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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추천도서 - 마음의 양식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조금은 구태의연한 표현이 있습니다. 지금은 책을 대체할 만한 많은 매체가 마음의 양식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의 양식은 책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양식’이라는 말이 마음에 좀 걸립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먹을거리’라는 의미이니 그것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얘기니까요. 그 말대로라면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은 죽는 거니까요.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이 죽어있을까 생각하니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몸은 너무나 많은 먹거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정말 몸에 좋은 것도 있지만 먹으면 안 되는 것, 먹으면 죽는 것도 있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매체는 보거나 읽으면 해로운 것도 많습니다. 그 마음에 치명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상처받고 아픈 몸을 다시 회복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제대로 된 음식입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상처받은 마음, 죽어가는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양서(良書)’입니다. 맛집도 자주 찾아다니고 요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책을 접해봐야 내게 맞는 마음의 양식을 고를 수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맛집 리스트를 찾아보듯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마음이 끌리는 책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 주저 말고 맛을 보세요.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느껴봅시다.


인간 존재에 있어 ‘느낌’의 역할에 주목
존재와 앎의 연결고리…삶 살아가는 힘

『느끼고 아는 존재』 흐름출판, 2021

 

산뜻해 보이는 책표지와는 다르게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존재라는 것은 감각을 느끼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그 과정에서 신경, 느낌, 마지막으로 앎의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저자는 ‘느낌’에 주목합니다.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무언가를 경험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한다고 합니다. 존재와 느낌이 맞물리고 앎으로 향하게 됩니다. 존재와 앎의 연결고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느낌’입니다.

 

느낌이라는 것은 생명을 가진 존재하는 것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한 동기와 정서를 제공한다고 하고,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은 바로 느낌에 의한 것이라는 겁니다. 조금은 낯설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결국 느낌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고 지식을 쌓아나가게 된다는 것이죠. 로봇이 사람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될 수 있냐는 것에 대한 부분이 마지막 화두입니다. 저자도 그에 대해 장담을 하지는 않습니다. 무엇인가를 느끼고 감정을 통해 의식, 그리고 지식을 얻는 과정이 과연 로봇이자 기계에도 가능한 일이 될지는 약간의 미지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심리학을 바라보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특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노화·질병 현실 통해 가족과 돌봄 의미 일깨워
치매 두려움 있는 현대사회에 작은 울림 전달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시공사, 2021

 

늙어가는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병은 아마 ‘치매’가 아닐까 합니다. 몸이 아픈 것보다도 기억을 잃고 자신이 알고 살았던 사람들을 못 알아본다는 끔찍한 상상을 하면 말입니다. 자식에게 끝이 없는 부담을 지게 하는 걸 피하고 싶으니까요. 이 책의 저자 노부토모 나오코의 어머니 역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노인’이 되고 싶다던 사람. 완벽한 주부이자 자랑스러운 어머니였던 그녀는 딸에게 뜻밖의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올해는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40년 넘게 떨어져 프리랜서 영상 감독으로 일하는 저자인 딸은 치열한 방송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방암 투병 중에도 애써 커리어를 지켰습니다. 간병을 부탁할 그 누구도 없는 상황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려던 그녀를 막아선 건 구순을 넘긴 아버지였습니다. “네 엄마는 내가 돌보마. 너는 네 일을 해라.” 도쿄와 고향 히로시마 구레시를 오가는 딸의 원거리 간병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 기록이 이 책입니다.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고, 연로한 아버지가 간병에 뛰어들고, 외부의 도움을 거부하던 노부부가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일련의 상황들이 시간순으로 전개되는 이 에세이는, 우리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질병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편, 가족과 돌봄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줍니다. 바다 건너 작은 도시에서 전해진 나오코 가족의 이야기가 막연한 치매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을 줍니다.

 


부정적 경험 다양한 예시 분석과 해결책 제시
자신의 진짜 욕구 찾아 자신의 삶에 실현해야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한국경제신문, 2021

 

작은 일에 화를 좀 내면 듣는 말이 있습니다. “뭘 그런 걸 갖고 화를 내?” 스스로 별 것 아니라고 되뇌면서 참지만 우리는 정말 ‘별 것 아닌 일’에 화를 내는 걸까요?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쉽게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다양한 예를 들어서 설명합니다. 양말을 아무 곳에나 던져 놓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아내,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들에게 먼저 주문을 받는 웨이터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회사원, 퉁명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는 친구 때문에 기분이 상해버린 남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일상적이고 익숙한 감정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문득문득 몰려오는 불쾌한 기분을 떨쳐버리려 애쓰지 말고 그 안에 감춰진 진짜 원인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그 원인은 과거 어딘가에 존재하며, 대부분 기억 속에서 거의 잊힌 경험의 층 아래에 감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모기 뒤에 감춰진 그 거대한 코끼리는 대부분 ‘여러 연령대에서 중요한 욕구를 처리할 때 경험한 부정적 경험’에서 생겨난다고 합니다. 다양한 예를 통해서 분석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에너지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곳에 적절히 분배하여 쓰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평판을 걱정하느라,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는 지상 목표를 위해 자신을 버려둔 채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욕구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 실현하며 사는 것 말입니다.