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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관람요금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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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관람요금 절반

  

대한민국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키운 것은 8할이 건설업이다. 국내외의 고속도로 항만·공항과 대수로, 아파트 신도시 등 예를 들기도 숨 가쁜 엄청난 물량의 건설·토목공사가 고속성장의 견인차였다. 경기가 위축될 때마다 부양책 역시 건설이었다.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를 벌이려던 야심찬 계획은 일단 동면에 들어갔지만(대운하), 언젠가는 다시 표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지방에도 건설회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자 수주(受注)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방의 대형공사는 초대형 그룹사와 지역건설사를 5 대 5로 짝을 지워 맡기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당시 지방 건설회사 임원으로서 그룹사와의 합작공사를 경험한 친구의 목격담을 들어보자. 그룹본부 담당이사가 매달 출장을 나와 공사현장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지도한다. 애로사항을 묻고 시정·변경·추가지원을 현장에서 결정하거나 본부에 보고한다. 점검 후 저녁회식은 단순한 단합대회가 아니라 중요한 의견교환의 자리다. 여기서부터 회사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A회사는 회식비 전액을 ‘현장감독"이 지불한다. 거마비로 상당액수의 돈 봉투를 이사 뒷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한다. 봉투와 보고서의 상관관계는 상상에 맡긴다.


B회사의 이사는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내가며 매섭게 점검을 한다. 단 회식비는 물론 쓴 커피 한잔도 모두 이사가 사고, 때로는 격려금 봉투까지 주고 간다.


A의 이름을 여기서 밝힐 수 없지만, B는 바로 삼성건설이다.


삼성은 창업주의 철학대로 ‘사람과 문화"에 집중투자 하였다. 1960년대 삼성장학금은 액수가 가장 컸고, 삼성문고로 출판된 문학작품과 인문서적은 젊은이들의 지적욕구를 싼값으로 해결해주었다. 예술 공연에 대한 기부도 많지만, 리움 같은 미술관 투자 또한 엄청나다. 모두가 ‘인간"에 대한 간접교육이요 투자다. 대졸 신입사원에게 2년의 재교육을 시켜야 현장투입이 가능하다고 개탄한 사람도 이건희 회장이었다. 정유회사에 다니는 큰 아이가 공연관람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회사에서 ‘관람료 절반"을 지급해 준다고 한다. 하도 신통해서 CEO가 외국인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삼성은 몇 십 년 전부터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대답이다.


수준 높은 공연물(物) 제작에는 엄청난 경비와 인력이 들어간다. 사원의 교양을 높이고 폭넓은 감성교육에 덤으로 자부심과 애사(愛社)심까지 따라온다면, 관람료 절반은 턱없이 저렴한 투자요, 효과는 몇 십 몇 백 배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만한 저비용 고효율의 "위탁교육"이 어디에 또 있을까?


지나친 삼성예찬이 되었지만, 대기업의 위상에 거슬리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더라도 그건 이 글의 주제와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고품격공연을 사치로 보는 일부 시선도 바로잡자.


세 가지만 예를 든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문화체험을 도와주는 문화 바우처 예산을(공연티켓 사주기) 대폭 증액하였다. 베네수엘라의 아브레우 박사는 클래식 음악교육을 통한 불우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을 창시, 범죄와 마약의 길로부터 구해낸 공로로, 지난 가을 서울 평화상을 받았다. 영국 문화부장관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단순한 경제적 도움보다는 중산층이 누리는 문화를 접하게 하여, 빈곤탈출의 열망을 갖게 하자고 주장하였다. 이 사례들을 음미해보면 오페라나 뮤지컬은 가진 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대한 위안이요 교육이요 투자임을 알 수 있다.  관람료 절반은 노사화합의 불씨로서도 훌륭히 제몫을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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