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라는 학문은 넓고 깊고 높아
평생 걸쳐 서서히 완성돼 가는것
돼지뼈 이용 임상실습 국내 보급
시작하면 새벽까지 열정 강의 소문"

함 원장은 군복무를 마치고 작은 종합병원에서 치과과장으로 짧게 있다가 88년 초 잠실에서 개업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치주를 전공해도 일반치료를 주로 하면서 사는 치주과의사들이 대부분이다. 당시는 더 했을덴데. 왜 이 사람은 특별한 길을 갔을까. 수술을 연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돼지턱뼈를 이용하는 공부방법을 국내에 실질적으로 보급한 것도 이 사람이다.

- 개업은 어땠나.
89년 거품경제가 시작되고 전국민 의료보험이 되면서 치과에 환자가 넘치는 때였다. 그래도 나는 치주과의사로서의 identity가 있었다. 수술에 대한 실습을 해보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원숭이가 제일 좋겠지만 너무 비싸고 구할 수도 없었다. 누군가에게서 돼지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도축장이 있다는 마장동과 가락동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단골 정육점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내 얘기를 듣고는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그 사람이 구해온 돼지머리를 퇴근 후 정육점에서 함께 해부했다. 아래턱뼈만 떼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중에는 노하우가 쌓였지만. 그때가 1992년이다.”

-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강의도 많이 하다가 다시 유학을 갔다.
“가르치면서 오히려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 내가 기본이 약하다는 자괴감이라고나 할까.선진국은 어떤지 알고 싶은.”

- 그래서 알게 되었나.
“처음에는 치주라는 학문의 끝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겸손을 배웠다. 워싱톤대학에서 20~30년 된 치료자료와 그 결과를 보면서 장기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도 예전에 전치부 임플란트를 그림같이 했다며 세미나에서 자랑하고 떠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내원한 환자를 보면 그 케이스가 이제는 실패 케이스로 분류되더라.

- 두 번 써먹으니까 좋은 것 아닌가. 한번은 성공으로 또 한번은 실패로(웃음). 함 원장은 강의를 열정적으로 한다. 강의를 시작하면 새벽까지 한다는 소문도 있다. 슬라이드 자료도 방대하고 치밀하다. 강의할 때 보여주는 슬라이드를 보면 모든 문헌을 읽고 정리해서 만드는 것 같은데, 슬라이드 하나 만드는데 반년은 족히 걸리겠더라. 강의할 때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나.
“한국은 경험과 개인적인 의견을 위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연자가 대부분이다.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결여되어 있는거다. 그래도 요즘에는 사람들이 저널과 참고문헌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과라는 학문은 넓고 깊고 높기만 하더라. 치과의사는 평생에 걸처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Never ending story지.”

뜨거운 열정을 짧은 기간 가지는 사람들은 가끔씩 본다. 하지만 오랜기간 동안 그 열정을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도 이른 새벽 3시에 일어나 논문을 읽고 강의를 준비한다는 사람. 만만치 않은 나도 질리게 만드는 사람. 치과의사 함병도다. 

1일 명예기자=박상섭 원장

■ 1일 명예기자 박상섭 원장은…
지령 2000호의 1일 명예 취재기자인 박상섭 원장은 본지 월요시론 집필위원이면서 서울 강서구의 리빙스톤치과에서 일한다. ‘잘되는 병원 안되는 병원’이라는 책을 낸 바 있고, 최근에는 유학생활의 경험을 담은 ‘I am a dentist’라는 책을 출간했다.
microdd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