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편지
한 달 후면 드디어 2015호를 탄 그대들이 이 행성에 도착하겠군요. 레이더에 그대들의 존재가 잡히기 시작하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번잡 무미하던 이곳의 일상에 이내 잔잔한 흥분이 일기 시작하죠.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친구들과 뛰놀던 동네, 떠날 때 염려와 격려의 손을 흔들어주던 부모님 얼굴, 또 우주선 안에서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 부대끼며 미운 정 고운 정 들어버린 동료들… 아마 지금쯤이면 한 달 후엔 그들과도 헤어진다는 시큰함이 마음에 부딪혀 올 겁니다. 생각보다 파동이 커요. 뭐랄까 전우애 같은 거니까요. 커피 한잔 마시다 문득 서로 눈이 마주치며 센치해 지는 순간들 하나하나 부디 기억하시길. 그 커피 향이 뜬금없이 불어 와서는 알 수 없는 힘을 주곤 합니다.호기심과 걱정들로 착륙 전 마지막 테스트 준비에 집중하기 힘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통은 상황 그 자체보다 그 상황에 저항하느라 쏟는 마음의 에너지 때문에 배가되곤 하죠. 어쩔 수 없는 것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채로 품고 견디어냅시다. 담백하고 우아하게. 대신 긴 시간 전적인 몰두로 지쳤을 그대들을 위로 할 작은 자리가 마련되어 있답니다. 뭐, 곡강연에 비한다면야 한참 초라하지만, 어느덧 연례행사가 되
- 오지연 서울치대동창회 부회장
- 2014-12-23 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