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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줄임 말이 센스?

줄임 말이 센스?


# 1
“응! 아빠 나 지금 김천에 있어요.”


늦은 저녁시간에 아직 귀가하지 않은 딸아이가 염려되어 전화로 지금 어디냐고 묻는 말에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답한다


“ 뭐? 어디라고? 김천?” 순간 25년전에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경상북도 김천까지의 거리와 그 곳과 딸아이의 연관성을 재빠르게 계산하고 상상해 본다. 도무지 지금 이 순간 거기에 갈 일도 없고 갈 시간도 아닌데 거기서 전화를 받고 태연히 말하는 수화기 너머 녀석의 말에 몹시 당황되었다


“너 거긴 왜 갔는데?”“응, 배고파서 친구들하고 밥 먹으러 왔어요”“ 아니 밥 먹으로 김천까지 갔어?”“… 왜 안돼? 집 근처잖아” 그렇다, 딸아이와 나는 서로 다른 김천을 두고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대표적인 체인분식집 가운데 하나를 줄여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는데…잠깐이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순간이다.

  

# 2


“원장님, 오늘 임프까지 진행하시나요?”


순간 아니! 내가 모르는 치과용어가 있었던가? 당황되었다. 잘못 들었는가 싶어 다시 물었다 “뭐? 임프?” 그제서야 빙그레 웃음 띤 얼굴의 팀장이 “아, 네 임프레션이요!”


일상생활에서의 줄임 말의 사용이 점점 더 그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구석 구석까지 들어와 있음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청소년들의 대화를 엿듣다 보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때가 많다. “야, 오늘 생파해야 하는데 생선 준비했어?” 도대체 생파는 뭐고 생선은 왜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은 생일파티에 생일선물을 가르키는 줄임 말인데 통역이 필요한 수준의 대화이다.


그네들 사이에서는 보다 많은 줄임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멋있어 보이고 또 못 알아듣는 상대방의 어리둥절함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러면서 자연스레 왕따가 생기고 의사소통의 벽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간은 금보다 귀한 것이어서 어쩔 수 없는 언어사용문화라고 이해하고 넘어 가야 하는 지 난감하다. 흔히 대화는 배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상대방의 상황과 이해의 수준과 마음의 상태를 고려해서 친절하고 겸손하게 말하는 습관보다 더 강력한 의사소통의 힘은 없는 것 같다.


욕설과 국적불명의 단어와 알 수 없는 줄임 말의 남용은 가뜩이나 어려운 세대와 계층간의 소통의 단절을 더 부추길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우리말의 품격을 매우 손상시키는 반 애국적 행위이다.


말이 덕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름답고 긍정적이고 칭찬의 말은 사람을 살리지만 거칠고 부정적이며 비난의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언어폭력의 심각성은 이미 인터넷에서 뿐 아니라 학교, 가정, 직장 등 모든 곳에서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평범한 진리가, 비난하는 목소리의 크기로 힘의 서열이 매겨지는 사회속에서 여전히 붙들고 싶은 격언이고 또한 줄임 말의 사용이 센스와 젊음의 척도로 여겨지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그래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그대로가 주는 감동이 그리운 시대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진
크리스탈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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