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우리사회에 불고 있는 ‘멘토-멘티’ 열풍. 치과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규모 청중을 대상으로 한 연자의 일방적인 강의 일변도이던 세미나 시장에서 연자와 청자 간 멘토-멘티 형성을 중시하는 소규모 강연형식이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대학 동문회들은 선후배 간 1:1 연결고리 마련에 더욱 힘쓰는 분위기다.
치협도 정책적으로 은퇴예정의 치과의사와 젊은 치과의사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등 치과의사들 간 멘토-멘티 연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치과계 문화 현상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짚어봤다.
# 이제는 연자와 1:1 매칭 원해요
개원가에서 숨은 교정 고수로 소문나 있는 A원장은 최근 동료들을 위한 멘토를 자처하고 소규모 세미나 프로그램을 구성해 참가인원을 모집했다. 상당히 비싼 강의료에도 불구하고 신청한 인원은 10여명. 벌써 3회째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이 세미나에 대한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단순히 교정임상만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펼쳤던 A원장의 경영노하우와 환자관리법, 장기적인 신환 유치법까지 1:1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A원장은 “과거에도 주변 후배나 동료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식적인 조언들은 해 왔다. 이 같은 조언을 한번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개원가의 니즈에 부합하는 과정이 될 것 같았다”며 “평소 궁금하던 것을 세미나장에서가 아니라 보다 가까운 일상에서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선배나 동료를 찾는 치과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자와 청자 간 쌍방향 연계는 이미 소규모 연구회들을 중심으로 세미나 마케팅 시 강조하는 부분으로,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임상이나 병원경영에 대한 개인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는데 큰 장점이 있어 관심을 갖는 치과의사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파악해 최근에는 한 치과의사가 유명 임상·경영 연자와 일반 개원의를 1:1로 매칭 해주는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자문 의뢰비를 받으며 수익성 있는 멘토-멘티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끈다.
앞서 치과의사 온라인 커뮤니티나 각종 세미나 사이트를 통해 임상고민을 해결해 주는 코너가 있었으나, 검증되지 않은 임상지견이나 일부 회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등 한계가 있었다.
사이트 개발자는 “멘토를 찾길 원하는 멘티들에게 보다 손쉬운 경로를 제공하고, 숨은 임상고수들도 멘토로 발굴해 보자는 취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치과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동문선배 삶 듣고 싶어요
각 대학 동문회들은 임상적인 도움보다 인생의 선배로써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을 해주는데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치의학대학원 동창회와 여자동문회, 부산치대 동창회 등이 정기적으로 후배들과 멘토-멘티 연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창회 측에서는 일반적인 간담회보다 멘토-멘티 연결행사가 선후배간 더 높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치협 차원에서는 이 같은 멘토-멘티 연결문화를 정책적으로 접근해 은퇴예정 회원과 젊은 회원들을 연결시켜 효과적인 병원 인수인계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제도가 잘 정착되면 선배가 후배 치과의사에게 임상과 경영노하우를 가르치며 점진적으로 병원지분을 넘겨 은퇴 후에도 수익을 갖고, 젊은 치과의사는 초기 과도한 개원비용과 경영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협 경영정책위원회는 이 정책의 일환으로 현재 치협 홈페이지를 통해 은퇴/신규 예정 치과의사 양도·양수 프로그램 신청자를 받고 있다. 모집된 인원은 오는 12월 1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개원 및 경영정보박람회에서 자유롭게 매칭 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 희망 없는 사회 불안감 반영 현상
이 같은 멘토-멘티 문화가 떠오르는 이유는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개인들의 불안감이 깊게 반영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사회학자는 “사회가 일정수준에 이르러 성장이 둔화되면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이에 따라 개인들은 앞서 자신들에게 닥칠 미래를 먼저 살았던 경험자의 조언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며 “그러나 지나치게 멘토에게 의지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공허감을 불러올 수 있다. 자신의 내면과 맞서 스스로 문제해결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