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시리즈 8

치과의사를 위한 주식 투자 전략
삼양제넥스(003940) - 턴어라운드형 기업 

지옥에서 천당으로

재수 준비를 하기 위해 학원을 다닐 때 일이다. 어느 날 교육부에서 사회탐구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발표하자 영어, 수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수업 시간표가 전면 교체되었다. 그런데 역사 수업 첫 시간에 강사로 들어오신 분이 바로 전날까지 학원 수위를 보시던 분이 아닌가. 알고 보니 그 분은 잘 나가던 역사 강사였는데 국영수 위주의 본고사 도입 후 수위로 계시다가 입시정책 변화로 다시 강단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사실 그 분 자체는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다만 상황에 따라 학원에서 필요로 하는 가치가 달라진 것뿐이었다. 강사로서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은 물론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하는 사업은 그대로이지만 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은 돈을 벌기도 하고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상황이 좋지 않아 적은 돈을 벌어 주가가 쌀 때 샀다가 환경이 바뀌어 많은 돈을 벌기 시작하는 시점을 포착하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턴어라운드형 기업이라 부른다.

현재 상황이 바닥으로 치닫다가 극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기업을 하나 꼽으라면 삼양제넥스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옥수수를 수입한 후 가공해 단 맛을 내는 전분당을 만드는 사업을 한다. 과자, 음료수 등에 들어가는 전분당은 설탕과 대체관계에 있어 설탕 가격이 높을수록 수요가 증가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2008년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는 경영환경이 매우 어려웠다. 바이오에탄올 수요증가로 원재료가 되는 옥수수 가격이 급등한데다 금융위기로 환율까지 치솟아 원가 부담이 가중되어 ’09년 1분기에는 급기야 적자까지 나고 말았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2분기부터 경영환경이 개선되면서 1분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연간 결산에서 164억원 순이익으로 반전마감했으며 금년 1분기부터 턴어라운드가 좀 더 본격화 될 전망이다. 대체재인 설탕이 폭등하면서 대체재인 전분당 가격도 상승세를 탔고 바이오에탄올 수요 감소와 작황 호조로 옥수수 가격이 폭락한데다, 환율 하락으로 마진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자회사 삼양밀맥스(밀가루 회사)와 중국 법인이 밀 값 폭락과 중국 법인 가동률 상승으로 불효자에서 효자로 탈바꿈하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유지될 것이냐 하는 것인데 당분간은 걱정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설탕 가격이 고점 대비 크게 빠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대체재인 전분당의 가격은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다. 또한 아직 바이오에탄올 수요도 적고 옥수수 재배에 적합한 날씨도 계속되고 있어 옥수수 가격도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환율은 주지하다시피 올라갈 가능성보단 내려갈 확률이 높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걱정할 거 없다. 이 회사는 순현금만 1,000억원, 자기자본은 3,300억원을 상회하는데 반해 시가총액은 1,900억원대 수준이다. 원래 전분당 사업은 2008년같은 최악의 상황만 아니면 적자가 나지 않는 안정적인 과점 사업이다. 상황이 나빠진다 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는 가격이다. 밑은 막혀있고 위는 뚫려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가치투자로 바라본 턴어라운드형 기업의 매력이다.

 최준철 대표이사
·서울대 경영학과 졸
·VIP투자자문창업(2003년)
·VIP투자자문공동대표이사(현)
·저서 : ‘한국형가치투자전략’,‘가치투자가쉬워지는V차트’(공저),‘워렌버핏의실전주식투자(번역)’, ‘Buffet’(감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