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감 커 개원 엄두도 못내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2002년 한국 교육개혁의 대표 정책으로 자랑하며 추진했던 개혁세대 주인공들인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 졸업생들이 치과 개원가 포화 → 과당경쟁 → 수가하락 → 경영악화 등 급변한 의료 경영 환경속에 명예와 직업 안정성이 보장될 것 이라고 믿었던 치과의사로서의 꿈이 부서지고 있다.
이 같은 사항은 비단 치전원 졸업생뿐만 아니라, 졸업 한지 5년 이내의 치과의사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들 치과의사들은 ‘치과의사= 성공’ 이라는 등식이 사실과 다르고 치전원 입학 준비기간까지 포함해 5~6년 간 쏟아 부은 시간과 인적, 물적 노력에 대한 보상이 매우 낮은 것에 대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현재는 배우는 시간인 만큼, 견딜 수 있으나 악화된 치과계 경영환경과 개원경쟁을 지켜보면서 장래에 대한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의 치전원 입학 전 ‘꿈’을 가로막는 큰 원인 중 첫 번째가 치전원 학업을 마치기 위해 빌린 부채 등을 대부분이 안고 있는 데다, 과거보다 개원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등 기본적으로 자금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임상실력이 개원할 수준에 미달해 있으며, 세 번째는 개원가 포화현상이 오래전부터 지속, 치과의원을 개원할 만한 적당한 입지가 없다는 데 있다.
더욱이 개원가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비 급여수가 하락 등으로 치과 병의원 수익률이 예전과 같지 않은 치과계 경영 악화가 이들을 크게 움츠리게 하고 있다.
치전원 출신 650 여 명 개원가 활동 중
올해까지 2회 졸업생을 배출한 치전원 출신 치과의사는 750여명이다.
치전원생 출신 치과의사 중 여성 비율이 평균 43%라는 교과부의 통계를 감안 하면, 320여명이 여성이고 430명 정도가 남성으로 예측된다.
이중 병역을 마치고 치전원을 입학했던 남자 치과의사는 85% 수준으로 약 350명은 군복무 의무가 없는 만큼 개원가로 바로 진출했다.
이에 따라 320여명의 치전원 출신 여성 치과의사들을 포함해 약 650여명의 치전원 출신 치과의사들이 개원가에서 활동 중이다.
2010년 현재 이들은 개원자금·임상경험 부족 등 ‘3중고’에 시달리며 개원을 일단 접은 채 혹독한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전원 졸업 치과의사 등 치대 졸업 5년 이내의 젊은 치과의사들에 따르면 졸업 2년째를 맞고 있는 치전원 출신의 경우 대다수가 페이닥터나, 보건소 취업, 구강검진 전문 치과의사로 활동 중 이다.
지난 2009년 서울 소재 치전원을 졸업한 C치과의사는 “동기들 중 약 30% 수준만이 개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이중 10%는 이미 치과의원을 접고 폐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원 한 동기들 중에도 비교적 성공한 친구가 있지만 이는 극소수이고 나머지는 현상 유지하고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 졸업한 치전원 2회 출신의 경우는 대부분이 페이닥터로 근무 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많아 1억 은행 빚 진 경우도
치전원 출신 치과의사들이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고충은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크다.
각 치전원 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등록금의 경우 한 학기 당 평균 7백만 원 씩 1년에 1천4백만 원이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다 교합기 등 개인용 실험 실습 자재 구입비용, 도서 구입비 및 각종 잡비 등을 포함한다면 연간 치전원 소요 교육비는 3천만 원 선은 보통이다.
특히 타지에서 유학 온 치전원생들이라면 생활비가 더해져 4천만 원 선을 훌쩍 넘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치전원 출신 치과의사 중 많은 수가 졸업과 동시에 많게는 8천만 원에서 1억원 이상, 적게는 5천만 원 수준의 은행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치전원 출신 바라보는 시각은
치전원 시대도 치과계 역사이고 흐름
선입견 버리고 동창회·학회 관심가져야
본인하기 나름·선배 동료의식 자세 필요
비도덕 행위 금물이 성공개원 밑걸음
최근에도 치전원 재학생 10여명과 장시간 식사를 하는 등 교류 하고 있는 김명진 심미치과학회 회장은 “치전원 재학생들과 대화를 나눠 본 결과 일단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어 했으며 두 번째가 환자 실습기회가 적어 불만도 많고 임상 실력에 대해 불안해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치전원 출신들의 갖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가 소속감 결여 현상이었다”면서 “특히 연령층이 들쭉날쭉하다보니 치대나 치전원 선 후배 간의 유대감이 없고 치과계의 전통적인 위계질서가 없는 것같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과거 치과의사들의 경우 환자를 진료하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선배 치과의사에게 상의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고맙다는 의미로 소주 한잔 대접 하면 또 다른 날에는 선배가 밥을 사는 등 정이 있었으나, 치전원생들의 경우 이 같은 예를 기대하기가 무리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임상 및 치과경영 등 개원의로 활동 중 나타나는 여러 사항에 있어 치과의사로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것은 치과계나 개인을 위해서도 위험한 일” 이라며 “치전원 시대도 치과계의 흐름이고 역사인 만큼 이를 부정할 수 없다. 동창회나 학회, 지역 개원가에서도 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치과계 일원으로 호흡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개원가에서는 본인들의 하기 나름이라는 의견이 많다.
괜한 자격지심을 갖고 선배들을 멀리 할 것이 아니라 치과계 구성원으로서 관행과 시스템을 인정하고 따르겠다는 마음 자세가 일단 중요하다는 것. 또 선배나 동료를 조금이라도 의식하는 마음을 갖고 개원가에서 처신한다면 치전원 출신이라고 배척 할 치과의사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기존 치과의사와는 다른 이력과 경력의 소유가 개원가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는 만큼, 환자진료 과정 등에서 비 도덕적 행위 등으로 일단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주의 하는 것이 성공개원의 첫 걸음이라는 충고다.
치의신보 취재에 응한 한 치전원 출신 치과의사는 “병원에서 근무 하다보면 원장들이 치전원 출신이라고 차별하는 것은 느낄 수 없다”며 “그러나 동창회의 경우 치대 출신 몇 년 선배의 경우 우리도 어렵고 선배들도 어려워하는 것 같다. 확신할 수 없지만 자신이 아는 대부분의 치전원 출신 치과의사들의 경우 치과계에 선한 구성원으로서 남고 싶어 하며 일부 개원가에서 우려하는 것과 같이 개원가 질서를 흩트리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