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1월 추천도서 - 아는 만큼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말 때문인지 몰라도 무언가 잘 보이지 않고, 느낌이 전달되지 않을 때 그것을 탓하기 보다는 나의 무지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스마트폰이란게 익숙해져서 모르는 것을 그때그때 찾아서 새로운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알게 됩니다. 관심 없는 분야는 아예 모르는 것 투성이고 관심있는 분야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수두룩하니, 아직도 세상을 잘 보지 못하고 또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관심없는 분야의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또 관심분야의 책들도 새로운 신간을 찾아보는 이유는 그래도 아직은 세상을 제대로 보고 싶고 또 가슴으로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

 

경제에 대해서는 공부를 해도 잘 모르겠지만 늘 소비하는 삶의 중심에 있어서인지 계속 그 책에는 손이 갑니다. 그저 떨떠름하게 느꼈던 와인도 관심을 가지고 그 맛의 기원에 대해 알고 나니 그 맛이 새롭습니다. 예전에는 미술관에 꽤 자주 갔었는데 그 기회는 갈수록 줄어듭니다. 그래서 저는 미술작품의 사진이 잘 나와 있는 책을 자주 사서 봅니다. 직접 감상하는 것에 비할 수는 없지만 작품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함께 알 수 있어서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주는 습관입니다.

 

지식을 습득하는 수단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접근하기 쉬운 지식은 그 내용이 얕고 잘못된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책을 통한 지식의 습득을 고집합니다. 검증된 고전과 깊이 있는 지식을 위해서라면 읽고 곱씹을 수 있는 책이 아직은 좋습니다.
 

 

가치 판단에 있어 값을 매기는 행위보다
그 값을 아는 눈을 키워 나가는데 의미둬야 

『가치의 모든 것』 민음사, 2020

 


우리는 가격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이 그 가치를 가느냐를 가지고 가성비를 말하는데 익숙합니다. 우린 눈에 보이는 제화의 가치를 판단은 잘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료를 하면서도 환자들이 가치를 알아주지 못하고 가격에 불만을 표현할 때마다 속상한 이유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가치 창조(value creation)’와 ‘가치 착취(value extraction)’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가치 창조는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을 의미하며, 가치 착취는 자원을 이전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높은 이득을 취하는 것을 뜻합니다. 저자는 오늘날의 경제가 상정하는 가치 개념은 가치 착취가 가치 창조의 가면을 쓰고 부를 착취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서 각 행위자들은 삶의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데에 힘을 쏟기보다는 가격, 이른바 주가로 표현되는 수치에만 치중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냉소적인 사람은 “모든 것의 가격을 알지만 어떤 것의 가치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하며 경제학이 냉소적인 학문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원제인 ‘모든 것의 가치(The Value of Everything)’는 이러한 주장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제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판의 제목이 ‘가치의 모든 것’이 된 것은 아마도 값을 매기는 행위보다는 그 값을 아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튼 이 책의 가격은 지불할 가치가 있습니다.

 

 

와인에 대한 깊고 폭넓은 가이드 
3000여 곳 유명 와이너리 탐방경험 공유

『와인 인문학 산책』 글항아리, 2020

 

차고 넘치는 와인에 대한 책들 중에서 꽤 괜찮은 신간이 나왔습니다. 저자가 30년간 3000여 곳의 유명 와이너리를 탐방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그 일생을 통해 알게 된 와인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은 와인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내용은 방대하지만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와인에 대해 어렵고 고지식하게 전달하지 않는 저자의 내공은 그간 그가 와인에 쏟은 열정과 관심 덕분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마시는 술의 하나로 치부해 버리면 사실 그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하는 소주, 맥주, 양주에 비해서 와인이 가지는 폭과 깊이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술입니다.

 

이 책은 ‘인문학’이란 말이 제목에 들어갔습니다. 역사와 종교, 신화, 예술, 문학, 경제, 사회에 걸친 와인의 이야기 뿐 아니라 와인을 제대로 알고 마실 수 있는 실제적인 가이드까지 잘 설명해 놓았습니다. 와인에 관심이 있거나 폭넓은 지식을 원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동물행동학자이자 화가인 데즈먼드 모리스의 최신작
포즈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들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포즈의 예술사』 을유문화사, 2020

 

참으로 독특한 책입니다. 작품 속에 담긴 몸짓 언어의 의미를 해석하고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서점에서 이 책을 한참 재미있게 펼쳐보니 저자의 이름이 익숙합니다. 바로 베스트셀러 『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이자, 진화생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동물 행동학자 그리고 3,000점이 넘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려 온 화가, 데즈먼드 모리스의 최신작이었습니다.

 

이 책은 일평생 과학과 예술을 오가며 활발히 탐구해 온 그의 탁월한 성취들을 완벽히 융합시킨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 담긴 몸짓 언어(포즈)에 주목하여 이것의 놀라운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해 나가고 악수, 포옹에서부터 무릎 꿇기, 엉덩이를 까는 행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몸짓 언어를 수집하여 인사말, 협박, 모욕 등 아홉 가지 의사전달 형태로 분류하여 포즈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선사 시대 가면과 로마 시대 조각상부터 현대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는 231점의 미술 작품 속 포즈는 저자의 해설과 함께 좀 더 다르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의 뜻을 알게 되는 책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