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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齒&通] 치과의사들을 위한 속담

&

 

치과의사들을 위한 속담

 

특정집단의 사람들에게는 그들에게만 통용이 되는 언어가 곧잘 있다. 은어라고 통칭되기도 하고 속어라고도 지칭이 되기도 하는 이 언어는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 역시 크게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은어가 풍자적인 성격마저 가진다면 유희로서는 금상첨화이다.


치과의사들 사이에 ‘지렁이’라는 은어가 있다. 치과의사들이 용을 그렇게 표현한다. 처음 누가 이렇게 표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날카로운 해학과 재치가 엿보인다. 알고 보면 지렁이는 한문으로는 지룡(地龍)인데 순 우리말처럼 들리는 지렁이로 바뀐 것이다. 백채(白寀)가 배추로 바뀐 것과 같은 예이다. 물론 용을 지렁이로 비유한 최초의 치과의사가 이러한 어원적 기원까지 알고 그런 조어법을 구사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용을 이무기나 구렁이도 아닌 지렁이로 표현한 것은 최고의 개념을 아무런 어색함 없이 최저의 경지로 끌어내린 지적인 해학이자 재치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은유 형식까지 갖추었다.


우리말 가운데는 신체를 가리키는 말을 빌려 은유적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샅샅이’라는 말이 있는데 관용구로서는 ‘샅샅이 찾다’나 ‘샅샅이 파헤치다’는 표현이 사용된다. ‘샅샅이 찾다’,‘샅샅이 파헤치다’는 가랑이 사이까지도 파헤치며 찾아보는 것을 나타낸다. 이때 샅은 가랑이를 즉 두 다리 사이를 의미한다. 샅바나 사타구니 등도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골목을 나타내는 고샅의 샅도 같은 의미이고 쇠고기에서 사태는 샅 부위의 고기를 말한다. 이렇게 신체를 나타내는 말을 빌려 어떤 상태나 현상을 나타내는 관용어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


신체의 일부를 빌어 관용어를 만드는 말 가운데 치아는 뛰어난 은유 소재이다. ‘암니옴니’라는 말이 있다. 암니는 앞니가 변해서 된 말이고 옴니는 어금니를 나타내는 말이다. 어문학자들은 옴니의 옴은 어미를 뜻하는 엄이 변한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이 ‘앞니’와 ‘어금니’가 합해져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즉 ‘암니옴니’는 앞니나 어금니나 다 같은 치아인데 자질구레하게 앞니니 어금니니 하고 따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주 자질구레한 것, 또는 그렇게 자질구레한 일에 대해서까지 좀스럽게 셈하거나 따지는 모양을 가리킨다.


“그렇게 암니옴니 따지지 마세요”라고 하면 자질구레하게 따지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는 말이다. 우리 치과의사들 입장에서는 앞니냐 어금니냐를 따지지 말라니 펄쩍 뛸 이야기이지만 아무튼 관용적으로는 그렇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단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그리 정교하지 못하고 ‘암니옴니’, ‘앞니엄니’ ‘옴니암니’ 다 같은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말로는 ‘미주알고주알’, ‘콩팔칠팔’, ‘콩칠팔새삼륙’ ‘옴니깜니’ 등이 있다. 모두 첩어적으로 중복되거나 유사하게 반복적인 음율 사용으로 강조의 기능까지 겸한 것이 공통적 특징이다.


미주알고주알 역시 신체의 일부를 나타내는 말을 사용하여 관용어를 만든다. 이 말은 엄니옴니와 비슷하다. 미주알고주알은 ‘쓸데없는 것까지 따지다’라는 ‘암니옴니’의 의미에 추가적으로 여자들의 수다를 표현하거나 불필요한 참견 등을 표현할 때에도 곧잘 사용된다. ‘미주알’ 도 신체의 일부분을 빌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을 말한다. 안에서 보면 창자의 끝, 밖에서 보면 항문이다. 고주알은 어떤 의미를 가지지는 않고 말의 음율을 맞추어 좀 더 부드럽게 또는 어의 전달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된 말이다. “세월아 네월아”에서 ‘네월아’와 같다.


말미잘은 참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바다생물이다. 말미잘을 본 사람은 그 모습을 떠올려보면 알겠지만 원통형의 몸통에 입 주위를 둘러싼 촉수들의 모습이다. 선조들은 이를 보고 마치 말의 항문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말ㄸ구녕이다. 옛사람들은 주변의 생물에 이름을 붙일 때는 대개 그 생물의 생김새나 성질을 빗대어 이름을 붙였다. 나팔을 닮은 나팔꽃, 넓적하게 생긴 넙치, 길다란 장어 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말미잘을 그대로 말ㄸ구녕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었다. 결국은 ㄸ구녕의 다른 표현인 미주알을 가져다 말미주알이라고 불렀다. 말미주알. 이것이 변하여 말미잘이 된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비왜하게 들리는 단어의 경우 좀 더 부드럽게 돌려 표현을 한다거나 완곡한 표현 방법을 사용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러한 표현 방법보다는 저열한 화법을 사용하는 듯하다. 화법만이 아니라 행동도 그렇다. 앞에서 이야기한 ‘샅’이라는 단어의 경우에도 그렇다. 샅샅이 찾는 행위는 가랑이까지 벌려가며 찾는다는 말이므로 상당히 공격적인 행위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모욕감이 남는다. 이 샅샅이 찾는 공격적인 행위가 곧잘 일어나는 곳이 공항이다. 문익점은 명주씨를 붓뚜껑 속에 숨겨 국경을 통과했다는데 이는 점잖은 방법이다. 요즘은 샅 언저리나 그보다 더 깊은 곳에 물건을 숨겨서 들어온다고 한다. 상상만 해보아도 민망해지는 이러한 행위가 종종 기사화 되곤 한다.


요즘 사람들 가운데는 은근슬쩍 자신의 샅이나 미주알을 내보이는 사람들조차 있다. 70세가 넘어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보험을 가입하게 해준다’는 방송을 해대던 광고가 있다. 한 보험회사가 그 동안 애써 오신 우리나라 노인들을 위하여 큰 혜택이라도 베푸는 것 마냥 떠들어 대는 광고이다.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해서 부득이하게 자신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내놓은 특별상품이라고 떠들어대는 이 광고는 상식인들의 입장에서는 장사치의 냄새가 심하여 민망하기도 하고 속이 거북스럽기조차 하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그 사람만 손해라는 투의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기만성 광고. 아무튼 악연이 기연을 이룬 것이지만 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광고의 연기자를 내세운 광고가운데 노인들을 위한 임플랜트 광고가 생각난다. 광고주의 샅 사이에 숨겨진 미주알까지 내보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임플랜트 광고. 이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그 안에는 장사치로 전락한 저열한 치과의사의 위상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해지는 것은 비록 나 혼자만일까.


사람들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결과가 결국은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왜 모르는 것일까. 아무튼 옴니암니하지 않고서는 옴니암니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옴니암니’는 어의가 더 확장되어 어떤 일을 할 때 이래저래 드는 비용까지도 뜻한다. “안 쓴다 안 쓴다 해도 옴니암니 계산해보니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라는 표현이 이런 경우에 사용된다.


기왕 치아 이야기가 나왔으니 어금니에 관한 속담 한 토막. 우리 속담 가운데 ‘지렁이 어금니 부러질 노릇’이라는 속담이 있다. 또는 ‘지렁이 어금니 가는 소리’라고도 한다. 줄여서 ‘지렁이어금니’라고하면 명사형으로 터무니없는 노릇을 말한다. 이는 지렁이에게는 어금니가 있을 수 없다는 데서, 아주 터무니없는 짓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을 현대적인 표현을 하면 아마 다음과 같지 않을까?


 “지렁이 임플랜트 심는 노릇” ,“유지돌 임플랜트 하는 노릇”. 이런 노릇이야 말로 지극히 터무니없는 노릇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상명

전주 아중정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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