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길 ‘치과건강보험’ (1)
절망 속에서 찾은 기회
최근 개원환경 변화에 따라 치과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치협 보험위원이면서 대한치과보험학회 학술집담회, 서울치의신협 강연 등에서 자신의 실제경험을 토대로 보험의 중요성과 청구노하우 등 유익한 정보를 소개한 진상배 원장의 기고를 몇회에 걸쳐 게재한다.
한 아주머니께서 필자의 치과에 오셨습니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흔들리고 아픈데, 이를 빼고 임플랜트 치료를 하면 얼마인지 궁금하다고 하십니다. 남편분께서 세군데는 가보고 비교해서 고르라고 했다고 하시네요. 이미 한군데 치과를 다녀오셨다고 하는데, 치아를 발거하고 2개의 임플랜트 시술을 하는 치료를 제안받았고, 그럴 경우 임플랜트치료비를 할인해 줌은 물론이고 스케일링과 마모증 치료는 서비스(?)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하며, 여기서는 얼마나 더 할인해줄 수 있는지, 어떤 것을 서비스로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시는 환자분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치과선생님들 및 치과관계자 분들, 과연 이렇게 해서 임플랜트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까요? 여기에 대한 답을 알기 전에 저와 함께 치과건강보험에 대하여 잠깐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존대말을 사용하고 싶지만, 불필요하게 계속 양만 늘리는 것 같아 이 후의 글부터는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1. 보험진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된 계기
졸업후 12년만의 개원, 그리고 개원 1년간의 심각한 경영난
2007년 11월 2일, 나는 잔액 “-(마이너스)95,814,484원”이라고 적힌 통장을 보고 있었다. 개원한지 1년도 채 안된 때였다. 과거의 일들이 아련히 떠올랐다. 수련과 병역의무를 마치고 종합병원 치과과장과 모교의 임상강사 등으로 졸업후 12년이 지난 2007년 1월에 개원을 할 때만 해도 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턱관절치료는 수련을 받고 임상강사까지 역임했으니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서울의 중소병원 치과과장을 하며 꾸준히 세미나 등에 등록해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일반보철, 수술, 임플랜트 등도 누구 못지 않게 할 자신이 있었다. 대학원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도 취득한 상태였다. 이제 환자들만 오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당시의 약속표를 보면 하루 환자수가 3~5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몇 명이 약속취소라도 하면 하루 종일 환자 한 명도 안보고 귀가하는 날도 있었다. 매달의 말일이 고통의 연속이었고, 급기야는 개원초 비상시를 대비해 만들어둔 마이너스 통장이 11월에 이르러 바닥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한치 앞도 안보이는 캄캄한 상황이었다. 개원 전부터 보험은 싸구려이며, 원가도 안 나오고, 청구를 많이 하면 여러가지로 귀찮게(?) 군다고 하는 등의 보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광고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는 치과도 아닌 이상 환자들이 마구 몰려오지도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어쩌다 오는 환자들도 치료비가 비싸다며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당시 스케일링수가를 6만원으로 책정했는데, 비싸다고 안 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병원의 입지, 지역 주민들의 수준 등 남의 탓을 많이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사로서 기술적인 부분은 어땠는지 몰라도 환자를 인간적으로 이해해주는 부분이 많이 모자랐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의사가 무턱대고 비싼 비보험 치료를 권하는데 선뜻 동의할 환자들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보다 환자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지금도 가끔 든다.
절망 속에서 우연히 찾은 기회
필자는 2007년 1월에 개원했지만 정작 보험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은 2007년 말부터이다. 그전에는 청구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보험청구를 많이 하면 건보공단이나 심사평가원에서 귀찮게 군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한 몫을 했다. 따라서 청구건수며 청구액이 보잘 것 없었다(2007년도 공단청구액이 월평균 200만원이 안되었다).
2007년 말부터 잘된다고 소문이 난 치과를 몇 군데 방문해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 보험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원장님들을 보게 된 것이 큰 자극이 되었고, 치주치료목적의 스케일링은 보험적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치과에 처음 방문해서 파노라마방사선사진을 촬영하고, 구강진찰을 한 후 치주치료를 위한 전악스케일링을 받게 되면 환자가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은 19,800원이다. 기존에 받던 6만원의 수가에 비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이 적은 금액이다. 또한 병원측서 볼때도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을 합한 총치료비가 66,280원으로(2010년 기준), 오히려 비급여 스케일링수가보다도 많다(이 점은 현재의 비급여 스케일링 수가가 장기간 인상되지 않았는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치과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비보험 치료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우울한 자료이기도 하다). 또한 후속치료가 이어지며 꾸준한 양치교육과 치근활택술, 소파술 등을 통해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된다(후속치료시에도 보험치료비는 계속 발생하게 된다). 이를 필자의 치과에 적용시켜 본 바 환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자연스럽게 내원환자가 증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관악구보험이사를 맡게 되었고, 협회 보험위원에 위촉이 되었다.(당시 추천해주신 이충규 관악구치과의사회 직전회장님과, 박영섭치무이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원장님들의 건강보험 진료 및 청구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고, 나 혼자만 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또한 보험위원회에서 만난 다른 위원분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여담이지만, 보험청구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원장님들께는 우선 해당 지역의 보험이사를 맡아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다.
<다음호에 계속>
진상배 원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보험위원
·관악구 치과의사회 후생이사
·메디덴트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