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제45회 ISO/TC 106 총회를 다녀와서<중>
“치과계도 국제표준 중요성 인식해야”
ISO 회의에서는 그야말로 각각의 표준이 자신의 국가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좀 더 유리하도록,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정되거나 개정되도록 노력하는 곳이다. 또한 제정된 표준은 치과재료의 수출입시 각국에서 허가를 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치과재료의 생산자라면 매우 중요한 회의이다.
최근에는 FTA와 같은 조약의 확산으로 관세가 별 효과가 없고 외국의 저급한 제품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각 재료에 대한 표준밖에 없는 실정이므로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쪽에서는 표준을 가능하면 높게 잡아 외국 제품들이 합격하지 못하게 하고, 기술이 부족한 쪽에서는 가능한 표준의 합격선을 낮게 잡도록 노력한다.
영어권 국가가 유리하지만, 일본과 같이 치과재료 회사가 많은 나라는 조직적으로 똘똘 뭉쳐 잘 대응한다. 각 회의에 한 나라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들어가더라도 expert라 불리는 한사람만 표결권이 있다. 그래서 일본은 영어를 잘하는 그 분야의 교수를 보통 expert로 하고, 여러 회사 사람들이 함께 들어간다.
Expert는 각 회사의 요구사항이 다 잘 반영되는 지를 꼼꼼히 살펴 회의에 임한다. 물론 ISO 회의 전에 모든 회의 자료는 웹 페이지를 통해 공유되고, 사전 회의를 통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들어온다. 모든 회의가 끝나는 금요일 오후 다시 또 모여 의견을 종합해서 토요일 오전에 있을 TC 106 전체 총회에 대비한다. 참 공적인 일에 있어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그들다운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치과재료를 생산하는 국내회사들이 점점 많아지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은 각 재료에 대한 회의마다 자국의 여러 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애쓰는 다른 나라의 expert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몇 년 전 보다 한 단계씩 계속 정비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정부, 치과의사협회, 치과기재업체 등이 함께 힘을 모아 ISO 국제회의를 통해 더욱 많은 것을 얻고,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최근에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니 “국제표준 확보가 기술경쟁력의 지표”라는 제목으로 삼성전자와 LG 전자의 모바일 디지털 TV 기술이 미국 표준으로 채택되었다거나, 휴대폰 충전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었다는 뉴스가 보인다. 이렇듯 산업분야에서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서는 이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하고 또 그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치과계에서도 이 정도까지의 규모는 아니지만 국제표준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리라 본다.
또한 재료나 시험방법에 대한 표준이 정해지면 그것은 기초나 임상 시험을 하는 모든 실험에 가이드라인이 된다. 각 실험실의 책임자는 몇 년에 한 번씩 개정되는 ISO 표준을 놓치고, 예전 규격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꾸준히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배지명 <원광치대 치과생체재료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