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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뮤지컬 빌리 엘리엇 (Billy Eliott)

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뮤지컬 빌리 엘리엇 (Billy Eliott)


현대발레는 고전발레의 투투와 토슈즈를 벗어던진 것만이 아니다. 고정된 틀을 떠나 자유로운 표현과 안무가 가능함으로써 상상력 넘치는 ‘창조", 즉 창작무용의 길을 활짝 열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는 그 폭이 더 크다.  뮤지컬은 심각한 주제로부터 가벼운 희가극은 물론(Mamma mia!), 극단적 호러(Gore: Evil Dead)에 이르기까지, 소설·영화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면서 공연문화를 휩쓸고 있다.

  

사회·경제학적인 주제를 다룬 ‘빌리 엘리엇"은 그 중에서 전자에 속하여 관객에게 ‘친절"하지는 않지만, 긴 여운을 남길 뜻 깊은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1950년 애틀리 수상이 사양산업 석탄광산을 국유화한 것은, 대영제국을 지탱해온 산업의 ‘쌀" 석탄에 대한 미련과 광부의 고용보장 때문이었다.  ‘영국병"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1984년, 철의 여인 매기 대처는 강성노조가 장악한 탄광의 민영화를 선언한다. 민영화는 곧 폐쇄를 의미함을 직감한 광부들의 필사적인 생존투쟁은 1년이 넘는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이어진다. 대처는 끝내 파업을 분쇄하여 경제를 살려냈으나 광부들의 고통은 극심했는데, 이 혼란에 휘말린 영국 동북부의 탄광마을이 바로 ‘빌리"의 배경이다. 마을의 리더인 아빠는 역시 광부인 큰아들 토니와 연일 시위에 나서면서도, 매일 어렵게 마련한 50펜스를 막내 빌리에게 주어 권투도장에 보낸다. 권투는 아빠가 아는 유일한 ‘광산탈출" 방법이니까. 체육관을 함께 쓰는 발레선생 윌킨슨의 눈에 띤 빌리는 아빠 몰래 권투를 버리고 발레를 택한다.


결국 들통이 나자 아빠는 불같이 화를 내지만, 3년 전 엄마를 잃은 빌리의 호소에 지고 만다. 로얄발레학교 오디션 비용을 대려고 아빠는 파업대열에서 이탈하고, 존경받던 동료들에게 배신자로 찍힌다. 오디션에서 촌뜨기 빌리는 사실상 낙방하는데 번외질문인, ‘춤 출 때 무슨 생각을 하지요?"에 대한 대답이 이 작품의 에스프리인 무용의 철학, ‘Electricity"다. 합격통지서, 그리고 훌쩍 건너뛰어 성공한 빌리가 고향어른들을 초청한 ‘백조의 호수" 런던공연으로 막을 내린다. 눈여겨 볼 것은 역시 춤이다. 초보발레에서 최고급 동작까지, street dance에서 tap dance까지, 춤의 A to Z 를 만끽할 수 있다. 핵심인 보컬에서, 윌킨슨의 파워풀한 허스키와 엄마(dead mom)의 청아한 벨칸토는 90점이 넘는데, 바리톤에 해당하는 아빠의 목 눌린 발성은 기대 이하다. 어리고 부하(負荷)가 큰 빌리(이 날은 정진호)를 배려한 듯, 마디마다 끝부분을 잘라먹는 비호감 창법은 고쳤으면 한다. 단 빌리의 춤과 연기는 단연 일품이고, ‘자유"를 비롯해 합창은 거의 모두가 Bravi! 다.

  

존 포드 감독의 ‘How green was my valley!"는 1941년 10개 부문의 오스카에 지명, 5개를 수상한 명화중의 명화다. 무대는 20세기로 접어드는 웰스의 탄광촌.


푸르른 계곡, 가난하지만 행복한 마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탄광이 비교우위를 상실하자 회사는 광부의 일당을 삭감하고, 몇 대를 힘들게 버티어온 광부들은 파업투쟁으로 맞서지만 대세를 거스를 길이 없다. 팍팍한 형편에도 아빠는 막내만은 광산촌을 탈출시키려고 정규교육을 시킨다. 소설가가 된 막내 휴의 눈으로 돌아보는 ‘성장소설"로서, ‘전환기의 사회상"을 깊이 파헤치고, 약자에 군림하는 강자의 횡포를 예리하게 ‘고발"하고 있다. 고전명작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셈이다.


작가 Lee Hall이 언급했는지는 모르나, 결국 ‘빌리"는 ‘나의 계곡"의 완벽한 Remake다. 관객의 열띤 반응을 보면서 ‘빌리"가 수많은 뮤지컬 중 반드시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작품의 하나가 될 것을 예감한다. 


비평내용이 너무 건조한 것 같아 덧붙이자면, 2000년 영화화 된 이 뮤지컬의 포스터 첫 머리는 ‘Funny"였다. 인간미 넘치는 멋진 유머와 건강한 재미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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