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계 늦은 진료를 마치고 병원 동생들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서 와인빙수 한잔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내 눈 속에 액자 속 그림하나가 들어왔다.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금발소녀가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그림 속 강아지의 표정이 나를 많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남들이 들으면 요즘말로 ‘오버’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이런 작은 망상에 빠지는 걸 자주 즐긴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버릇이 되어 버린 것 같다.강아지를 안은 소녀의 표정은 없었고, 강아지는 마치 우리를 향해 구원을 바라기라도 하는 듯 애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 그림 속 소녀는 강아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저 강아지가 자기 것이기에 자기 만족과 위안을 느끼며 안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안겨 있는 강아지가 더욱더 가엽게 느껴졌다. 그 강아지는 소녀가 주인이기에 소녀에게 안겨 있는 게 힘들어도 소녀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고, 붙들리고 붙박여 있는 것 같았다. ‘저 둘은 과
전 도 (하) 원 치 윤목적이이끄는치과의원 원장 <1762호에 이어 계속> 신앙은 결국 삶의 해결책으로 내가 붙들고 믿고 기대고 의지하는 바이며 내 삶이 그 믿음으로 지배를 받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진리를 발견하고 자유를 얻었으며 세상과 우주와 그 중 나의 참된 의미를 찾았으면 그대로 살아야 참된 믿음의 삶, 올바른 신앙 생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십계명 중 첫째는 하나님을 알고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오해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James I. Packer 목사님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Knowing God·IVP 번역)’ 이 책에 보면 그 설명이 잘 나옵니다. 우상이란,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본인이 마음대로 생각해 낸 하나님의 영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유익을 위해 기원과 기복의 대상이 되는 자신 맘대로 생각하고 만들어낸 하나님은 마땅히 우리가 경배하고 믿고 순종할 실제 하나님이 아닙니다. 신앙에서 제대로 아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아는 것과 믿는 것의 차이가 있을 수
전 도(상) 원 치 윤목적이이끄는치과의원 원장 세상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관심이 없으신 분과 관심이 있으신 분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목적이라는 단어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으로 귀착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목적이란 사람들 마다 다를 것이고, 협의로는 무슨 일의 목적이냐에 따라서 다를 것입니다. 흔히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인생이 가지고 있는 목적을 생각할 때는 이런 측면과는 차원이 좀 다릅니다. 이유는 그 목적이 나를 위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주 관심사가 아닙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회적 성과를 거두던 상관이 없습니다. 그 모든 일에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이 올바른 인생의 목적이요 우리의 창조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성공을 꿈꾸지만, 기독교인들에게 진정한 성공은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 창조 목적으로서의 나의 사명, 내 삶의 목적을 발견하고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믿음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아주 유명한 말씀이고 모두 따르기를 바라는 말씀이지만 실천하기 어
해맑은 미소 속에서 희망을 찾아 -추양국제의료봉사재단 몽골의료봉사 정 동 욱정동욱치과의원 원장 추양국제의료봉사재단이 창립을 한 것이 2009년 초였으니까, 얼마 되진 않았다는 생각과 더불어 벌써 국제 의료봉사를 가는구나 생각을 하니,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추진력이 대단하신 분들이구나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갈 것이라면 먼저 매 맞는 게 좋겠다 싶어서 첫팀에 신청을 했다. 막상 몽골에 저녁 11시에 도착해서 치과재료가 담긴 상자도 빼앗기고 기다리다 지쳐서 어린이 봉사대원들은 공항 대기실에서 잠깐 잠들고 쓰러지고 나니, 이거야 원 의료봉사를 온 건지 난민이 되러 온 건지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결국은 2상자만 빼앗긴 채 숙소로 돌아가서 잠든 것이 새벽 2시였다. 옹기종기 잘 가꾸어진 나무 울타리와 티 없이 맑은 하늘, 낡은 건물들, 너무나도 우리와 닮은 몽골인……. 아침 일찍 준비해서 제3병원이라는 곳에 도착한 순간, 우리가 60년대 한국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70년대도 아니고, 60년대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거기에 너무나 낙후된 의료수준하며, 소독개념은 아예 없어 보이고
단국대 치과병원 몽골 의료봉사(상) 조용범 병원장님의 호출이 왔다. 본과 4학년 과대표로서 사실 병원장님을 뵐 일이 거의 없기에 의아해 하며 찾아 올라갔더니 2009년도 몽골의료봉사활동에 참가할 본과 4학년 학생들을 선출해 오라고 하셨다. 기간은 일주일,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조금 고생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많은 지원을 독려하셨다. 학우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료봉사활동 참가지원을 받았었는데, 예상외로 높은 호응을 보였다. 총 83명 정원의 우리 학년에서 22명의 지원자가 모였고, 총 참가 가능 학생수가 3명임을 감안할 때 이는 7:1을 넘는 높은 경쟁률 이었다. 결국 두 번의 제비뽑기를 통해 본과 4학년에서 나를 포함한 남자 2명, 여자 1명이 선출되어 몽골 의료봉사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용범 병원장님을 비롯하여, 진료부장이신 구강외과 김철환 교수님, 소아치과 유승훈 교수님, 단국대학교 보건학 박사출신이신 새한치재 이명구 사장님, 구강외과 김범진 선생님, 보존과 박진수 선생님, 김영미, 유명숙 위생사님, 신창선 주임님 이렇게 아홉 분과 함께 총 12명의 치과의료봉사팀이 꾸려졌다.
개성표류기(하) <1757호에 이어 계속> 진형철임마누엘치과의원 원장 개성으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위해 ‘민속여관’에 들렀다. 민속여관에는 여러 식당이 있었는데 우리가 들른 식당의 서빙하는 아가씨들이 참 친절했다. 메뉴는 한 가지 13첩 반상기! 새벽부터 주린 지라 배가 꽤 고팠는데 음식가지수가 워낙 많아서 맛만 보는데도 배가 불렀다. 민속여관은 정겨운 동네같이 생겼다. 맑은 개천 양옆으로 여관들이 있는데 식사한 후에 개울을 따라 걷다보면 정원을 거니는 느낌이어서 편안하다. 점심 후에는 본격적으로 개성 시내관광에 나섰다. 고려 말 충신 정몽주의 집터에 세워진 숭양서원은 뒤편 높은 곳에 사당이 있다. 사당에는 정몽주의 초상화와 그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러줬다는 우현보의 위패가 같이 있다.이날은 가을인데도 무척이나 더웠다. 서원 앞에서 아가씨들이 ‘에스키모’를 팔고 있다. ‘에스키모’는 아이스크림의 상표 이름이었는데, 그 상품의 인기가 높다 보니 아이스크림 대신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에스키모’의 주원료는 우유, 사탕, 빠다, 찹쌀, 닭알, 향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얼음보숭이’는 지금은 쓰지 않는 예전 북
개성표류기(상) 진형철임마누엘치과의원 원장 임진강역으로 달리는 자동차 앞 유리에는 안개가 덮친다. 가시거리 10미터미만….그날 새벽은 안개 덕에 몹시도 긴장을 했다.안개 덕에, 서두른 탓에 개성관광집결지인 임진강역 주차장에는 예정보다 30분 이상 일찍 도착했다.지루하게 아이들과 임진강역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주차장 모퉁이에는 커피랑 컵라면 파는 부부가 보인다. 이윽고 박연폭포와 선죽교가 그려있는 ‘개성관광’ 현대차가 들어왔다. 버스에 오르고 10여분 지났을까… 우리가족은 ‘경의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그때 시간이 7시쯤. 여권에, 주의사항에, 외국 나가는 것 보다 더 까다롭다. 30여분을 허비하고 버스에 올랐다. 얼마가지 않아 버스가 섰다. 바로 앞이 북한이랜다. 예전에는 금새 통과하였다던 북측 통제선은 통신설비를 문제 삼아 1시간여를 지체한 후에야 열렸다. 개성으로 관광하는 남측사람들의 신원을 조회하고 확인해야 하는데 통신 설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래 걸린다는 게 북측의 얘기다. 가이드 말로는 북쪽에서는 남쪽에서 약속한 광통신 작업을 해주지 않아서랜다. 지난 해 까지만
햇살의 떨림을 느끼며… 유인숙연우치과의원 원장 여러분에게 희망의 증거는 무엇입니까? 희망은 있기도 하다가, 잊기도 하고, 없는가 싶으면, 어느 틈엔가 나타나고…….이렇게 불안한 것을 희망이라 이름붙일 수 있을까요?여태껏 내가 품었었던 희망들을 떠올려 봅니다.학생이었을 땐 좋은 성적 받아 좋은 대학 가는 것 이었고,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는 나의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었고, 개업을 해서는 빚 갚고, 집 사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여유로운 노후를 잘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갑자기 내가 불쌍하게 생각되는군요. 여러분들은 다르시겠지요? 그러나 저와 같은 것을 희망삼아 오늘을 살고 계신 분들은 저의 글을 끝까지 읽어봐 주시길….저는 희망했던 것들을 대부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잊고 사는 희망들도 있었나 봅니다.때론 마음이 아프고, 때론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니까요. 아니 어쩌면 내가 희망이라 여겼던 모든 것이 가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우리는 많은 생각들을 하고 그 생각들을 말로 글로 쏟아 냅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돈 잘 버는 치과의사, 돈 못 버는 치과의사 병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제 정도 나이에는 저녁 먹고 적당히 일찍 들어가야 집에서 대우 받습니다.), 진료실에 들러 보았다. 수련의들과 직원들이 진료가 끝났는데도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어느 과 수련의가 오늘 난생 처음 직접 임플랜트를 심어서, 그를 기념하는 파티를 근처 고기집에서 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구강악안면외과 수련의 등이 행한 집도식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지만, 해당되는 수련의 본인의 기분이야 날아갈 것 같을 것이다. 근관치료를 성공하고 나서도, 치주치료를 성공하고 나서도, 똑같은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치료 잘 끝냈다고 축하해 주는 선후배와 동료는 없나 보다. 아니, 오히려 필자의 경우, 이런 치료 잘 했다고 치과의사들이 모인 곳에서 이야기하면, “그래, 너는 그렇게 사세요”라는 식의 반응을 초래하는 이야기가 되어 버려, 이런 이야기 자체는 원칙에 입각한, 매우 도덕적인 것이기는 하나, 경제적 현실감각이 결여된, 돈 못 버는 치과의사의 변명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이야기 자체를 지금과 같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와 살고 있는 왕궁 같은 아파
조은별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구강보건사업지원단 선임연구원 구강건강의 의미를 새기며… 보건과 건강의 차이는 무엇인가?모두 Health라는 어원에서 흘러나왔다. 둘 다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지만, 보건이라는 단어보다 건강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일상어로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흔히 사람들은 ‘보건’이라 하면 과거 어린 시절 여름철에 방역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독약을 흥분하며 쫓아다닌 일, 전염병 퇴치를 위한 예방접종 등의 방역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한다. 하지만 ‘건강’이라 하면 ‘나’, 즉 ‘나 자신을 위한 건강’으로 먼저 연상된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언제부터인지 나 또한 일상 속에서 ‘구강건강’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쓰게 된 것 같다. 2005년 5월, 보건복지부(2008년 보건복지가족부로 변경)구강보건사업지원단의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하여 각 분야의 전문 교수님과 함께 국민의 구강건강증진을 위한 여러 가지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럼 구강보건사업지원단은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 곳일까? 아마도 명칭 자체부터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증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2년부터 담배에 부
허영돈진해 허영돈치과의원 원장 충치에서 우주까지(하) 부제-할매와 하숙집 그리고 변소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우리들 식탁은 늘 ‘green field’ 였다. 단백질이라곤 기껏 조개무침이나 고등어자반 정도였는데…… 입에 씹힐 것 좀 먹자고 우리들이 합창을 해대면 할매는 멀건 고깃국을(소나 돼지가 장화신고(?) 건너간 정도의) 아주 가끔씩 차려냈다. 할매 둘째딸은 병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했는데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에 들렀다. 이런 때만큼 할매가 차려내는 식탁은 평소의 룰을 따르지 않았다. 할매는 왕건이가(?) 씹히는 진짜배기 고깃국을 끓였다. 잘 삶은 돼지수육을 숭숭 썰어내기도 했고 어떨 땐 백숙을 푹 고아 죽과 함께 우리들에게 한 마리씩 갖다 안기기도 했다. 고기가 있을 때는 할매는 남몰래 담가뒀던 귀한 약술이나 정금주 (야생버찌종류로 만든 술) 같은 것도 간혹 함께 올리곤 했다. 하다못해 국수나 비빔밥이라도 할매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