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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없는 ‘묻지마 대출’ 빚더미 나락 추락

시장조사·개원비용 세세히 따진 후 설계, 카드론 사용금물 신용등급 악영향

K은행 대출상담사 A씨의 상담자 중 60~70%는 치과의사다. 개원 대출 전문인 그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치과의사들이 너무 많다.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진 상황에서 이런 식의 ‘묻지 마’ 대출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대출은 상환의 부담을 수반한다. 개원 환경이 악화된 만큼 ‘빚의 수렁’으로 빠지는 치과의사도 속출하고 있다.


수년 전 ‘엔저 현상’에 편승, 대출권유를 받아들인 치과의사들이 파산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던 사례나 최근 광주의 한 치과의사가 연이율 241%의 고금리 사채를 썼다가 이자 압박을 견디지 못해 사채업자를 고발한 사건들은 치과의사가 더 이상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직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 개원환경 악화에 대출 기준도 ‘UP’
치과의사 면허증을 내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액을 내주던 시대는 갔다. A 상담사는 “개원 환경이 악화되면서 대출 환경도 덩달아 나빠졌다”며 “예전에는 5억 대출도 가능했는데,  개원가 내부 경쟁이 심해지면서 1억 이상의 대출 가능 편차가 생기고 조건도 훨씬 까다로워 졌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의 기준도 높아졌다. 제1금융권 개원자금 대출인 ‘닥터론’은 신용등급 6등급 이내에 들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A 상담사는 “의외로 신용등급이 나쁜 치과의사들이 많다. 고객 중 한 분은 카드론을 썼다가 7등급이 나와 몇 달간 곤욕을 치렀다”며 “대출에 앞서 본인의 신용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에서는 매년 1회씩 신용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신용정보회사의 경우 1년에 2~3만 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본인의 신용등급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 권리금만 보고 신청 낭패
부득이하게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문가들은 자금 운영 계획을 빈틈없이 설정하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출업계의 B 상담사는 이와 관련 “시장조사, 소요비용 등 세세하게 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권리금 등 자리 값만 보고 대출상담을 신청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밝혔다.


비영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금융전문가는 “권리금, 임대료 등 입지비용과 인테리어, 장비, 인건비 등 운영비용 등을 세밀히 파악해 놓는 게 우선”이라며 “개원 초기 2~3년은 자리를 잡는 시기인데, 소요비용과 상환액을 따져서 연 단위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만기일시 상환이 부담이 된다면 상환 연장이 되는 상품을 골라 차근차근 상환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대출 타이밍도 고려해야 한다. 언제 빌리느냐에 따라 대출 가능액수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닥터론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개원의 C 원장은 “연초에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 대출 상환 심사를 연말에 하기 때문에 그즈음에 대출하게 되면 몇 달 치 수입을 기준으로 1년 수입을 산정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페이닥터로 자금·경험 축적 유리
금융 전문가들은 일단 페이닥터로 자기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해 놓고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개원 전문 D 컨설턴트는 “대출을 써야 한다면 자기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닥터론-자기자금-담보대출 순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좋다”며 “자기자금부터 쏟아 부은 후 부족분을 대출받으려고 하면 추가여력이 없다고 판단돼 대출에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개원한 치과의사들 역시 대출이나 경영에도 일정 수준의 경험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페이닥터를 거쳐 최근 충주에서 개원한 E 원장은 “페이닥터 시절에 배운 게 평생 간다고 하는데, 최소 2곳 이상의 치과를 경험하고 자기 방식으로 체화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지역 개원 2년차 F 원장도 “1년 이상 페이닥터를 하다보면 경영방식도 눈에 들어온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