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고등학생 아이는 굳게 닫힌 방안에서 뭘 하는지 언제 자는지 알 수가 없다. 중학생 때는 감정의 기복만 보이더니 고등학생이라고 핸드폰을 장만해 주자마자 이성 친구부터 사귀어 학원이 끝나고 들어올 시간에도 소식이 없다. 기분이 좋을 때는 웃음소리가 하늘을 찌르며 ‘오바’하다가 갑자기 침울해 져서는 ‘불러도 대답 없는 당신’이 된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엄마는 어리둥절하다. 이 와중에 엄마는 먹어라, 먹어라, 빨리 자라, 빨리 자라며 같은 소리만 반복하니 식상한 아이의 귀에는 우이독경이다. 잘 먹어야 에너지도 생기고 키도 쑥 쑥 클 텐데, 젊은(?) 그들은 건강을 과신하며 MSG의 맛만을 선호한다. 빨리 자야 다음날 피곤하지 않게 일어나고 학교에서도 안 졸릴 텐데 아침잠이 그리도 많으면서 가볍게 엄마 말을 무시한다. 낮에는 종일 헤매다가 해가 뉘엿뉘엿해지면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 해 지며 그들만의 리그를 시작한다. 그 시간에 이미 늙은 엄마는 기운이 빠져 귀가한 아이에게 갈 감시의 눈길을 거둘 수밖에 없다. 혹시 일부러 저러는 건가?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왠지 조심스러워서 굳게 닫힌 아이 방문은 두들기지도 못한다. 참는다.
지난 주말에 ‘암살’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해방 전 만주의 조선 군관학교의 총잡이가 대장이 되어 3명의 암살단을 꾸려 일본인 조선 총독과 대표적인 친일파를 처단한다는 내용이다. 1920년대부터 10년간 꾸준히 일본군을 괴롭혀 온 만주 지역의 김좌진 장군의 ‘북로 군정서’ 부대의 청산리 대첩 이후 보복으로 간도 대학살이 있었던 것과 해방 직전 조선에 진군하려고까지 계획했던 우리나라의 무장 독립운동 역사를 적극 증언한다는 점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무척 의미 깊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주제를, 친일파 아버지와 독립운동가 어머니 사이에서 난 쌍둥이 여형제의 출생의 비밀과 처음에는 활동에 소극적이던 무장 독립 운동가들이 점점 상황에 몰입되어 목숨을 바치는 과정이 엮여 극적인 요소를 극대화 시켰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조승우, 김혜숙 씨 등의 베테랑 배우들이 특별 출연하여 영화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믿었던 동지의 배신과 친일파의 아들의 희생 등이 반전 구도를 이루며 재미를 더했고, 마지막 임무 완수 때는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우리 역사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영화를 보다가 문득 1909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