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대리석 바닥에 흥건한 피, 그 옆으로 확대되어 나타나는 누워있는 시체, 그리고 나타나는 우리의 해결사, CSI, 형사들, 탐정들….오전 진료를 끝내고 점심시간, 나는 미국 드라마(일명 ‘미드’)에 빠져 사건, 사고, 검시 장면 등 밥맛 돋우는(?)화면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며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어려서부터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에 빠져 추리탐정 소설의 길로 접어들어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 보고 기괴한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까지 읽으면서 웬만한 자극에는 무뎌지기도 했으나 사이코 패스들을 처리하는 절제되고 훈련된 살인범이 주인공인 드라마 ‘덱스터’, 양들의 침묵 프리퀄에 해당하는 한니발 렉터 박사와 FBI 프로파일러 윌과의 심리 전쟁을 그린 드라마 ‘한니발’ 등은 잔인함과 그 자극도가 밥맛 돋우는 수준을 가끔 넘어서곤 한다.왜 이런 추리물을 소중한 점심시간에 보고 앉아있는 건지 나 스스로도 궁금할 때가 있다. 개원하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초기에는 진료의 어려움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도 사람들 자체를 상대하면서 오는 피로감에 더 머리 아프곤 했다. 가끔 독특한 사람들을 상대한 경우 내가 치과의사로 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사로서의 내공이 필요한 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