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스탭 감축 삼성서울병원치과
2015년까지 폐과 잠시 유보?
병원측 “구조조정, 경영적자 이유 아니다”
“특수중증진료 집중 … 치과는 계속 유지”
지난해 연말부터 구조조정 논란에 휩싸였던 삼성서울병원 치과(과장 오태석·이하 치과)가 이달부터 최종 7명으로 축소된 교수진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
총 17명의 교수 인력 중 10명이 정리됐는데 2명은 계약만기 후 퇴직, 8명은 강북삼성병원과 한남동 삼성계열 치과병원으로 분산 배치됐다. 100여명에 이르던 스탭진도 직무전환 등을 통해 30~40% 감축됐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중증질환 중심으로 병원운영방향을 개혁한데 따른 구조조정일 뿐 치과를 계속해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과는 현재 남아있는 전공의들이 수련을 모두 마치는 2015년까지 ‘폐과’가 잠시 유보된 것 아니겠느냐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치과 구조조정 바람은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12월 각 7명씩 선발키로 했던 인턴 및 레지던트 인원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인턴선발은 포기, 레지던트는 4명만 받겠다는 결정이었는데 사실상 이때 병원에서는 ‘폐과’를 생각했다는 것이 치과 내 핵심인사들의 목소리다.
삼성서울병원의 이같은 구조조정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일류화 추진단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윤 사장은 삼성그룹 내에서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전문경영인으로, 취임과 동시에 양보다 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병원을 암이나 심혈관질환, 장기이식 분야 등 고령화와 관련된 중증질환 특화 병원으로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맥락에서 첫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 일반 의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치과로 해석된다.
병원 측은 치과의 경영적자 때문에 구조조정이 단행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 “수익적인 측면의 문제는 아니다. 병원 전체 운영상에서 치과의 적자문제 해결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모대학(성균관대학교)에 치과대학이 없어 치과가 병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이번 구조조정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중증환자가 적은 치과를 일반진료보다는 구강악안면외과 등 특수중증진료에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해 나가며, 종합병원으로서 치과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교정, 보철, 보존, 소아, 치주, 구강악안면외과 등 현재 유지하는 수준에 그친 6개 세부 진료과목을 2~3개로 축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병원 측은 향후 전공의 선발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며 수련기관으로서의 역할은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치과 자체적으로는 더 이상의 전공의 선발 등 수련기관으로서의 지속성은 사실상 끝났다는 판단이며, 올해 뽑은 레지던트 1년차 4명이 수련을 마치는 2015년 이후 과의 존속 여부도 미지수로 보고 있다.
오태석 치과 과장은 “모든 교수들이 병원 측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치대병원과 종합병원 치과의 경쟁력을 비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욱이 직접적인 치과 중증질환자는 아니더라도 타과의 중증환자들이 끊임없이 치과를 찾고 있다”며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아무런 노력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조직을 축소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현재로서는 끝까지 치과를 지키며 축소된 인력으로 최상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이 정도면 다른 종합병원 치과들은 구조조정 바람에 더욱 속수무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종합병원 치과에서 근무했던 모 관계자는 “종합병원 치과의 경쟁력은 논문발표 등 연구적인 측면보다는 의료진의 임상수준과 일반 의과 및 개원의와의 협진체계가 얼마나 잘 갖춰졌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이번 삼성서울병원 치과의 구조조정이 다른 종합병원 치과들의 축소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