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황당한 어느 토요일 오후 <상>
따뜻한 봄기운과 더불어 대지에 훈풍이 불면 결혼식 청접장이 날아들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태어나는 좋은 계절에 인생의 첫출발이 여기저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 주말 토요일 결혼식장에 가려고 지하철 출구를 나서다가, 길거리아주머니가 전단지 한장 한장을 나누어주며 “아저씨 임플랜트 싸게 합니다. 85만원에 합니다. 바로 이근처 치과입니다”한다.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는가.
치과의사가 된 것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때 친구 2명과 동행중이었다. 한 친구는 세무사였고 또 한 친구는 회사 사장이었다.
“야, 친구야. 치과의사 느그들 왜 저렇게 됐냐? 자존심도 없냐. 결국은 제 닭 잡아먹기인데 어떤놈이 저런 얌체짓을 하느냐?” 이런 친구의 힐난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우리는 입장권을 구할 때나 승차권을 예매할 때 길게 늘어 선 행렬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소수의 몇 사람은 공공질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새치기를 하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은 남들은 오래 기다리건 말건 오직 자기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다라는 이기심이 꽉 찬 망난이다.
근래는 공중도덕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 사람도 보기 드물다.
우리가 스스로 대학을 졸업한 전문 지식인임을 자부한다면 그만큼 주변여건에 대한 상황판단과 책임과 의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이 어려워 별수 없다고 변명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느 사회나 덤핑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질서의 교란 때문에, 덤핑 때문에 전체의료수가의 하락은 고사하고라도 진료가치와 치과의사 직업에 대한 자존심의 하락은 어떻게 할 것인가.
치과 임플랜트가 시장에서 파는 물건처럼 흥정의 대상인가.
값을 많이 깎아주면 자기 가게로 손님이 많이 몰리고 그래서 이익이 생기면 자기는 부자가 되면 그만인가?
한심한 노릇이다. 얌체다. 시장의 논리는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지만 거꾸로 가격 결정이 터무니 없이 낮아지면 수요와 공급자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다. 가격덤핑을 함으로써 수가를 제대로 받는다고하는 동료들은 폭리를 취하는 나쁜사람으로 매도하는 것은 또한 어떻게 할 것인가?
진료행위에 있어서 원가계산식의 가격논리는 말이 안된다. 맹장수술시 메스와 실값을 가지고 가격을 계산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근래 임플란트를 거의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차라리 크라운이나 틀니를 하느니만 훨씬 못하기 때문이다.
임플랜트 얘기를 하다보면 값을 말하기가 곤란하다. 혹자는 자동차도 종류에 따라 값이 다르다는 말로 설명한다는 얘기도 듣지만 치과 진료행위가 물건파는 행위와는 다른 것이 아닌가.
말하기 창피한 얘기지만 나는 임플랜트를 시작한지 20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문제되었던 케이스들이 생각난다. 몇천만원을 물어준적도 있고 “폭탄을 터트리겠다”라는 사람도 있었다. 친구들따라 산을 오르면서도 문제된 케이스에 대한 고민 때문에 옆친구들의 이야기를 못 들은 적도 있다. 잠을 설치고 고민을 하고 있으면 딸아이가 “아빠, 무슨 고민 있어?”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정말 말하기 창피한 얘기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덤핑을 하고 있는 동료들은 사고가 없단 말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일정기간 하다가 도망가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나처럼 가슴앓이를 하다보면 아예 임플랜트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다음호에 계속>
유태영
유태영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