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고용됐다 ‘독박’
편법 형태로 운영 수십억 환수처분 ‘요주의’
오는 8월 1일부터 1인 1개소 의료기관 개설 원칙 위반과 사무장병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사무장 요양병원에 근무한 개설원장이 16억원이 넘는 환수처분을 받은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져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달 30일 대구광역시에 있는 모 요양병원 개설원장인 백모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백 원장은 의사 면허가 없어 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 이씨에게 매월 9백만원의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고용돼 지난 2009년 2월 요양병원을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뒤 2010년 8월 31일까지 이 병원에서 진료하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총 16억2천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 받았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지난해 6월 백 원장이 요양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이 씨에게 고용돼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며 16억여원의 환수처분을 내렸다. 백 원장은 이에 불복해 공단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같은 해 8월 24일 기각결정이 내려지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이번 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의사가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진료행위를 했다면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며 “이는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백 원장은 자신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했지만 이씨로부터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진료행위를 했을 뿐이고, 실질적인 개설자는 이씨라고 봐야 한다”면서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을 자신의 명의로 개설해 공단에게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점에 비춰보면 건강보험법상 환수처분의 상대방”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세영 협회장은 “일부 피라미드형 치과가 편법을 통해 사무장병원 형태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경각심을 주는 판례”라며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치과의사도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면허정지에 해당되는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이 사무장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의 개설원장으로 근무하다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의 환수처분을 받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들에게 큰 경각심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중순에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홍모 원장이 공단으로부터 1억6천만원의 환수조치를 당하자 요양급여비용 환수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오모 원장도 지난 2006년 사무장 요양병원 개설원장으로 근무하다 적발돼 공단으로부터 28억원에 달하는 환수처분을 받은 바 있으며, 아직까지도 행정소송이 진행중에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돼 진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1년 범위 내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키는 행정처분 외에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조항까지 두고 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