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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60번째] 영어를 잘 하고 싶다면…

Relay Essay
제1860번째


영어를 잘 하고 싶다면…

  

“어떻게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어떻게 하면 어학연수 안가고 당신처럼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


내가 영어공부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저 두 가지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개중에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의 영재교육으로 혹은 타고난 재능으로 영어를 잘 하는거 아니냐며 어림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2007년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How are you?’에 대답도 못하고 ‘Can you speak English’ 라고 물어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레 겁먹고 도망가는 나도 그 어느 누구 못지않은 그냥 ‘영어 못하는 사람’ 이었다.


2007년 그 해 봄 막강한 동기가 갑자기 생겨버린 날.


왜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나만의 기막힌 사연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나만의 강력한 동기. 그건 바로 우리 어머니였다. 나에게 거창한 꿈이 없던 시절, 영어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없었고 홀로 해외여행을 가서 유창하게 말하고 싶다거나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거나 하는 꿈은 일체 없었다.


당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과외비용을 받아서 몰래 쓴 적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나름 큰 돈 이었고, 그 과외비용이면 한 달 한 달을 남부럽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기에 딱 한 달만 거짓말하고 그 다음부터는 진짜 과외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던 게 세월이 훌쩍 흘러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의심하기 시작하셨다. 꽤 오래 동안 영어과외를 시켜놨으면 영어 한두 마디는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별 성과는 없어 보이고, 과외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고… 이런 딸을 점점 의심하기 시작한 어머니는 어느 날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은지야, 너네집 강아지는 잘 있니? 가 영어로 뭐니?” 이 짤막한 질문에 난 바로 대답하지 못했고, 그러자 어머니의 의심 강도는 나날이 높아만 졌다. 이게 바로 내가 영어공부를 하게 된 계기다. 혹자는 그냥 웃고 만다. 그냥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대들이여… 우리 어머니를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 어머니 별명이 ‘불도저’이다. 정말 엄하고 무섭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매를 드시는… 혼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시작한 게 이렇게 훌륭한 결과를 나아버린 것이다.


꾸준함과 타고난 연기력이 관건이었던 나의 영어공부.


뭐든지 꾸준히 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우린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진부한 표현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이긴다는 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난 하루에 4시간씩 일주일에 7일을 공부했다. 몇 일전에 하버드 대학생들의 공부법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인터뷰를 했던 학생들이 평균 하루에 4~5시간씩 공부한단다.


그 당시 근무했던 병원에서 퇴근하면 바로 앞 커피숍으로 가서 공부를 시작해서 보통 11~12시까지 공부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짜 ‘공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어는 습득이고 배움이고 체험이다. 어떻게 습득하고 그걸 체험해 보느냐가 관건이다. 수학문제처럼 해답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게 아니고 국사 과목처럼 암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대로 받아들이고(습득) 모르던 표현들은 책이나 매체 등을 통해 알아가고(배움) 그것들을 실제로 사용해보는(체험) 일련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처음 6개월은 커피숍에 앉아서 하루에 4시간씩 다양한 영어회화책을 보며 습득하고 혼자 연습했고, 그 후에는 일주일에 다섯 명의 다른 외국인들을 만나 내가 그 동안 혼자 연습했던 것을 실전처럼 써먹어봤다. 그랬더니 통하더라. 내가 말한 것에 대해서 외국인이 알아듣고, 그리고 또 그가 말을 하고 내가 대답하고… ‘대화’가 통한다는 것에 대한 짜릿함은 느껴본 자만 안다. 이렇게 실전에서 써먹어보면 그 표현들은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어버릴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언어는 ‘연기력’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언어는 표현이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슬플 때는 슬프게, 기쁠 때는 기쁘게 표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정은 얼어있는데 ‘I’m great.’이란다. 나에게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면 언어에 대한 감이 아니라 바로 연기력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것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소위 말하는 ‘미드’라는 것을 많이 접하면서 극중 배우들이 놀랄 때는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제스쳐를 취하는지 많이 보고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억양이 생기고, 리액션이 생기고 영어가 편해진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가?


진부한 표현 같겠지만, 습득-배움-체험을 꾸준히 하고 다양하게 접하라. 그리고 연기하라. 그리고 제발 다른 사람의 방법을 따라서 하려고 하지마라.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그 사람들의 방법은 참고만 할 뿐이고 그 길에서 본인의 방법을 터득하라.


이은지
치과위생사(중앙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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