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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연 전문]미국 치과의료 위기와 탐욕의 네트워크치과 (1)

특별강연 전문


미국 공공청렴센터 데이비드 히스 기자

 

미국 치과의료 위기와 탐욕의 네트워크치과

  

저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훌륭한 치과의사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훌륭한 치과의사선생님들이 많이 와 계실 거라 확신합니다.


몇 년 전에 사랑니를 뽑다가 신경이 절단됐습니다. 그 신경은 완치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저는 계속해서 쿡쿡 찌르는 느낌을 갖고 살아야 했습니다.


또 몇 년 전에는 보존과 의사가 엉터리로 근관치료를 하다가 치아 하나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정말 나를 화나게 한 건 그가 저에게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른 치과를 찾은 뒤에야 저는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치아를 바꾸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사실 제가 이 보도를 조사하는 도중에도 임플란트를 시술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유닛체어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난 뒤 저는 새로운 치과를 찾을 때 철저히 조사를 하고 갔습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실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치과의사를 만났거든요.


하지만 제가 겪은 고통을 통해 나쁜 치과의사들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불행하게도 치과체인들에서 나쁜 치과진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기업형 치과에 대한 탐사 결과를 발표하려고 합니다. 저는 PBS ‘프론트라인(Frontline)’에 방송될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거의 1년 가까이 미국의 기업형 체인을 조사했습니다. 또 같은 내용으로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공공청렴센터’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공공청렴센터’는 탐사 보도 전문 비영리 언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업형 체인을 조사하며 알게 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도나 켈시(Donna Kelce)라는 중년 여성은 치과에서 윗니를 모두 뽑아 틀니를 끼워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치아가 어찌나 튼튼했던지 의사가 수시간 동안 씨름을 했지만 결국 다 뽑지 못했습니다. 이후 다른 치과를 찾아갔더니, 그녀가 뽑은 치아 중 적지 않은 치아가 애초 뽑을 필요가 없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10대 자매인 사라 케클러(Sarah Keckler)와 버지니아 케클러(Virginia Keckler)는 체인형 치과에서 충치가 9개나 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프로그램의 고문 치과의의 소견에 따르면, 이 자매에게는 단 한 개의 충치도 없었습니다.


▪3살짜리 아동 마리사 마레스(Marissa Mares)는 치과 의자에 묶여 고통 속에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마리사의 치수(pulp)를 제거하고 그 위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크라운을 씌우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다른 치과에서는 마리사가 크라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체인형 치과에서 일하는 의사와 실장의 증언에 따르면 체인형 치과에서 모든 결정은 의사가 아닌 회사가 내린다고 합니다. 제니 헤인스(Jenny Hayens)라는 실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체인형 치과에서 경영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의사가 아닙니다. 이들은 의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죠. 이들이 설정한 목표에 미달한 의사는 직장을 잃게 됩니다.” 체인형 치과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분명 살릴 수 있는 치아인데도 종종 뽑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그곳에서 일을 그만 뒀는데요, 우리에게 이런 말을 전하더군요. “더 이상 그곳에서 일할 수 없었어요…그곳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들에게 치아를 뽑을 것을 설득하는데 할애합니다.”


치과의사들은 흔히 이런 체인형 치과를 두고 “치과 공장”이라고 비꼽니다. 체인형 치과가 마치 공장처럼 병원을 운영하기 때문이죠. 어떤 체인형 치과는 틀니 전문이어서, 환자들에게 끊임없이 치아를 뽑으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체인형 치과는 크라운 치료 전문이어서, 아이들에게 충치가 엄청나게 많다고 겁을 주곤 하죠.


치아를 뽑고 미리 제작한 크라운을 씌우는 것은 값싸고 손쉬운 치료법이어서 이윤이 많이 남습니다. 반면 유치에 충전(filling)을 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이윤도 크라운 치료의 절반밖에 안 남습니다.


물론 체인형 치과에도 역량이 우수하고 환자를 배려할 줄 아는 의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중 다수는 막 치과대학을 졸업해서 학자금 대출로 20만 달러 가량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압박 속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일을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 돈을 가급적 많이 벌어야 한다는 압박, 환자보다 이윤이 우선이라는 압박 말입니다.


체인형 치과는 의사들이 벌어온 돈을 기준으로 보너스를 지급합니다. 실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제도 때문에 의사들은 비싼 치료를 권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습니다. 실장들도 어떻게든 환자들이 돈을 쓰게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지요.


체인형 치과는 의술로 돈을 벌지 않는 의사가 있냐고 반박합니다. 체인형 치과든 아니든 이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논리이지요. 하지만 만약 자영업 의사라면, 매달 하달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고가 되진 않겠지요. 회사와 이윤을 나눠 가질 필요도 없을 겁니다.


 물론 의사가 충치를 더 찾아낸다면, 그 의사는 돈을 더 많이 벌겠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의사들이 충치에 대해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리더군요. 아마 여러분은 충치 판별 여부가 아주 명확할 것이라고 생각하셨겠지만, 충치를 하나라도 더 찾는데 혈안이 된 의사들은 심지어 치아에서 땀구멍만한 구멍까지 찾아내 충전을 한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치료를 불필요한 것으로 봅니다.


일단 충전이 이뤄지면, 다른 의사가 거기에 정말 충치가 있었는지 판별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증거가 훼손돼 버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모든 치과 환자들은 부도덕한 의사 앞에서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자영업 의사에게 평판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책임져야 하는 훌륭한 의사들은 불필요한 치료를 해선 안 된다는 압력을 받습니다. 저는 의사들은 대부분 환자를 속이는 행위를 도덕적으로 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훌륭한 의사들은 가급적 환자를 속이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저는 한국에도 이런 기업형 체인 치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백컨대, 저는 한국의 기업형 체인 치과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듣기로, 한국의 기업형 체인 치과 또한 유사한 사업 모델을 추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15년 전만해도 미국에는 기업형 체인 치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치과 시장의 1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업형 체인 치과가 이렇게 급성장한 데는 사모펀드로부터 자본이 유입된 탓이 큽니다. 미국에는 사모 펀드가 소유한 기업형 체인이 최소 열다섯 곳에 이르는데, 이들은 부유한 투자자들을 위해 고수익을 창출하려 애씁니다.

 

<13,14,15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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