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영업맨들이 말하는 “이런 치과원장님 싫어요”■유형별 정리
“기다리다 지친다…원장님 만나기 너무 힘들어요”
"모 임플랜트 업체 영업사원 A씨. 수일간의 전화통화 끝에 강남의 한 치과의원 원장님과 간신히 점심미팅을 잡았다. 일찌감치 도착해 약속한 원장님을 기다리는 A씨. 그런데 막상 점심시간이 되자 오전 진료를 마친 원장님은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친구와 갑자기 약속이 생겼으니 다음에 한번 보자”라는 짧은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허탈한 기분으로 병원을 나서는 A씨에게 때마침 얼마 전 새롭게 계약에 성공한 치과의원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래도 저희 병원은 원래 쓰던 임플랜트를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받아 놓은 제품 반품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엔 과연 몇 개 제품이나 뜯어 놓았을까. 무거운 A씨의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임플랜트에서 유니트체어, 치과용 레이저에서 다양한 수복재료에 이르기까지 치과기자재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그 중에서도 제품판매의 선봉에서 가장 치열하게 개원가를 누비는 것은 일선의 영업사원들. 원장님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이들로부터 ‘이런 원장님이 제일 싫다’는 마음속 속내를 소속업체 비밀보장을 약속하고 들어봤다."
공짜 제품 요구·무상처리 ‘난처’
무조건 소리지르는 분 마음 상해
다짜고짜 반말…자존심에 큰 상처
# 기다리다 미쳐
영업사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히 구매예정고객과의 첫 만남이다. 보통 일정지역을 배당 받아 영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무조건 찾아가고 기다리는 것이 영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 영업맨들의 자세. 그러나 “원장님이 진료 중이라 바쁘시니 나중에 연락”하라는 치과스탭의 차가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면 ‘강렬한 첫인상으로 원장님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자신감은 어느새 콩알만 해져 있다.
한 영업사원은 “치과스탭분이 원장님이 바쁘시니 대기실에서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해서 두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다. 그런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 다시 한번 물어보니 그때서야 원장님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황당하기도 하고 참 힘 빠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 깎고 또 깎고, 도대체 어디까지
치과기자재 구입도 상거래인 만큼 값은 흥정해야겠지만 지나친 할인 요구는 모든 영업사원들이 제일 난처해하는 부분이었다.
유니트체어 업체 영업사원인 B씨는 “제품을 판매할 때는 당연히 원장님들의 할인요구를 각오하고 최대한 가격을 낮춰드리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계약 전 이미 가격을 다 절충해 놓고 나중에 다른 업체의 가격들을 제시하며 더 깎아달라고 요청하실 때는 어려움을 느낀다. 지나친 비교견적은 각 업체들의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B씨는 “심지어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에서 다른 업체가 더 좋은 프로모션을 제시했다며 계약을 파기하는 분들을 볼 때는 정말 맥이 빠진다”고 덧붙였다.
고가의 치과장비를 판매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고가 제품인 경우 더욱 무리한 할인 요구를 받게 된다. 원장님들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모든 업체들이 정확한 정찰제만을 고집하지는 못하겠지만 내부적으로 최소 하한선으로 정한 가격라인이 있는데 이 이상을 깎아 달라고 할 때가 정말 난처하다”며 “같은 제품이라도 업체마다 들어가는 부품이 다르고 특성이 다르다. 가격적인 비교 외에 제품의 사양 등 품질과 사용용도 등을 정확히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다지만
영업사원들이 힘들어하는 경우 중 또 하나는 원장님들의 지나친 공짜 제품 요구. 계약 전 ‘이거 조금 더, 저거 조금 더’ 요구하다 보면 나중에는 본 제품보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제품량이 더 많은 경우가 발생하기도.
치과용 수복재료를 판매하고 있는 C씨는 “제품을 구입하며 지나치게 샘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치과업계에서 제공하는 샘플은 화장품 샘플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거의 본 제품을 그대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 샘플용으로 따로 제작되는 경우가 아니라, 너무 많은 샘플을 요청하면 이는 그대로 업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특히, 수입업체의 경우 샘플제공만을 위해 본사에 제품을 더 주문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고.
치과용 레이저 등 장비판매를 주로 하는 영업사원들은 무분별한 데모사용과 너무 긴 사용기간을 요구하는 원장님들을 밉상으로 꼽았다. <35면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