉬기를 거부하는 정아.
정아야, 힘 빼!! 정아야, 숨 쉬어!!
진료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정아는 스스로 지칠 때까지 자기식의 방어법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 물론 진료하시는 원장님도 옆에서 보조하는 나 역시도 정아의 방어법에 함께 긴장을 하면서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여러 번 내원을 해야 하는데… 또 가기 전에 다음에는 진료 잘 받겠다고 약속을 한다. 먼저 손가락을 내밀고 약속하자고 한다. 도장까지 찍고 복사까지….
진료가 끝나고 가는 정아의 입술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너무 촉촉한 앵두빛으로 빛나고 있다.
0월 0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요즘 정아는 예쁜짓만 한다. 이제는 숨쉬기를 터득했다. 개구기를 하지 않아도 입을 척척 벌리고 숨도 잘 쉰다. 치과에 내원한지 4번째 만에 숨쉬기에서 해방된 것이다.
우리 정아가 달라졌다.
오늘은 크게 요동도하지 않고 진료를 잘 받더니 다른 친구 치료할 때 옆에서 멀뚱멀뚱 원장님을 쳐다보더니 가만히 다가와 원장님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
“너무 시원한대. 안마 너무 잘 한다.”
원장님의 한 마디에 금새 수줍은 미소를 보인다. 참고로 정아는 웃을 때도 손수건을 꺼내 입을 가리고 웃는 녀석이다.
원장님의 가운 끈이 꼬여 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다가가 펴주더니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친구의 발 아래로 다가가 친구의 발을 살살 잡아 준다. 발에다가 뽀뽀라도 할 양으로 너무 곱게 잡아 준다. 친구의 아픔에 대해서 묻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양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감싸 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오늘도 진료실을 나갈 때 원장님 볼에 뽀뽀를 하고 나가는 정아를 위해 원장님은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해 주신다. 손을 크게 흔들어 주시며….
오늘도 난 여기서 본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 하면서 진료를 하시려는 원장님들.
그래서 원장님들은 침 흘리는 녀석들의 축축한 뽀뽀에 행복해 하신다.
방이복지관 장애인 치과실에서 근무한지 8년째. 여기서 난 본다. 10여년을 소리 없이 봉사하시는 치과 선생님들의 손길을. 세상은 춥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는 아직 따뜻하다. 장애인 치과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대신해서 다시금 “감사합니다”하고 이웃사랑 치과 봉사회 원장님들께 꾸벅 큰 인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