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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

시론

금년 여름 임기가 끝난 정부 산하기관이 위촉한 ‘위원’으로 활동을 했었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분과 그리 친하지는 않았고, 최근에는 COVID-19로 인해 직접 참석도 못하고 화상으로 회의를 하는데도 필자에게 친분을 표시하곤 하고, 필자가 사적으로 부탁하는 것도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 주려 할 정도이다. 아마도 가끔 ‘치과’ 분야의 상정 안건이나 ‘의과’ 이외의 문제가 상정될 때, 위원장 자신이 의사 입장에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한 명 포함되어 있는 치과의사인 필자가, 느린 회전 속도를 보이는 뇌를 동원하여, 나름 필자 생각으로는 간결하고 현명한 답변(?)이라 생각한 것을 한 두번 언급했던 것이 위원장께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분명히 치과계에는 필자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 기관에서 볼 때에는 이 분들의 자격이 부담이 된 것 같다. 어느 한 분야를 전공한 분들이 많다 보니 치과계의 공통된 의견 청취를 기대하기가 어렵거나, R&D가 활성화되다 보니 특정 업체들의 제품 연구 개발에 연관되어 있어 ‘청탁금지법’과 연관된 ‘제척, 기피, 회피’ 사유가 발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해서 이런 우수한 분들과는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개원 경력 기간과 종합병원에서 예방치과 전문의(전속지도의)로 활동한 경력 기간이 비슷하고, 직장이 서울에 소재하다 보니 가능했는지, 회의 있는 날 거의 100% 가까이 참석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다.


위원 활동 임기 중에 해당 기관의 기관장이 교체되어,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들었던 이야기 중에 “치과계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오신 것이니, ‘대표성’ 있는 발언을 해 주시기 바란다.”는 이야기가 귀에 남아 있다. 필자는 이러한 당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회장이나 위원장이 아니더라도 위원이나 임원 등을 장차 맡을 가능성이 있거나 현재 맡고 계신 회원 분들에게 필요한 덕목 몇 가지를 여기에 덧붙이고자 한다.


소비자단체 중 한 곳에서 특정 전문과목의 진료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비용효과분석 포함)를 요청해 온 사안이 있었다. 사안의 발생 과정이 아무리 보아도 소비자들의 감정적 불만에 의한 안건 제의라고 판단되어, 위원들에게 논리적 설득을 통해 ‘기각’을 유도해 낸 적이 있다. 평소에 치과 이외의 과목에 나름 ‘이성적’인 접근을 통해 협력을 해 온 탓인지 위원들 모두 필자의 의견에 손을 들어 주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도대체 ‘사고’는 누가 저지르고, 그 뒤처리는 왜 예방치과 전공자인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필자는 ‘개인’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치과의사들’을 대표하는 입장이고, 해당과목 진료를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진료하고 있는 대다수의 치과의사 선후배 동료분들이 입을 수도 있는 피해 예방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필자가 속한 치의학회나 치협 관련 모임에서 해당 학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도 그런 사정을 내색한 적이 없다. 내색하는 순간, 필자는 ‘자유로움’에서 벗어나 ‘생색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간주되거나, 향후 앞서의 사안 같은 것이 재차 상정된다면 ‘부자유스러운 제척, 회피, 기피 사유’에 해당될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 일을 하다 보면, ‘타협’과 ‘최선의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다수가 원하는 사안을 필자 혼자 반대하는 경우를 만들어 결선투표에 이르면 안 된다. 위원회를 진행하면서 ‘설득력 있는 논리’로 위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위원회에서도 ‘중립적’인 성향이라고 판단되었는지, 결정적인 순간에는 필자의 의견을 많이 참조하는 경우가 많아 필자도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겨서 되도록 회의에 결석을 하지 않으려 한다. 치과 관련 사안은 나름의 ‘최선의 노력’이 담긴 간결한 설명을 통해 ‘동의’ 내지는 ‘타협’이라는 것을 이끌어내면 향후에 나름 좋은 결과물이 산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주장을 하며, ‘협회의 힘’을 등에 업고 ‘투쟁’하는 것보다는 평소 해 줄 수 있는 ‘협력’을 해 주면서, 치과계의 관련 사안이 공평한 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면서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이 위원회를 참석하는 ‘치과의사 대표로서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치협의 ‘의회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대의원’ 분들과 치협의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임원’들, 그리고 치협 산하 각종 ‘위원회의 위원분들’이 활동하고 계시는 기간 내내 가슴 속에 품고 있어야 하는 덕목으로, 필자가 그동안 각종 임원과 위원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대표성”, “배려심”, “자유로움”, “타협의 가능성 열어두기”, 그리고 “최선의 노력”의 다섯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긴 글을 적어 보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