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ll a long face”하면 “죽상을 하다”의 의미다. 여기서 long은 ‘엄숙한, 우울한’이다. 옛 어른들은 얼굴이 너무 길면 ‘밉상’이라며, 2세들 배필 고르기에서 일단 제쳐놓으셨다. 이제는 얼굴이나 체격이 서구화하여 이문세씨의 착한 ‘말 상’은 오히려 매력이 되었지만 전형적인 긴 얼굴은 턱이 큰 치받이(Class III 부정교합)로, 어렸을 때 인형 같던 책받침의 여왕이 성장호르몬 장애로 얼굴과 턱이 길어지면서, 180cm 장신이 된 브룩 쉴즈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말투마저 썰렁한 김구라씨는, “비호감 전성시대”의 풍조 속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막장드라마의 달인 임성한 작가가 중도하차한 적이 없고, 소위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조영남씨와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로 살아온 김수미씨가 공개적으로 싸우고도(‘나를 돌아봐’에서), 노이즈마케팅쯤으로 쉽게 풀리는 것을 보면, 비호감과 막장은 보다 센 자극을 은근히 바라는 국가적인 사회병리현상 같다. 동물의 세계는 다르다. 초원의 신사 기린이나 사슴은 물론 정작 얼굴이 긴 말도 선(善)한 이미지다. 44세의 아까운 나이에 과로로 쓰러진 처녀시인 노천명은 사슴을 두고,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어쩌다가 TJB 대전방송의 “문화를 생활화 합시다”라는 공익 캠페인에 출연했더니, 가끔 처음 보는 분에게 인사를 받는다. 불과 10여초쯤의 노출인데 미디어의 위력은 과연 놀랍다. 그림의 배경은 대전시립미술관 로비, 고 백남준씨의 비디오 작품 ‘프랙톨(fractal) 거북선’ 이다. 예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등 사기죠”라던 고인의 ‘고등’화술(話術)에 넘어가지 말라. 작품은 초당 대여섯 번 동영상이 바뀌는 4백여 대의 TV 모니터와, 수족관과 박제 거북이 등 백여 개의 오브제로 구성되어, 3,5 x 4 x 6,7m의 크기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1993년 대전 엑스포 당시 제작되었고, 시대현상을 표현함은 물론, 날개형상을 한 거북선의 노가 미래로 비상하는 진취적인 기상을 뽐낸다. 다만 전시공간이 좁아 화면 배치나 오브제의 예술적인 퍼스펙티브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음은 유감이다. 언젠가 넓은 배경을 거느린 활짝 열린 새 항구를 찾아가기 바란다. 현대문명의 배설물들을 마구 쌓아놓은 듯 불규칙한 형태 속에서 ‘시대정신’을 읽으려는 시도를, 혼돈(chaos) 속에서 어떤 로직을 찾아내려는 사색에 은유하여, 프랙톨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터이다.20년 전 치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