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5번째 추억 속의 보스톤 (상) 삐삐삐삐…새벽의 어둠을 깨우는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5시 30분. 어제 마신 막걸리의 숙취를 뒤로 하고 주섬주섬 운동복을 껴입고 성내천으로 나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실개천이 흐르는 성내천변을 따라 달리다보면 붉게 물든 단풍사이로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걸려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새벽길이지만 거친호흡과 요동치는 심장소리 그리고 튼튼한 대퇴근을 자랑하는 두 다리가 나의 달림길을 함께하는 든든한 오랜 친구라 그리 외롭지만은 않다. 달리다보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희로애락’. 이 모든 것들이 뒤엉켜 살아 가는게 인생이지만, 힘들고 지칠때마다 나를 지켜주고 힘을 주는 원동력은 바로 마라톤여정의 추억들이다. 그중에 보스톤마라톤대회를 달렸던 기억은 평생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설레임을 안겨주는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같은 것이다. 가슴 한켠에 고이 간직한 보스톤마라톤의 추억들을 설레임 가득안고 펼쳐본다. 평소처럼 새벽 4시30분 기상. 간단히 샤워를 한후 호텔밖으로 나오니 많은 분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계셔서 같이 가볍게 몸을 풀고 준비된 찰밥으로 아침식사를 한후에
제1494번째 농사와 진료 상큼한 흙냄새를 맡고 싶어서 한참 동안 밭에 엎드려 호미질을 하다 문득 앞산의 낙엽송 나뭇가지위에서 몇 마리 왜가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푸드득 날아가는 소리에 허리를 펴고 이리저리 둘러보니 어느새 정상에 있었던 운무가 서서히 밀려내려 오고 계곡 바람이 심심찮게 귓가를 스치며 지나간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치열했던 공간과 시간의 치열함의 끈이 느슨해진 것에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호사스런 여유를 이제 누리는 것도 점점 익숙해진다.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쯤 비가 올 것 같은 조짐이란 느낌이 들자 이번 가을에 심을 알타리 무는 작년보다 적기에 심을 것 같다는 생각에 농부처럼 마음이 흐뭇해졌다. 모종보다는 파종이 수확을 위해 시기와 날씨가 아주 중요하다. 예부터 훌륭한 농부는 손바닥을 펴 바람을 느끼며 파종할 시기를 알아보았다고 했는데 얼추 하는 짓이 이리저리 눈치로 감잡고 하는 게 아직도 사이비 농사꾼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제 밤이슬 오기 전에 서둘러 로타리 마무리하고 파종하는 게 밭의 작업보다 마음의 호미질이 더 바빠졌다. 옆에서 난 인기척에 놀라 뒤돌아보니 마을 농사꾼 털보 노총각이 어느새 이리저리
제1493번째 졸업 20주년…추억으로의 여행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유한(有限)한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지나간 시간은 과거가 되고, 지금 이 순간은 현재이며, 다가올 시간들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이다. 우리 인간은 이 시간의 어떤 때에 이르러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고,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시간들을 꿈꾼다.대학을 졸업한지 20년이 되는 올해 우리 동기들은 지난 시간의 추억으로 되돌아가는 모임을 가졌다.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고속도로를 2시간 달려 모교에 도착해 보니, 옛날 우리가 다녔던 교정이 아닌, 대학입구에 반듯하게 들어선 대학과 병원건물 앞에 벌써 몇몇 동기들이 전국에서 도착해 있었다. 10주년 이후 처음 보는 동기, 그리고 졸업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학교 다닐 때의 모습 그대로인 친구도 있었으나, 20년이란 세월 앞에 머리엔 탈모와 하얀 서설(瑞雪)을 이기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모교 방문행사에서는 새로 지은 교사와 병원의 탐방시간이 있었는데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최첨단의 교육시설과 병원시설을 갖추고 있어, 요즈음 학교 다니는 후배들이 무척 부러웠다. 학교
승마 사랑과 마우스가드 전도사(하) <지난호에 이어 계속> 그러던 몇 년 전, 지인들과 ATV를 타려고 집을 나선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친구가 이번엔 사륜바이크 대신 승마장을 가보자고 한 것이다. 승마라? 조금은 불안했지만 재미있을거 같아 선뜻 경로를 바꿨다. 다행히 그 친구가 전화번호를 알아와 길을 물어 찾아간 곳은 9월의 중순이라 단풍에 물든 한국의 가을은 가는 길 내내 감탄을 참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물어물어 돌아돌아 찾아간 곳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연과 접한 곳이었다. 마치 승마장이 산 속에 놀이터처럼 자리잡고 있었기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냥 설레었다. 처음엔 제주도에서와 같은 빠른 체험승마를 예상하고 갔지만, 실제 생초보인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약간의 이론 강습과 느린 걸음의 평보, 달리는 듯한 느리면서도 경쾌한 걸음걸이(알고 보니 중급자 이상에서 즐겨 하는 좌속보)연습이 전부였다. 특히 애초엔 빠르게 달려나가는 ATV를 타고 가을 산책로를 누빌 것을 상상하고 갔었기에 이날의 경험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고, 이후에도 한동안 승마가 이렇게 느린 속도로만 진행되는 것인
승마 사랑과 마우스가드 전도사(상) 제1491번째 8월 어느 일요일. 무더운 여름이었다.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1시간 가량을 달려서 도착한 승마장. 어제 비가 와서 오늘은 조금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 길을 나섰지만, 역시나 태양은 굉장히 강한 존재인가 보다. 푹 찌는 듯한 햇살 아래, 말들이 숨쉬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이렇게 더운데, 저들은 얼마나 덥고 힘이 들까? 초록이 무성한 여름. 거의 말라버릴 듯한 건초 사이에도 몇몇 풀들은 어제 흠뻑 내려준 비 덕분인지 약간의 생기가 돈다. 그 너머로 보이는 갈색의 물결. 내가 저들을 보기 위해 열정적으로 달려왔다. 넘실대는 갈기를 보노라면 그저 흐뭇하다. 자유를 향한 갈망. 무작정 앞으로 달려나가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고 초심자들을 태우거나, 실력자들의 다양한 변화를 원하는 경우의 모든 것을 수용하는 걸 보면, 저들은 인내심이 강한 종족임은 분명하다. 저런 저들을 미워할 자, 누가 있는가? 나도 사람이고 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누구 못지 않아, 이런 날처럼 뙤약볕 아래 달린다면 아무래도 내 애마도 나도 지칠 거 같아 오늘은 승마장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말과는 오랜만에 산책만 하기
Relay Essay 제1490번째 진정한 의료에 대한 물음표와 느낌표를 갖고 오다 김 태 운서울대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2년차 지난 1월 말, 캄보디아 진료 봉사에 관해 듣게 되었다. 며칠간 곰곰이 생각하다가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구강악안면외과가 맡게 될 수술팀의 경우 지난 해 구순구개열 환자 위주로 수술이 진행되었던 선례를 이미 알고 있었고 또 가난한 나라에서의 진료봉사라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많은 분들과 함께 준비를 했다. 수술 및 진료 기구, 그 외의 기타 물품 등 필요한 것을 준비하다 보니 생각 외로 신경 쓸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현지의 통신 사정상 캄보디아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세부적인 내용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4월 18일, 수술 팀 중 선발대가 먼저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 날 밤 늦게서야 프놈펜의 숙소에 도착했고 다음날 있을 예진을 준비했다. 다음날 아침 진료 장소인 크메르 소비에트 병원으로 가서 예진을 시작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그 곳 날씨는 매우 더웠고 병원처럼 냉방시설이 갖추어진 곳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이나 폭염이 심했다.
제1489번째 마우이섬 박 용 혁이센치과의원 원장 마우이섬에 가다.누군가는 그랬다. 하와이 본섬보다 마우이섬이 다시 하와이에 온다면 꼭 머물고 싶은 곳이라고. 굳이 며칠씩 시간을 비워서라도… 이른 아침 본섬에서 마우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기에 모시고 간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계셨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어제 예닐곱 시간을 비행하고 오셔서 제대로 쉬시지도 못하셨는데 오늘 또 일찍 일어나셨으니 피곤함이 더 하신 거 같다. “어머니… 오늘 가는 섬이 정말 끝내준답니다… 피곤하셔도 조금만 힘내십시오.”“이… 그려. 엄니는 안피곤햐… 어여 가자…”하와이에 와서 충청도 사투리를 들으니 그 기분 또 묘하다.날씨가 좋다. 본섬에서 마우이섬으로 이동하는 내 창밖으로 대서양의 조각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약 30분 쯤 지나 마우이섬에 도착했다. 곧장 렌터카 영업소로 갔다. 원래는 멋진 컨버터블카를 빌릴까 했지만 어머님께서 불편해 하시니(사실은 비용) 그냥 한국에서처럼 지붕있는 차로 빌렸다. 부푼 가슴을 안고… 첫 걸음은 할레이칼라로 가기로 했다. 10000피트 고도를 차로 몇겹의 구름을 뚫고 한참을 굽이굽이 올라서야 정상이었던 것 같다.
Relay Essay 제1488번째 변 영 남성신치과의원 원장 작은 것이 아름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고, 하찮은 것 가운데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들도 많다.그 중 하나가 바로 산꽃, 들꽃, 산풀, 들풀(山野花草)이 아닌가 한다.사람 눈에 띄지 않는 호젓한 산기슭에 이슬을 머금고 함초롱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여러 산들꽃과 산들풀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다. 누가 보든 말든 안 보든, 찾아 주든 찾아주지 않든 아랑곳 하지 않는다. 피고 지고 열매 맺고 씨앗 남기는 자기 역할만 충실히 할 뿐이고 나름대로의 소박한 모습을 흐트리지 아니하며 조용한 자태(姿態)를 갖고 있는 산야화초들이다. 마치 民草들의 모습과 같다. 이름 모를 작은 토종 들꽃들은 우리의 마음을 곱고 순수하게 하고 찌들린 삶을 위로하고 치유시켜 주는 힘을 주기도 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자연과 대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골 산과들에 늘 접했던 작고 아름다운 들꽃들, 이를테면 엉겅퀴나 들국화, 제비꽃 등 그 외 이름 모르는 산들꽃들과의 접촉 기회가 적어 까마득하고 점점 멀어져
Relay Essay 제1487번째 찬란한 미래를 위해 표 승 연 경기 서울삼성치과의원 치과위생사 나는 2년차 치과위생사이자, 학생이다.졸업 후 1년이 지난 2009년 3월 전공심화과정을 등록해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 전공심화과정에 대해서 ‘그게 뭐지?’ 의문을 가질 분들이 계실지도 몰라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고도산업사회의 급속한 기술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산업체 근로자의 재교육 수용에 부응하여 전문대학 졸업생의 직무수행능력 향상도모로 산업현장의 적응력을 제고하기 위한 과정’을 말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그렇고, 사실 전문학사를 가진 사람들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학점을 따는 학점은행제와 비슷한 과정이다.사실 내가 큰 포부를 가지고 이 과정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사람은 평생 공부해야 되는 동물이라고, 공부에는 끝이 없지 않은가? 아직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수만리도 넘게 남았다고 생각한다. 길이 놓여진 대로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의미를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또 후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Relay Essay 제1486번째 박 혜 숙 신구대학 치기공과 교수 신구대학에 놀러 오세요~ 제가 몸담고 있는 신구대학에는 치과 관련 학과로 치기공과와 치위생과가 있습니다. 치기공과에는 세 명, 치위생과에는 두 명의 치과의사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에 비해 많은 치과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이제부터 신구대학의 매력을 열거해 볼까 합니다. 첫째, 전문대학으로 유일하게 부속치과가 있습니다. 다섯 명의 치과의사들이 교대로 교직원과 동네 사람들을 진료하며 학생들의 실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금년부터는 성남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진료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둘째,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하여 입지적 조건이 좋습니다. 8호선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어 서울 송파와 강동, 경기도 분당에서 오기가 가깝고 버스 노선도 많아 학생들이 대중교통으로 통학하기가 좋습니다. 셋째, 교정이 아름답습니다. 복수지원으로 여러 개의 학교를 놓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일단 우리대학에 와보면 캠퍼스가 아름다워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고 이종익 설립자께서 조경, 원예에 조예가 깊으셔서 틈틈이 나무와 꽃을 심으셨다고 합니다. 넷째
제1485번째 한국 치과의사들은 왜 논문 작성에 인색할까? 임상 치의학의 학문적 수준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한국 치과의사들의 임상 수준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스스로의 생각일 뿐이다. 뒤늦게 한국에서도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검토를 하고 있지만 우리 보다 임상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의료관광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고 현재 정착 단계에 있다. 국제적으로 학문적 수준을 인정 받으려면 양질의 논문을 발표하는 방법 이외는 없다. 학회에서 강의하고 구연, 포스터를 발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논문을 통해 저작권을 인정 받아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학회에서 강연을 들었던 다른 치과의사들이 발표내용을 참고하여 신속히 논문을 발표한다면 저작권은 논문 발표자의 것이 되는 것이다. 뒤늦게 내가 최초로 시도하였다고 주장하여도 의미가 없으며 실제로 국내외 학계에서 이와 같은 사례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한국 치과의사들은 임상술기에 능하고 강의 기술도 뛰어나지만 정작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