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시리즈 9
치과의사를 위한 주식 투자 전략
한솔케미칼(014680) - 재정의형 기업
IT로 먹고살지만 IT는 아닙니다
가치투자자들은 IT기업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품주기가 짧고 경쟁이 치열하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서 집행해야 하는 IT기업의 특징이 안정성과 지속성을 추구하는 가치투자자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IT기업은 아니지만 생산하는 제품이 IT제품 생산에 쓰이기 때문에 IT산업 호황시 이익이 증대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이런 기업의 제품 중 기술 변화와 무관하여 영속성이 있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 없으며, 공급이 제한적이라 경쟁이 치열하지도 않은 제품의 경우 굳이 IT에 맥이 닿아있다 해서 외면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 한솔케미칼이 바로 그런 회사다.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과산화수소인데 이름 그대로 산소와 수소를 결합해 만든 기초적인 화합물이다. 예전에는 소독제, 표백제 정도로 쓰이는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이었으나 과산화수소가 반도체의 식각액과 LCD의 세정제로 쓰이면서 평범한 화학회사가 첨단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IT소재회사로 재정의 되었다.
이러한 재정의는 자회사인 삼영순화(지분율 49%) 때문에 가능했다. 삼영순화는 한솔케미칼과 미쓰비시의 합작사로 한솔케미칼이 만든 과산화수소를 고순도품으로 바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일을 담당한다. 과산화수소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반도체 라인에 문제가 생기므로 이들은 기술력이 인정된 동우화인켐과 삼영순화 두 곳하고만 거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삼영순화는 70억원 정도의 자체 이익을 낼 뿐만 아니라 모회사의 사업자체를 업그레이드시켜 준 알짜 자회사가 되었다. 사업의 다른 축인 LCD세정제는 테크노세미켐과 이앤에프테크놀로지를 통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있다.
사업부문의 질적개선은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2009년 한솔케미칼의 매출액은 1,900억원 수준으로 2008년 매출액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8억원에서 188억원으로 무려 72%가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5.6%에서 9.6%로 뛰어 올랐다.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일에는 변함이 없지만 제품 자체가 고부가가치화 되었다는 증거다. 게다가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IT기업과 달리 현금흐름이 원활하고 주주정책도 잘 되어 있어 지난해 3%대의 배당수익률을 제공하기도 했다.
영업환경도 우호적이다. 과산화수소는 폭발성이 있어 수입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3개사에서 전체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데 경쟁사 중 하나인 에보닉데구사가 2008년에 PO용으로 용도를 바꾸면서 공급에서 빠졌고 다른 경쟁사인 OCI는 폴리실리콘에 집중하느라 과산화수소에 별 관심이 없어 사실상 과산화수소 수요 증가분을 한솔케미칼이 독점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한솔케미칼은 과산화수소 외에 같은 한솔그룹 계열사인 한솔제지 납품용 라텍스를 제조하고 있는데 이 부문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솔제지가 이엔페이퍼(현 아트원제지)를 인수하면서 라텍스 공급물량이 증가했고, 향후 펄프 대체용 더블코팅이 보편화될 경우 라텍스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러시 때 돈을 벌었던 사람은 광부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청바지를 판 리바이스였다. 반도체와 LCD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우리나라 전자업체들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잘 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IT 아닌 IT기업이 가치투자자에게 더 큰 기쁨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한다.
최준철 대표이사
·서울대 경영학과 졸
·VIP투자자문창업(2003년)
·VIP투자자문공동대표이사(현)
·저서 : ‘한국형가치투자전략’,‘가치투자가쉬워지는V차트’(공저),‘워렌버핏의실전주식투자(번역)’, ‘Buffet’(감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