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제 85차 유럽교정학회(EOS)를 다녀와서
시의 적절한 강연·문화적 체험 ‘유익’
지난 6월 10일부터 일주일동안 제85차 유럽교정학회가 자작나무와 사우나의 고장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렸다.
‘미래 교정학에서의 Biotechnology의 역할’이라는 대주제로 개최된 이번 학회에서는 첫날 저녁 Sheldon Memorial lecture로 시작하여 60여개국에서 750편의 구연 및 포스터가 발표되어 발표내용의 윤곽을 파악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바쁜 일정이 진행되었다.
EOS 강연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Sheldon memorial lecture의 연자는 Bjork 교수의 토대 위에서 두개골 성장발육 연구의 메카로 인정된 코펜하겐 왕립치과대학의 Kreiborg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는 교정학 역사에서 처음 임플랜트 매식에 의한 두부계측방사선 사진에 의한 성장연구로 시작하여 현재의 3D CT에 의한 두개골 성장연구라는 테마로 우뚝서기까지의 50여년 간의 교실 연구역사를 개관하여 청자들에게 많은 감명을 선사했다.
Key note speaker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는 Hagg 교수 이래로 기계적 자극에 의한 과두성장의 조직학적 연구로 교정학계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홍콩대학 Rabie 교수의 발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 동안의 관심분야와 다소 상반된다고도 볼 수 있는 Gene Therapy에 의한 하악과두 성장술식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여 유전자지도가 완성된 작금의 상황에서의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에 대한 조심스러운 제안을 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인의 음식습관과 Occlusal Wear에 대한 오랜 역학연구에 전념해 온 핀란드 Tuku대학의 Varrrela 교수는 대부분의 인간은 정상적인 I급 교합을 가질 수 있는 유전적 형질(Genetic Makeup)을 가지고 있으나 후천적인 환경요소에 의해 부정교합이 발생된다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제를, 매우 강력한 톤으로 주장하였다.
한편 이러한 이론은 필자를 포함하여 예방 혹은 차단교정 치료에 의해 부정교합의 악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일군의 교정의사에게는 매우 시의적절한 영감을 주는 강의로 생각되었다.
영상진단기술에 대한 많은 주제 중 대다수는 Cone Beam CT, 3D Laser Scanning의 자료와 같은 3차원 영상데이터의 교정학 활용에 대한 것으로 이제는 60여년의 2차원적인 두부계측방사선 진단시대가 과거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성급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Cone Beam CT는 기존의 medical CT보다 훨씬 적은 조사량으로 3차원 영상분석이 가능하여 국내에서도 점자적으로 활용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전통적인 두부계측방사선사진 분석을 완전히 대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기타 추가적인 활용 영역이 아직 많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Cone Beam CT를 이용한 Upper air way의 변화(Dr. Lenz, 덴마크), 비중격의 변화양상(Dr. Pazera, 스위스), 연령에 따른 적절한 조사량(Dr. Singorell, 스위스), 악교정수술 영역에서 활용가능성(Dr. Swennen, 벨기에), 악적형 치료후의 두개저의 변화양상(Dr. Clerk, 벨기에) 등의 많은 발표는 북구의 백야현상과 뒤바뀐 시차로 노곤한 필자의 졸음도 달아나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역작으로 생각된다.
그 외에도 두부안면부의 손상에 대한 줄기세포 증식에 의한 Tissue Engineering 술식은(Prof. Surrona, 핀란드) 몇 해 전 우리 신문지상에서 사회적 이슈로 회자되었던 줄기세포가 이제는 치과의학 분야로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딱딱한 생물학적 강의 중에서도 하버드대학의 Shelden Peck 교수는 ‘Facial esthetics through the ages’라는 제목의 인문학적 연제에서 각 시대별로 중세부터 현대까지 문화별 안모에 대한 선호도의 다양성을 설명하면서 절대적 미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심지어는 안모의 비례와 균형이 미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설파하였다. 이는 美醜(아름다움과 추함)의 문제에는 어떤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다기 보다 개개인의 호오(好惡)의 문제로 파악하는 노장사상과도 일맥상통하면서 우리사회의 미적 동질성(Idendity)에 대한 생각거리를 장만해 주었다.
해마다 유럽교정학회를 참가하다 보면 조직학 발생학 등 기초의학 세션에도 연령을 초월한 많은 교정의사들이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질문을 던지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들의 대부분이 임상의 현장에 있는 개업의사들이라는 점이다. 100년이 넘은 유럽교정학회의 학술 문화가 부러울 뿐이다. 유럽교정학회의 또 다른 재미는 다양한 Social Program으로 그 곳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며, 세계 각국의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매년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뿌듯함도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이 학회만이 가지는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회 중 한 주제에 대한 상반된 다양한 생각들이 혼란스럽다는 동행한 젊은 교정의사의 질문에 근세의 과학철학자 Kuhn의 잠언을 통해 대신할까 한다.
“과학은 부정되기 위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