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이런 귀절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그렇다. 꽃을 꽃이라는 바른 이름으로 부를 때, 꽃은 비로소 꽃이 된다. 모든 사물과 사람의 행위도 그렇다. 자신의 올바른 이름으로 불릴 때, 그 사물이나 행위도 비로소 올바른 사물이나 행위가 된다. 지금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정말 자신에게 맞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그 이름대로 행동하고 있는가? 한번 생각하여 볼 문제이다. 우리는 각각 자기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이름이란 호적에 기재되어 있는 성명을 위시하여, 가정에서 불려지는 가장 또는 아버지 남편 아들 등 다양한 이름을 말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불려지는 의료인이라는 이름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이 다양한 이름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곰곰이 생각하여보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의료인이란 의료를 업으로 삼는 사람의 이름이라고 보아야 한다
모래성 박병기(作) ’84~’89: 백악사진예술동호회 ’90 : 조선치대 졸 ’98 : ‘환자와 함께하는 치과이야기’출간 현재 : 광주 대덕치과원장
마주보고 손을 잡은 자세에서 낙하하면서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하더니 기습적으로 창공에서의 입맞춤을 감행하는 것이었다. 그때가 언제였던가?.... 아련한 옛 일로만 느껴진다. 시간적으론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때는 5년 전으로서 머나먼 프랑스의 하늘 아래 푸르른 창공에서였다. 그 당시에 나는 스카이다이빙 연수 중이었는데 코스를 마치면서 항공기에서 여럿이 함께 뛰어내려 자유낙하를 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후배 이태우가 날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더니 내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나에게로 날아왔다. 인간성 좋고 성격 좋고 큰 키에 얼굴도 잘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총각이지만. 역시 태우의 실력은 상당했다. 정확히 나를 향해 날아와서는 바로 코앞에서 부드럽게 멈춘 뒤 서로의 손을 맞잡는 것이었다. 시속 200Km정도의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저 정확한 콘트롤.. 그 속도에서 3차원적인 공간상의 한 점에로의 이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눈 깜빡할 새에 몇 십 미터나 멀어져 버리게 되니까. 마주보고 손을 잡은 자세에서 낙하하면서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하더니 기습적으로 창공에서의 입맞춤을 감행하는 것이었다. 좀은 당황스럽고 찜찜한 느낌은
만리포의 새벽 유태영(作) ’69 서울치대 졸업 2001 유태영 작품전(롯데갤러리) 유태영치과원장
어린 소년은 심하게 떨고 있다. 경련이라도 일으키듯 손과 다리가, 그리고 온 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그럴만도 하지.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이 처음 들었을, 알아듣지 못할 말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수술대위에 혼자 누워있는데다 입과 코에 사정없이 주사를 맞았으니... 소공 아래로 까만 눈이 보인다. 안연고를 바른데다 눈물까지 흐르는 것 같아서 눈이 촉촉하다 못해 맑은 늪과 같다. 안연고를 발라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그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가만히 움직이다 고정한다. 꼭 내눈을 응시하는 것만 같다. 수술대 옆에 서있던 나의 손에 소년의 손가락이 살짝 닿는다. 불안한 듯 움직이는 손가락이 차마 먼저 꼭 잡지는 못하고 내 손에 가만히 기대져 온다. 마음이 찡해온다.....소년의 손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떨리는 다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2월 10일부터 13일까지 3박 4일간 구강외과 오희균 교수님과 레지던트 황 웅 선생님, 나를 포함한 치과대학 학생 두명과 그 외 세계로 선교회의 봉사팀이 방글라데시로 구순열 환자 수술을 위한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보조자인 내가 의료봉사를 다녀왔다고 하기가 참 민망하지만 말이
무주설천 홍수정(作) ’89 전남치대 졸업 현재 대전광역시 치과의사 사진동호인회 IMPRESSION 회원 한빛치과원장
말에는 고유한 정신이 담겨 있는 만큼 이왕이면 건강한 정신이 살아 있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정신문화를 올바르게 가꾸어 가자 그 나라의 국민성은 속담을 통해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속담 가운데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나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등의 속담 역시 그러하다. 이는 단숨에 뭔가를 이루려하기보다는 작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목적을 이룰 것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우리 특유의 국민성인 ‘은근과 끈기’와 깊은 연관이 있는 동시에 어렸을 때부터 이와 같은 정신을 키워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반면 그다지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 속담들도 더러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다. 서울에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해진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이다. 만약 인천에서 버스로 출발해 수원을 거쳐 안성까지 간 이후 다시 택시로 갈아타고 의정부를 거쳐 서울로 간다면, 이는 시간은 물론 금전적으로도 엄청난 손해를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속담 내용은 굉장히 불합리하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일까. 더욱이 이 속담은 흔히 정당하게
북한산성의 봄 최용묵(作) ’43 경성치과 의학전문학교 졸업 경성치학전문학교부설병원 치과 근무 ’71 아마추어스케치대회 미술 협회장상 ’80 제1회 개인전(서울신문사 갤러리) ’83 사단법인 한국 일요화가회 회장 ’90 제2회 유화전(신세계 백화점 화랑)
내가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내게 전화한 이들은 뜬금없이 전해주는 낚시꾼 얘기며 막 돋기 시작한 새싹 얘길 들어야 한다. 다른 날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다섯시 삼십분. 오늘 나를 깨운 건 알람시계 대신 맞춰 놓은 핸드폰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소리다. 아직 일어날 시간이 되려면 한시간 남짓은 남아 있건만 작은 소리에 예민한 나는 깬 잠을 다시 다스려 얻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금방 단잠을 포기할 수 있는 건 늘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 하라던 친정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사는 까닭이기도 하고 유난히 밤잠없던 세 아이를 삼년터울로 키우다 얻은 수확이기도 하다. 집안에서 뜻밖에 공짜시간을 얻게 된 날은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일을 하기로 정해 두었다. 대개는 미뤄둔 채 방치하던 집안일들... 책장의 묵은 먼지도 털어내고 갑자기 꾀죄죄해 보이는 부엌살림들도 윤을 내준다. 쌓아둔 사진들을 꺼내서 정리할 즈음이면 짧다고도 길다고도 하지 못할, 내 살아낸 삶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처간다. 그러다보면 출근길은 으레 다른 날보다 더 서둘러야 하게 마련이지만 마음은 풍요롭기만 하다. 종종 비슷한 여유를 얻는다. 저녁 모임이 갑자기 취소될 때, 만나
일상탈출 62MB, 50×44㎝, 2000 백철호(作) ’83 서울치대졸업 서울치대 미술반 ‘상미촌’OB회원 ’96 제 1회 환경컴퓨터 그래픽전녹색대전 입선 2000. 10. 정하익·황영환·백철호 3인전 (부산 정경숙 갤러리, 서울 청화랑) 2002. 4 . 20~28 대한민국판화제 출품예정 (예술의 전당)
“나 죽고 싶을 때 담배 한대 피울 거야" “나 담배 한대 피면 그 즉시 죽을 거야" 떨리고 무서운 마음 억지로 달래며 치과 치료의자에 앉자 오로지 처분만 바라는 심정으로 이제나저제나 치료가 끝나길 바라는데 치과선생님은 전화왔다고 노닥거리고 그러는 것까지는 참겠는데 원장실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매케한 담배 냄새와 함께 뿌연 담배연기가 치료실로 날아든다. 아니? 왠 담배! 치과의사 선생님이 아직도 담배를 핀단 말인가? 조금 있으니 아까보다 약간 삐뚤어진 마스크를 다시 고쳐 쓴 선생님이 미러를 잡고 입을 벌리라고 한다. 아니? 선생님! 담배 피우고 손도 안닦고 치료를 시작하시려구요? 씻지도 않은 손에서는 꼬린 담배 노린내가 코를 찌른다. 아니? 치과의사 선생님! 정말 너무 하지 않으신가요? 이상은 모 교수님께서 환자가 실제 겪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신 것이다. 담배를 끊은지 20년 가까이 되면서 이제는 담배필 때의 기억이 아련하지만 치료가 잘 안풀릴 때(사랑니가 잘 안나오고, root canal을 찾기 어려울 때 등) 막간에 한 개피 피우고 짜증을 잠시 식히고 나면 어렵던 치료가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그땐 최소한 손은 씻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