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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월급날

최치원 칼럼

지난 4월 제70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2021회계연도 예산안이 부결되면서, 치협은 큰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더욱이 협회장 궐위에 따른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참담한 심정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2019년 2월 대한치과의사협회에 약 50여 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사무처, 치의신보, 정책연구원 포함 단일노조)이 결성되면서, ‘치협의 건전한 발전과 조합원의 복지증진을 통해 상생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노사단체협약서가 2021년 4월 19일 체결된 후 나타난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측인 집행부를 향한 회원들의 질타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동시에 노조로 대표되는 사무처 직원들, 사무국 재평가에 대한 회원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아 혹여 회원과 노조 간의 큰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심정이다.


노조의 대승적인 양보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회원들로서는 현 상황이 대단히 생경하고 불편해 하는 것은 회원들의 회비로 이루어지는 예산편성과 100% 치과의사로만 구성된 치협이 노조의 입만 바라보게 된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정한 사측이 3년 임기의 집행부 임원인가, 아니면 매년 예산을 조성해주는 3만회원인가 하는 질문에도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할 때이다.


노사단체협약서(부칙을 포함한 77개의 조항) 내용을 살펴본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무처직원 중심의 내용 일색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만큼, 노사 모두 이를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직장의 수장조차 교체되는 충격적인 사태를 수습하고 평생 직장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노조가 아닌 사무처직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인 것이다.


특히 노조 가입자격은 안되지만 실질적인 수혜 속에서 수십년간 근무를 하며 집행부의 구조와 생리에 대해 누구보다도 이해도가 높은 실, 국장님들의 경륜과 경험적 조언만이 빈사위기에 처한 치협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적임자로 그들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대한치과의사협회노동조합규약 제2조에는, ‘조합원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고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조합원의 공동이익을 옹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노조결성 목적을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조합원들의 공동권익과 공동권리주장을 위해서는 공동책임 또한 반드시 뒤따라야 할텐데, 사무처직원들의 공동책임과 역할론에 대해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누어서 정확한 평가를 받겠다는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매 집행부마다 임원들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했던 사각(死角)지역이 있었던만큼, 사무처직원들은 선제적으로 이를 개선하고 자정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집행부에 전달하여야만 한다.


조합원의 공동이익만을 옹호하는 노조의 설립목적만 봐서는 노사가 상생할 수 없지 않는가?


노사단체협약서 제5조(협약의 우선)에는 “이 협약에 정한 기준은 조합원에 대한 취업규칙과 제규정에 우선하며 이 협약기준에 미달하는 개별근로계약은 무효로 하며 무효된 부분은 이 협약기준에 따른다.”라고 적시되어 있는데, 100% 치과의사로 구성된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회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만들어 놓은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 및 제규정이 노사협약서 한 장으로 노조에게 이양된 것처럼 이해하는 회원은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수십년 동안 선배 치과의사분들께서 다듬어 온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 및 제규정이 2021년 4월 19일 체결된 ‘노사단체협약서’보다 하위(下位)에 위치해 지배당해야 하는 현실을 3만 치과의사회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비록 3년마다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대한치과의사협회의 회무가 끊김 없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무처 직원들의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조언과 자료 백업, 정무적 판단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년마다 한 번씩 치루어야 하는 노사단체협약은 사무처직원들이 집행부를 대신해 줄 리는 만무하고 오롯이 3년짜리 집행부가 치뤄내야 한다.


치협 정관 및 제규정의 권위와 가치를 훼손시키는 노사단체협약서가 존속한다면, 결국 집행부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외부’와 ‘내부’ 둘 중 하나이기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P.S.
퇴근하시는 아버지 자전거 소리에 우리 다섯 형제는 툇마루에 일렬로 도열하여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로 퇴근인사를 드리는데, 아버지 월급날이 되면 자전거 손잡이에는 어김없이 ‘거북등과자’봉지가 부스럭대며 걸려 있었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월급날을 기다리는 또다른 추억이다.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 두시고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아버지의 월급날도, ‘거북등과자’봉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리운 것은 아버지가 주시는 용돈보다는 자전거에 매달린 ‘거북등과자’소리이다.

 

사무처직원들의 월급날 역시 이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필자의 오래 전 추억을 담아보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