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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황당한 어느 토요일 오후 (하)

독자투고
황당한 어느 토요일 오후 <하>

  

<1922호에 이어 계속>


내 진료실 치과위생사중 하나가 TV방송에 자주 나오는 강남 모치과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상당히 임플랜트 환자가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고환자도 많아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 직원 어머님이 본인치과에서 임플랜트를 했다. “임플랜트가 알면 알수록 어려운것이에요.” 우리 직원의 말이다. 아무리 바느질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실수가 있다. 그도 그렇지만 의료행위는 술식 그 자체의 성패말고도 환자 자신이 주의 사항을 잘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의료 행위에 있어서 잘못 될 수 없다는 것은 절대로 없다. 어떻게 지하철 출입구에서 ‘임플랜트가 쌉니다. 얼마에 합니다’하는 가두 선전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참으로 부끄러워서 어디로 숨고 싶은 심정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무슨플란트 치과라고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치과가 백여개가 된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고도의 의료지식과 세심한 주의력이 필요한 치과수술이 무슨 연쇄체인점 장삿속처럼 퍼져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성북구 치과의사회 카페에 들어가보면 참으로 한심한 장면을 본다. 시장 사람들이 모이는 저잣거리에, 축 늘어진 천으로 대형광고선전을 달아놓았다. 경험이 풍부한 R플란트에서 노인을 위한 시술을 하고 있고 경제적인 시술이란다. 1588- 이라는 대표전화를 치과이름과 함께 크게 써 붙였다. 성북구 치과의사회에서 고발을 했지만 그 이전에 양심을 가진 치과인으로서 심각한 자기 반성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근래 이런 치과가 한 두 군데가 아니고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하니 양심을 못가진 치과의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말이 아닌가!


자기 스스로 세포수를 늘려 자기만 커지고 주위건강한 조직을 압박시키는 조직 덩어리를 우리는 암이라고 한다. 주위 동료를 전혀 생각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채우려는, 통상의 질서나 윤리를 대담하게 파괴하는 행위야말로 바로 암적 존재가 아닌가 한다. 암은 점차 자기를 키워서 건전한 주위를 망가트리고 끝내는 사람이 생명을 잃게 한다.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암적 존재는 끝내 조직 전체를 무너트리는 것이다. 어떻게 이 암적 존재를 제거할 방법이 없을까?


내가 진료하고 있는 우리 동네에도 얌체 후배들이 덤핑을 하고 있고 그래서 나한테 고민을 호소하는 주위 동료들도 있다. 요즘 친구들 모임에 가서 “야! 치과 요즘 비참하게 됐더라.” “지하철 입구에서 덤핑선전하더라.” 이런이야기를 들으면 얼굴이 붉어지기전에 차라리 치과의사가 된것을 후회하게 된다.


치아 경조직에 인공매식체를 식립하거나, 인공뼈를 이식해 골조직을 강화해서 매식체를 식립하고, 그 위에 보철물을 시술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는 일이다. 몇 개월이 걸리는 그 술식 과정에는 수많은 위험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신경마비, 골수염, 치조골흡수, 골파괴, 상악동염, 식립치파절…


어떻게 물건팔듯이 진료행위를 매도한다는 말인가?


그날 오후 다른 약속을 포기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오후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치과의사협회 지도층이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물론 있는 것으로 안다.


문제는 협회 구성원인 우리도 스스로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본다.


환자와 의사간의 사적인 상담시에 진료수가가 높고 낮아지는 것은 별개다. 길거리에서 값이 얼마하고 떠들거나 신문지상이나 지하철 광고를 하는 행위야말로 근절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먹고사는 단순한 생명유지 차원 말고 우리의 자존을 지키며 유지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태영
유태영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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