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현황과 미래
‘치과계 10년 먹거리를 찾아라’
"오늘도 퍼펙트 게임?
같은 지역에서 개원하고 있는 친한 동료들끼리 점심을 먹기 위해 만나면서 접한 말이다. 야구에서 선발 등판한 투수가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끝낸 게임을 뜻하는 이 용어가 치과에서는 환자가 한명도 안왔을 때를 가리키는 ‘은어’로 쓰이고 있는 것.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전에 환자를 한명도 보지 못한 날이 이번달엔 며칠인지 손꼽아본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직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환자는 레지던트 2년차는 된 것처럼 점점 똑똑해지고, 정부는 의료계를 강하게 옥죄어오고 있는 현실에 한숨만 깊어진다. 게다가 임플랜트 수가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치과계를 견인할 만한 대안은 무엇일까…."
2010년 그들의 자화상
개원 환경은 무너지고
직원도·정부도 남의 편
힘!들!다!
2020년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10년 대비 TF팀 구성…치과미래 로드맵 필요
치과의사 인력 수급 개선 ‘급선무’
미백 홍보 강화 50~60대 수요 발굴
전문과별로 치과학문 미래 예상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개원환경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2년간 직업전문가 2725명을 대상으로 ‘10년 후 한국의 직업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년 뒤 가장 각광받을 직업 중 두 번째로 치과의사가 꼽혔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치과의사는 유망한 직업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다.
25년째 용산구에서 개원하고 있다는 김상균 원장은 “치과계가 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지만 양적으로는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갈수록 개원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외부적으로는 현지실사로 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세무검증제도처럼 의료계를 옥죄어오는 정부의 정책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내적으로도 불법 유인광고로 인해 화목하게 지내야 할 개원가가 점점 경쟁체제로 돌아서고 있다. 신규 개원의는 무리한 투자와 광고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며 주위 치과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민이 바라보는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게다가 직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구인광고를 낸 지 두달이 넘어도 면접보러 오는 치과위생사가 없다고 여기저기서 하소연이다. 힘겹게 직원을 구해도 관리하는게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다들 직원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인지, 돌파구를 찾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각종 ‘파라치’제도와 ‘내부고발자제도’를 만들어 직원과의 불신을 이미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의료계를 향한 정부의 날선 정책도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이미 비급여수가고지제도가 시행됐고, 연말에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으로 의료인들을 범죄자인 듯 몰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에서는 올해 무산된 세무검증제도를 내년에 다시 도입하려고 하고,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성형수술에도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치과도 안심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 원장은 “치과의사들이 진료를 하게 되면 조금이라도 손에 들어오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당장 일을 그만두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를 접는 것은 과도한 행정업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치과일이 95%였고 행정적인 것이 5%였는데 지금은 너무나 행정적인 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주변의 치과는 어떠한가? 3백만원을 받던 임플랜트 수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져버렸다. 개원환경을 어지럽히는 주범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네트워크 치과의 개원소식이 잇달아 들리고 있음에도 개원가에 와닿는 속시원한 대책마련과 처벌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의료계의 어려운 상황은 수치적으로도 입증이 되고 있다.
전현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민주당 의원이 공단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단이 기업은행과 체결한 ‘메디컬네트워크론’을 이용하는 의료기관수와 총 대출액이 2005년 체결당시 3895개소, 8천2백63억원이던 것이 2008년 3914개소, 1조4천억원으로 3년 만에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경영난으로 아예 폐업을 택하는 병의원도 늘어 2006년 1795개소였던 폐업병원이 2007년 2015개소, 2008년 2061개소로 늘어난 것도 의료계의 어려운 경영난을 방증하는 것이다.
치과의사 과포화… 폭발 전조
수급 조절 가장 시급한 과제
“향후 10년후 성장동력이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해요. 치과의원 수가 과포화예요. 그러니까 진료 자체가 상업적이 되고 과잉진료로 흐를 수밖에 없어요.”
목동에서 개원중인 김도영 원장(김&전치과의원)은 향후 10년 후에 치과계를 이끌 성장동력을 묻는 질문에 치과가 너무 많아서 근본대책이 안선다는 직설적인 대답을 가장 먼저 했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도 가장 먼저 시급하게 고려해야 될 사항으로 치과의사 인력수급에 대한 사항을 꼽았다.
동작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한 원장도 “10년 후면 치과의사 수가 약 8000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3만명이 넘는 숫자”라며 “인구는 점차 감소추세로 간다는데 치과의사 수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다. 치협이 치과의사 정원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