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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끼어들기
대한민국 해병대 창설의 모델인 미 해병대 역사는 독립선언보다 앞서고(1775), 군가 첫 소절에 나오는 ‘몬테주마"가 멕시코 건물인 것처럼 원정전투가 주 임무다.
대사관 경비 등 온갖 궂은 역할을 도맡아, 국내외에서 조국을 위하여 가장 많이 기여해온 역사 깊은 부대이건만, 의회에서는 연례행사처럼 ‘폐지문제"를 논의한다.
공격(assault)군이라는 성격이 대외적으로 평화 이미지에 거슬리고, 막강한 화력과 상륙장비 유지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해병은 헤진 옷을 기워 입으며 단돈 십 달러라도 아껴 예산을 반납하는 전통을 지켜왔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대 국민 홍보를 통하여 호의적인 여론 일으키기에 힘을 기울인다.
현빈은 연상의 억척녀(김삼순)나 무술로 단련된 당찬 아마조네스(길라임)걸이 애완(愛玩)하고픈 순수남의 매력을 가졌다. 제법 까도남(까칠한 도시남자)행세를 해보지만, 그저 생수가 아니라 증류수임을 들어내는 데 그치는 순둥이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여흥 도우미"가 해어화(解語花)였다면, 여성시대를 맞아 해어 접(蝶)이 등장한 것이다. 배용준, 이병헌과는 색깔이 다른 새로운 한류 캐릭터로 비상하기 직전에 나비는 날개를 접고, 자신의 로망이던 빨간 명찰의 얼룩무늬 군복에 팔각모를 썼다. 모범 훈련생으로 2% 안에 드는 특등사수였다니, 당당한 대한민국 해병으로서의 자질을, 팬들에게는 우상이 될 자격을 100% 증명한 셈이다. 훈련을 마친 현빈을 사령부에서는 모병(募兵) 홍보병으로 배치하려 했으나, 열화 같은 반대여론에 밀려 포기했다고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첫째, 지원제에는 ‘모병과정의 홍보"가 필수다. 국민 개병제 틀 속에서 유일하게 ‘지원제"를 고집하는 것은 우수자원의 확보는 물론, 해병대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둘째, 모병 외에 ‘국민 여론을 향한 호소"가 있다. 미국의 예처럼 참모총장이 없는 해병대는 예산과 인사에서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는다. 북괴의 연평도포격 당시 K-9 자주포 응전태세를 보며 70년대 해군군의관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상륙용 탱크(LVT) 가동률이 40% 미만이라 했다. 상남훈련소의 낡은 M-1 소총은, 잡아당기면 방아쇠뭉치가 통째로 빠져나와 분해조립 훈련이 불가능 했다. 한겨울에 동초(動哨)에게조차 내복을 충분히 지급하지 못했다. 해병대 홍보에는 다방면의 호소가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북한의 특수부대에 대하여 거의 유일한 억제장치인 해병대의 장비현대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시점이 아닌가. 미국 군사영화 중에도 해병대영화가 많다. Sands of Iwo jima, Marine Let"s Go, A Few Goodmen 등등.
셋째, ‘특기 살리기"의 이점이 있다. 군의관, 법무관 등 특과에 장교계급장을 붙여주는 것은 불편 없이 특기를 발휘, 군에 이바지하라는 뜻이 아닌가. 2차대전 때 존 포드감독은 중령계급장을 달고 기록 및 홍보영화를 찍었고, 제임스 스튜어트는 공군 준장이었다. 소설가이자 언론인 선우휘는 피아의 심리전을 관장하는 정훈 대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현빈이 이름 없는 나팔수로서, 특기를 살려 군예대(軍藝隊)에 배치되었다면, 여론의 매가 이토록 빗발쳤을까? 개중에는 혹시 일말의 ‘배 아픈 병" 증상이 섞이지 않았는가? 의사가 잘해주려 하면 할수록 치료가 빗나가는 VIP 신드롬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유명인사와 함께 복무하는 내무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편한 점은 생각해 보았는가. 사실 매사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왜 자꾸 남의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는가. 왜 해병대를 가만히 두질 않는가. 현빈으로 하여금 해병대에서도 날개를 펴게 하라. 나비는 날아다닐 때에 보기도 좋고 제 값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