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구
온 세상을 돌며 페이닥터도 하고, 대진의도 하고, 검진의도 하고, 종병과장도 했다. 최근 4개월간 선배님들, 동기들과 함께 신규 개원자리를 겨우 찾았다. 병원 인테리어 하면서 가구를 골라야 하는데, 사실 나는 가구가 싫다.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녀서다. 광주, 대전, 강남, 동작, 안산, 수원. 같은 동네, 심지어 같은 건물 내에서도 이사를 해봤다. 월세, 전세, 자가, 기숙사, 사택, 단독주택,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아파트, 주상복합 안 살아본 방식이 없다.가구는 뭔가 무거워서 무섭다. 가구 발이 내 발등을 찍고, 모서리가 옆구리를 찌를 것만 같다. 포장이사 같은 거 하면 좋은데, 학생 때 이사를 다니고, 신입일 때 다니니까 몸으로 나르고, 좁은 공간에 뭐 들어가지도 않고, 어떤 교직원들이 대학 기숙사의 공간에도 맞지 않는 가구들을 계약해버린 바람에 문도 제대로 안 열리는 학교 기숙사에 살아서. 기숙사도 학기 때마다 방을 옮기라는 통에 새 학기의 시작은 땀으로 얼룩지고 아름답지 못했다. 수험생이라고 촘촘하게 3면을 막아버린 독서실에 사람을 강제 수용시키질 않나. 고등학교때, 대학때, 국시때.이사하기 귀찮으면 버리고 가도 되고, 엘리베이터 없고, 바퀴가
- 주현성 카이스트치과의원 원장
- 2015-04-30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