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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정체성

시론

10여년 전 은사님께서 의과대학 학부에서 해오시던 구강악안면외과학 강의를 대신 부탁하셨다. 그 강의 준비를 하면서 내가 치과대학 학생들이 아닌 의과대학 학생들 대상으로 2시간 안에 구강악안면외과학을 소개하는 수업을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신께서 하시던 강의 자료를 참조하라고 감사하게도 보내주셨다. 그 자료 중에서 지금도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슬라이더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세체니 다리가 있는 부다페스트 도시 사진이었다.


현재 중앙 유럽 최대의 도시인 부다페스트(BudaPest)는 헝가리의 수도이자 정치, 산업,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도 19세기 후반까지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부다페스트 하나의 도시가 아닌 도나우 강 서편의 부더(Buda)와 동편의 페슈트(Pest)로 나눠져 발전해 왔다고 한다. 물살이 거센 도나우강으로 교류가 어려웠던 강 건너편의 두 도시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오랜 기간 발전해 왔다. 1867년 합스부르크와 헝가리의 대타협으로 헝가리 왕국의 자치 정부가 들어서면서 두 도시는 현재의 부다페스트로 합쳐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두 도시 시민들의 일상이 통합되고 하나로 합쳐진 계기는 1894년에 서쪽 지구 부더와 동쪽 지구 페슈트 사이 도나우 강에 개통된 세체니 다리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세체니 다리는 도나우 강에 놓인 최초의 다리이며 케이블에 의해 지지되는 형식의 다리로 우리나라의 광안대교,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영국의 타워브리지와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현수교이다.


은사님께서는 나뉘어진 부다페스트의 부더와 페스트, 두 도시를 의과와 치과로, 두 학문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구강악안면외과학을 세체니 다리에 비유하시면서 지금의 발전된 부다페스트를 의학 전체에 비유하셨다.
의과 학문은 전통적으로 약물치료를 하는 내과와 수술로 환자의 질병이나 상태를 치료하는 외과로 나뉘어 발전되어 왔다. 현재 다양한 외과학은 일반외과(GS: General surgery)에서 나뉘었다고 할 수 있다. 질적,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각 부문에 전문성을 가진 별도의 학문영역이 구축되어 지게 되었는데, 이에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등이 자연스럽게 분리되었으며 좀 더 세분화 되어가면서 두경부, 유방, 위장관, 대장항문, 간담췌, 이식, 혈관, 소아 및 외상 외과도 만들어졌다.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나뉘어져 오던 학문이지만, 동시에 진료영역이 겹쳐 다툼이 있는 진료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다툼에서 구강악안면외과도 자유롭지 못하다. 구강악안면외과학은 구강과 악안면부위에 발생하는 감염, 손상, 기형 및 종양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분야로 치아와 관련된 원인 질환들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치과대학에서 교육이 이뤄진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서 치의학 분야에 포함된 전문의로 양성된다. 구강악안면외과는 성형외과, 두경부외과와 진료범위가 많이 겹쳐 환자의 진료과 배정 시 병원마다 항상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구강악안면외과학의 태생이 의과대학이 아니라 치과대학이라는 점은 의사들이 대다수인 종합병원 내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과 장벽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동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의료계가 아닌 외부에서 보기에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환자 건강을 최우선으로 진료하고 있는 의사로서 근본적으로 진료과 결정은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기도 하다.


의과대학 종합병원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의사들도 일반인들과 비슷하게 치과 학문에 대해 많이 모른다는 것이다. 치과에 11개의 전문과목이 있고 2008년부터 벌써 12년동안 각기 다른 과의 전문의가 배출되어 왔다라고 하면 많이 놀라워한다.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면 되지 신경치료는 치과보존과에서 하고 잇몸치료는 다른 전문과목인 치주과에서 한다고 하면 몰랐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다수의 치과의원에서는 모든 치과 진료가 이뤄지므로 종합병원 또는 치과병원에서 일어나는 전문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환자가 배가 아프면 집 근처 내과에 가면 전반적인 내과 진료를 받고 약을 타 먹지만, 종합병원에서는 정확히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서 소화기내과 진료를 볼 지 아니면 내분비내과,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진료를 볼 지 찾아야 하는 것과 같다.


종합병원 내에서는 서로 과끼리 컨설트를 통해 각 전문과목들이 타과와 협업하면서 진료를 많이 하는데, 치과전문의들은 의과에 관심이 적고, 의과 전문의들도 치과에 관심이 적다 보니 의사소통이나 문제해결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경우에 치과와 의과 둘다 걸쳐서 진료를 하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타과들과 필요한 진료 시 그 소통하며 협업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각각 발전되어온 의과와 치과가 의료의 발전으로 날이 갈수록 협업할 수 있는 공동의 연구 주제들이 많아지고 있고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양쪽 모두를 잘 이해하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을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