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51번째
“Where are you?”
영어 받아쓰기 시험 시간, 책가방을 들어 올려 짝꿍과 벽을 쌓았지만 내 마음의 벽은 더 높게만 느껴진다.
구수한 선생님의 발음이 시작된다. “Boy”, “Girl”, ”Dog”… 아… dog? bog? 뭐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나에게 영어는 참 낯설고 신기한 학문이었다. 그땐 그랬다. 누구나 그랬듯이 중학생은 되어야 알파벳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5살 된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하늘을 보고 외친다. “It’s sunny.”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주위에서 ‘너 몇 살이니?’ 물어보면, 아이는 조용이 손가락을 다 펴서 올리곤 했었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요즘 아이들 입에서 쉽게 영어 문장들이 흘러 나온다. 이젠 이 아이들에게 영어는 더 이상 낯설고 신기한 학문이 아니다. 그저 한글과 똑같이 배워가는 언어일 뿐이다.
아침 7시, 아이들을 깨우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아 밥을 입에 넣는 건지, 코에 넣는 건지도 모른 채 한 그릇을 겨우 비워낸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아이들은 학교로 유치원으로 달려간다. 그렇게 바쁜 오전 시간이 지나고, 오후 1시부터 아이들이 돌아온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에 오지 않는다. 다시 영어학원으로, 미술학원으로, 태권도 학원으로, 어쩌면 그렇게 일사불란(一絲不亂)한지 각 학원에서 학원으로 담당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아이들은 장소를 옮겨간다. 5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사람은 학습지 선생님… 그렇게 저녁이 되어서야 아이들은 쉼을 얻는다.
이게 요즘 아이들의 현주소다. 학교 끝나고 들판에, 공원에서 친구들을 만날 시간에 아이들은 학원에서 친구들을 대한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농구, 축구를 하며 친구들과 친해지라고 농구클럽, 축구클럽에 보낸다. 그러니 공터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정말 잘 크고 있는 걸까? 마음껏 뛰놀며 세상을 배워가던 시절은 이제 없다. 부모와 선생님들의 계획대로 아이들은 짜임새 있게 세상을 배워간다.
우리 아이들은 누구의 뜻대로 잘 크고 있는 걸까? 되고 싶은 미래를 향해 꿈을 키워가며, 노력하던 시절은 이제 없다. 부모와 선생님들이 원하는 꿈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다들 창조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얼마 전까지 이 아이들을 하나로 만들었던, ‘제 2의 교복’이라 불리던 아웃도어가 생각난다. 등교길에 만나는 아이들 모두의 똑 같은 아웃도어 복장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똑 같은 옷은 물론 똑 같은 삼선 슬리퍼에 똑 같은 헤어 스타일의 아이들. 이 아이들의 모습은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더 이상 어른들의 잘못과 욕심의 희생제물로 우리 아이들이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의 성화에 밀리듯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본다.
어서 빨리 더 좋은 세상과 더 좋은 문화가 우리 아이들을 더 밝은 세상에서 뛰놀게 할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완기
두드림 치과전문간호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