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인턴제 폐지 공청회 유감

특별기고

1년 중 제일 바쁜 12월의 한가운데 열린 공청회, 참석자가 많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접었지만 이건 완전히 그들만의 공청회였다.

 

주제가 인턴제 폐지에 관한 공청회였으니 개원가는 당연히 관심이 없었을 것이고, 주제 발표자 2인과 패널 토론자 5인, 사회자를 포함한 협회 관련 임원 몇 명, 그리고 학교 교수들 몇 명. 청중보다 토론자가 많은 셈 이었다. 인턴제 폐지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전공의나 학생들이 좀 더 참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제일 먼저 주제발표를 한 차경석 교수님(단국대학교 치과대학 교수)의 발표는 전문의제도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설문조사(제목 : 인턴제도 검토 등 수련제도 발전 방안 설문조사, 조사기간 : 2019.11.19.~25)이며, 각 직역별(치과대학생, 전공의, 전문의, 전속지도전문의)로 설문을 취합하고 응답자수도 많아, 나름 의미 있는 설문 조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문조사의 결과가 의미하는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결과의 통계만 내놓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일부 제시 한다고는 했지만 이미 발표자 스스로 인턴제 폐지를 전제로 한 발표여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설문조사의 통계를 가지고 필자 나름의 분석을 해 보았다. 인턴제 폐지에 관한 가장 큰 이해 당사자는 앞으로 그 과정을 거쳐야 하는 현재의 치과대학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겪어보지도 않은 미래의 불확실한 일을 평가해 보라고 하는 것이 합당한가하는 의문을 먼저 갖게 된다. 그들만이 가지고 있을 인턴에 대한 선입견이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 인턴 과정 중에 있거나 막 인턴을 끝내고 레지던트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의 의견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공의(인턴 포함)들은 인턴제 폐지에 대해서 79.3%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반대를 하였다. 그리고 인턴제 과정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여러 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전공 선택 후 수련 시 타 과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월등히 높았다.


이것은 전공의 과정을 거쳐 차후 전문의가 되더라도 치과진료는 자기 전문 과목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 과목도 똑같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을 정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특정과의 전공의 과정 중에 있지만 치과 진료는 그 특성상 환자의 치아와 구강에 대한 토탈 케어를 해야 하기에, 각 과별 인턴 경험이 비록 1~2개월의 짧은 기간일지라도 학생이 아닌 막 면허를 딴 새내기 치과의사의 시각으로라도 다른 과의 진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두 번째 주제 발표를 한 김철환 교수님(단국대학교 치과대학 교수)의 발표 내용은 이미 2016년에 보고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책연구였지만 현재의 전문의 제도 개선을 위해 참고할 만 한 몇 가지 내용들이 있어 보였다. 먼저 의과의 경우 전문 과목 신설을 위해서 필요한 제출 서류 및 승인 평가 기준 등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 치과의 경우는 별도의 전문 과목 신청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미 11번째 신설 전문 과목으로 통합치과를 만들 때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또 새로운 전문 과목 신설을 위한 소위원회를 전문의제도 운영위원회 산하에 만든 협회로서는 눈 여겨 보아야 할 대목인 것 같다. 그리고 의과의 일부 세부 분과목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문의 자격갱신 사례를 참고하여 치과에서도 전문의 자격 갱신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턴제 폐지와 수련기간 자율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였다.

 

현재의 전문의 제도를 시행하면서 2005년 첫 레지던트를 선발한 이후 야기된 문제점이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전공의의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이 아닐까 한다. 이것은 주제 발표와 패널 토의 중에도 여러 번 지적된 사항으로 우리 모두가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전문의 제도 시행 이전에는 특정 과를 지정해서 인턴으로 뽑는, 속칭 픽스턴 이었기에 임상 모든 과가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할 수는 있었지만 요즘같이 아예 지원자가 없지는 않았다. 학부 성적과 국가고시 성적 순으로만 인턴을 뽑다보니 성적상위 우수자들만 인턴으로 남을 수 있으며, 그 인턴 가운데서만 전공과목을 선택하여 지원할 수 있기에 특정과는 전공의를 아예 뽑지 못하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며 만든 제도의 심각한 역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본질적인 면에서는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통합치과 전문의가 생기고 난 이후에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2년 과정의 AGD 시절에는 매년 전국적으로 40여 명의 학생들이 AGD 과정에 남을 수 있었으나, 통합치과 전문의가 생긴 작년부터는 병원 내 과 개설의 한계로 인해, 1년에 고작 7~8명의 학생만이 통합치과 전공의로 입문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문의 다수개방이며 전문 과목 신설이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참석자는 의과와의 형평성, 병원의 행정적인 절차, 의료법 내의 전문의 관련 규정 등 여러 가지의 부연설명을 하면서, 의과의 협조나 동조 없이 과연 치과에서만 인턴 제도를 없앨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에 필자는 현 전문의제도 이전과 같이 과거의 픽스턴 제도로의 회기를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전공과목 선택의 편중은 일부나마 해소되리라 판단한다. 그리고 픽스턴 과정 중 과 사정에 따라서 다른 과로 파견 나감으로써 치과 진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부족하나마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공청회에서도 여전히 지적 되었듯이 인턴제 폐지를 주장 할 때 항상 나오는 수련 연한이 길다는 단점 해소를 위해서는 수련 연한 자율제의 과감한 도입을 주장한다. 지금은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으로 법에 못 박아 놓았지만 픽스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과에 따라서 1+2 또는 1+3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이 역시 이미 현 전문의제도 도입 이전 각 분과학회의 결정으로 과 별로 차등을 두고 시행해 왔었던 내용이다. 통합치과도 1+2를 도입하고 대신 픽스턴 과정 중 나머지 전 과를 현 인턴처럼 풀 로테이션 하도록 한다면 통합치과의 개설취지에도 더 합당하고, 또 기존 10개 과와 통합치과의 수련 과정 불일치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첨언해 본다.

 

마지막으로, 패널로 참석한 전공의협의회 회장의 “전공의들에게 교수님들의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가 저희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라는 부탁 한마디가 가슴 속 여운으로 남으며 늦은 밤 공청회를 마쳤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