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결혼하고 나서 집사람과 몇 번이나 다툰 건 순전히 코골이 때문이다. 일부러 코를 고는 것도 아닌데 그때마다 와이프한테 좀 서운하기도 했다.
20살에 독립하여 지금까지 혼자 사느라 나는 내가 코를 심하게 곤다는 걸 모르고 지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난후 집사람이 불면증으로 나날이 피폐해지는 것을 본 후 코골이 수술을 여기 저기 알아보았다. 하지만 금액은 둘째 치고 수술적 처치는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아프다 해서 포기하고 비수술적 처치를 알아봤는데 이것도 매일 마우스피스를 물고 자야한다는 것이다. 선택한 결론은 집사람이 비행기용 귀마개를 하고 자는 걸로 반 강제적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집사람의 모습에서 평생을 아버지와 거꾸로 주무신 어머니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이야기는 십몇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병원에 계실 때다.
다들 걱정스런 마음에 혹여 무슨일이라도 생길까 집이 병원 정문에서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환자실 앞에서 아버지와 누나, 나 이렇게 병실 앞을 떠나지 못하고 의자에서 기다렸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이고 누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아버지와 함께 중환자실 문 앞을 지켰다
아버지가 피곤하신 것 같아 의자에 누으시라 하고 난 다시 기다리는데 나도 모르게 의자에 누워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누군가 심하게 나를 흔들어 깨운다. 비몽사몽 쳐다보니 간호사 분이다. 왜 그러시냐 하니 여기서 주무시지 마시고 아버님 모시고 집으로 가라는데 두명의 코고는 소리에 중환자실 환자들이 잠을 못잔다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 의료계와 환자분들의 안정과 수면을 위해 우리는 누나와 바통 터치를 하고 집으로 와서 편하게 잤을 정도로 나와 아버지의 코골이는 정점을 찍는다.
뭐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크고 작게 코를 곤다고 한다. 나도 그 부류의 일부이고.
그러나 코골이에 대해 더욱 우려가 되는 건 멀지 않은 미래에 태어날 나의 2세가 나의 코골이를 어떻게 생각할까이다. 내가 알고 있는 동료 중 한 사람은 딸이 자기 코고는 소리에 깨서 자기의 뺨을 쳤다는 웃지못할 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그다지 개운하지는 않았다.
병원에 가도 딱히 이렇다 할 처방은 없고 우선 살을 좀 빼고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운동이 우선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시간 날 때 마다 운동을 좀 해야겠다.
우리 가족들의 쾌적한 수면과 나의 건강을 위해….
강동희
태경산업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