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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지독한 막말
‘통일독립 지켜온 우리 민국에/ 침략자 중공 오랑캐 떼가/ 징치고 피리 불며 밀려 내려 왔네/ 아- 대한의 아들딸들아, 일어나거라// 조국의 한 치 땅도 더러운 발아래 짓밟힐까보냐/ 무찌르자, 쳐부수자, 중공 오랑캐." 제목은 잊었지만 노랫말과 멜로디는 분명하게 기억하는, 초등 시절 부르던 노래다.
금년 봄 H일보에 ‘내숭을 떨어야 산다’는 칼럼이 실렸다. ‘6·25의 노래’를 회상하면서, 지독한 가사에 정나미가 떨어져 떠올리기도 싫단다. 가장 격한 표현이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정도다. “이 노래에 견줄 독한 노래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아마도 H씨는 위의 오랑캐 노래를 모르나 본데, 이것도 북한 노래에 비하면 자장가 수준이다. “제국주의 승냥이, 목을 따자, 각을 뜨자" 등등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친다. 지금도 공영방송에서 한국 대통령을 가리켜‘역적 반도" 라는 말을 예사로 쓴다. 말이란 것은 주고받는 것 일진데 저들의 끝간데 모를 막말·욕설과 우리 측의 한없는 인내는 가히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남으리라.
오랑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남발한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자신은 빛나는 중화(中華)요 천지사방이 오랑캐라는(東夷·西戎·南蠻·北狄) 주장은 국내용으로야 눈감아 주지만 패권주의로 발전하면 인류사회에 가공할 공적이 된다. 패권주의를 쉽게 풀면 오로지 자신의 판단만 옳다는 ‘독선 및 그 강요"에 다름 아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태도도 그렇지만 차기 주석이라는 시진핑(習近平)의 “위대한 항미원조전쟁(6·25)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는 발언은, 이제는 국제사회에 다 밝혀진 북한의 남침설을 뒤집는 적반하장이다. 삼년 여 6·25의 기억 중에 가장 뼈아픈 고통은 산천이 얼어붙은 한 겨울에 겪은 1·4후퇴였고, 그 원인제공자는 ‘중공군 개입"이 아니었던가? ‘도덕성’을 코에 걸고 다닌 미국 대통령 카터는 30년 넘은 독재국가 북한은 외면하고 박정희만 들볶는 외교적 실책을 저질렀다. “나는 평생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라는 말은 가뜩이나 인기가 없던 카터로부터 국민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언론은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라는 말만 빼놓고는…" 라고 꼬집었다.
요즈음 화제인 야당대표 P의 발언과 신통하게 닮았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 ‘거짓말"이다.
세 살 아이도 비웃을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으면서 눈 하나 깜빡 않는다.
오랜 세월 엄혹한 제정러시아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투쟁했던 역사에서, 가명(假名)을 쓰고 거짓말을 하는 일은 제2의 천성(天性)이 되어버린 것이다.
걸출한 지도자 등소평을 만나 ‘개혁과 개방"으로 방향을 잡은 중국은 어느덧 ‘G2"로 성장하였다. 명실 공히 G2 대국의 대접을 받으려면 이제 최소한 ‘거짓말"은 졸업해야 한다. 개혁개방의 종착역은 ‘투명성의 일상화" 즉 ‘거짓말 하지 않기" 아닌가? 체제 비난도 아니요 거짓말에‘수치심"을 갖는 어른(成人)이 되어달라는 주문이다. 쌍스러운 욕설만 막말은 아니다. 진짜 막말은 후안무치한 거짓말이다. 우리는 수교 이후 ‘중공"이라는 표현을 버렸고, 어려울 때 도와준 우방국 자유중국을 외면하면서까지 극진한 예우를 갖추었다. 최악의 세습왕조국가 북조선을 두둔하기 위해 평화와 글로벌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자진하여‘오랑캐"로 되돌아가려는가? 북조선이 진정한 중국의 혈맹이라면 ‘악의 길"을 벗어나도록 따끔하게 꾸짖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돕는 우의(友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