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최근 발표되고 있는 치과의사와 관련된 몇 가지 지표들이 치과의사의 암울한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고용정보원이 ‘2013 한국직업정보 재직자 조사’ 결과를 분석한 직업유망성 점수 발표에 따르면 치과의사가 무려 79위라는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784개 직업을 대상으로 한 만큼 조사 대상 범위가 넓어 10% 내에 들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기엔 석연찮다.
왜냐하면 다른 의료 전문직인 마취통증과의사, 피부과의사, 성형외과의사가 각각 1,2,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직업으로 꼽히는 변호사, 회계사, 수의사는 각각 6위, 8위, 10위를 차지해 치과의사와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한 2013년도 치과의사 직업만족도는 87위, 2012년도 만족도는 266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에 반해 2013년에 발표된 치과의사의 감정노동 정도는 19위로 나타나 좋지 않은 감정에 시달리면서 만족도는 낮은 ‘불편한 현실’에 맞닥뜨리고 있다.
# 치과의사 전망없다 우후죽순 비판
문제는 치과의사와 관련한 부정적인 지표들이 뉴스로 보도되고 인터넷상에서 퍼날라지면서 고착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곧 청소년들이 진로를 설계하고 직업을 선택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장차 치과계를 이끌어갈 ‘젊은 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치의학전문대학원을 비롯 의학전문대학원과 약학전문대학원 입시전문 모 사이트에서는 치과의사 직업만족도가 낮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의사가 갑이다 ▲치과의사 몰락한다 ▲의사>치과의사 등 검증되지 않은 비약으로 몰고 가고 있다.
모 원장은 “치과의사와 관련한 부정적인 통계가 확산돼봤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적으로는 희망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풀 수 없는 실타래 자괴감으로
무엇보다도 치과의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치면서 느끼는 피로감, 무력감, 자괴감이다.
강남의 한 개원의는 “치과보조인력에 대한 국가 정책이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문제로 인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조인력을 갖출 수 없는 현실에 직면, 치과병의원 경영이 어려운 황”이라며 “게다가 국가의 의료영리화 정책은 의료에 전념하고자 하는 치과의사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진료에 전념해도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치과의료를 따라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치과의사는 거대자본과 맞서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개원가의 어려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소한의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높은 비용, 공공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수십 가지 문서들, 세무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차입금 등도 치과의사로서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 소규모 의료기관 줄도산 위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로 치과의사 인력수급 적정화가 대두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앞으로 수도 없는 소규모 치과의료기관들이 도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1980년대 초반 일본 치과의원의 도산이 심심치 않게 시작돼 치과대학 감축과 치과의사 숫자 감소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당시 전국에 22개 치과대학이 있었던 것이 현재는 통폐합을 거듭해 숫자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면허를 강화해 절대적인 치과의사 숫자를 줄여오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치과의료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닥쳐올 것이 불 보듯 선명하게 보인다”고 우려했다.
치과계 한 원로는 “내부적으로 치협과 치과의사들이 지역사회로부터 도덕적 권위를 인정받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어려운 시기를 맞아 위기를 기회로 삼고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