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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전환기의 진통

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전환기의 진통

 

이번호부터 치과계 현안 및 삶의 지혜를 담아낸 치과계 원로 칼럼을 게재합니다. 집필자는 임철중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황규선 전 국회의원, 양영태 박사로 매주 월요일 순번 게재될 예정입니다.

  

예과(豫科)는 인문학부 즉 교양과정인데, 언제부터인가 본과과목의 선행학습이 비집고 들어와 그 본질을 흐려놓았다. 본과에서 임상교육·실습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은 옳지 않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의·치대에 입학하는 전문대학원 제도도 사실은 인문학 강화가 요체(要諦)다. 의사·변호사 등 깊이 있는 전문직은 “사람은 왜 사는가?" 하는 문제를 미리 폭 넓게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서울대학교 동창회지에 기고했던 “왜 인문학인가?" 라는 칼럼의 한 대목이다. 다시 말해서 무조건 믿고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는‘고객"에 대하여 매우 중대한 판단을 내릴 때, 단순히 법률적 의학적 또는 기계적인 지식에 앞서, 원초적인 인간으로서 상대를 살피는 소양을 기르라는 뜻이다. 언젠가 읽은 “나이가 드니까 점점 환자가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던 최상묵 선배의 글이 생각난다.


지난 70년 간 한국 치과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해방 후 유일한 치과대학을 포함하여 11개 대학이 국립서울대로 통합되는 소위 ‘국대안(國大案)" 사건, 1959년 예과가 신설되어 6년제 치과대학의 출범, 1961년 치과전문의 시험장 소동으로 국시 무산(霧散), 1977년 건강보험 시작, 2000년 말썽의 불씨를 남긴 채 힘겹게 통과시킨 치과전문의제도, 2002년 타협의 산물로 시작된 치전원(齒專院)과 곧 이어 전 의약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의약분업" 파동 및 그 보복으로 유탄에 맞은 복지부 치과전담부서의 공중분해, 최근에는 AGD 파문, 그밖에도 수많은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대부분의 변화가 결과적으로는 ‘업그레이드"였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튀어나온 대항논리가‘시기상조론"이었다는 점 역시 공통적이다.  눈을 돌려보면 경부고속도로, 정유 및 제철공장 등이 시기상조론의 대표적인 공격목표였고, 국민의 관심은 낮았지만, 부가가치세는 일본 보다, 주민세 균등할은 영국보다 각각 20년 쯤 앞선 것으로 기억한다. 종합해보면 대한민국 현대사(史)의 역동성은 바로 “선견지명이냐 또는 시기상조냐"의 투쟁이었고, 세계가 놀란 ‘압축 성장"은 결국 선견지명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치의신보 1860호 특집 ‘치전원 2회 졸업생·그들은 지금" 은 우리의 깊은 관심사에 대한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 그러나 지적된 문제점의 대부분은 당사자만이 아니라, 치과계 전체가 겪고 있는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경제 불황과 치과의사 과잉배출에 따르는 개업환경의 열악성 등이다. 이에 더하여‘선입견"과, 새로운 제도로 진입한 후배들에 대한 대학 선배들의 ‘이질감", 그리고 사회병리현상인 의치학계 ‘쏠림현상"과 과도기의 ‘인력공급 차질(공보의, 군의관)"까지 이들에게 덤터기를 씌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옳다. 모두가 전환기의 진통이요, 당사자들이야말로 제도초창기를 가장 어렵게 통과하고 있는 우리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전환기의 진통을 빌미로, 배출 불과 2년여 만에 너도나도 “옛날로(예과 포함 6년제) 돌아가자!"에 동참하는‘몰림 현상"이다.  이야말로 치전원 출신을 사생아로 만들고, 우리가 현대의학을 배워온 선진국 백 여 년 전통의 제도를 제대로 운영도 안 해보고 버리는 어리석음이며, 무엇보다도 백년지계(百年之計)라는 교육의 일관성을 잃는 일이다. 목표가 지극히 단순 명료한 군 장교 배출경로도 Academy와 R.O.T.C.와 O.C.S. 등 다양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제도의 취사선택은 대학의 자유이지만, 치전윈제도의 취지자체가 그르지 않다면,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의 개선노력에 먼저 힘을 기울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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